12. 주인공 + 피폐수



*주의 : 강압적인 성폭력 묘사가 있으니 거부감을 가지시는 분들은 나가주세요








“하아,하아,”


그가 왜 항상 섬이나 높은 산에 별장을 지었는지 궁금했었다.

좋고좋은 곳을 놔두고도 항상 나가기 힘든 곳만을 고집하는 이유가.


“으아윽,”


흰 반팔티와 바지로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헤쳐나가는 것은 도망칠 때도 생각해보지 못했었던 일이었다.

겪어보지 못한 추위에 손은 딱딱 해진지 오래였고 몸과 턱은 덜덜 떨려왔다.


“아- 더이상은...”






-






똑딱똑딱-

시곗바늘 움직이는 소리와 카일의 손가락이 책상을 톡톡 두드리는 소리만이 들렸다.

눈을 천천히 떴다.


‘다시- 잡혀온건가...’


옆에 서있던 시녀는 내가 깨어난 걸 본 뒤 내 눈을 피했다

이쯤되면 자연스러웠다. 이 저택에 있는 뒤로는 사람 취급 받기도 힘들었으니까.


“주인님, 아벨님께서 깨셨습니다.”


뒤돌아있는 채 손가락을 두드리고있던 카일의 소리가 끊겼다.

앉아있던 의자에서 일어난 그는 내 쪽으로 점점 다가왔다.


“...아벨,”


시녀는 눈치를 보고 나간지 오래였고, 다른 시중들도 나간 후 큰방에는 나와 카일 뿐이었다.


“응...”


최대한 눈을 맞추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의 눈을 마주치면 무언가 혼이 빨리는 느낌이 들었기때문이었다.


“자, 우리 할 이야기가 많지?”


그는 박수를 치고는 내가 덮고있던 이불을 던졌다.

셔츠 하나만 입고 있었던 나는 어쩌다 보니 맨몸을 드러낸 상태가 되어버렸다.


“이거,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체력이 강하네 아벨?”


그는 침대옆의 작은 탁자의 상자에서 주사기를 꺼냈다.


“그렇게 많이 맞았는데도 이렇게 멀쩡한 걸 보니 이젠 좀 익숙해진건가?”

“아,아 안돼, 미안해요 카일, 다,다시는 안그럴게..제발..”


팔에 주사기가 박혔다.


“아, !”


그는 약물을 나에게 투여한 뒤에 나를 밀쳤다.

온몸에 힘이 빠진 나는 맥없이 쓰러졌다,


“아,아 ㅋ..카일 제발...”

“시끄,러워..”


그는 풀지도 않은 나의 엉덩이에 무자비하게 자신의 것을 박았다.


“아..!”


미처 부드러워지지 않았던 내 구멍에는 빨간 액체가 뚝뚝 떨어져 나왔다.

그럼에도 받아들여지는듯 카일은 꽤 힘들지 않게 내 몸을 잡고 박아댔다.

약 때문인지 정신은 몽롱하고 뒷구멍은 쓰려왔다


“아,윽,아아...흑”


고통인지 쾌감인지 모를 게 스쳐지나갔다.






-





카일이 처음부터 내게 난폭했던 것은 아니다.

어려서 카일과 나는 같이 자랐다.

그래서 그런지 서로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고작 하녀였던 나의 어머니는 저택에서 누구보다도 약한 존재였고, 때문에 강간, 폭력등 주인 부부의 악행을 견뎌왔다.

그 어렸던 나에게 어머니의 자살은 정말 큰 충격이었다.

그때 나에게 힘이 되어준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주인 부부의 아들이었던 리베우 데 카일.

그는 주인 부부가 죽은 뒤 저택과 하인들을 물려받았다.

그래도 내 모든 것을 그에게 바치기에는 너무나 카일은 아버지를 닮아있었다.

카일의 아버지가 내 어머니를 강간하는 것을 본 날, 나는 카일과 함께 있었다.


“고작 하녀야. 네가 신경 쓸 필요없어”


저택을 같이 산책하던 중 한 하녀가 다치자 걱정하는 내게 카일이 했던 말이다.

만약 내가 그와 사랑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저 하녀가 내가, 내 어머니가 될 수도 있었다.


‘넌 절대 아버지와 다르지 않아’


하인 한명을 매수하고 철저하게 계획을 세웠다.

그에게 실망과 죄책감을 안겨주기 위해 모든 힘을 다했다.

그날, 저녁 카일과 잠자리를 가진 뒤 몰래 침실에서 빠져나왔다.

그 하인의 도움을 받아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산속으로 갔다.


“...아벨님...?”


그날은 재수가 없었다. 걸려도 눈을 치우러 온 집사님께 걸리다니..

그날부터 나를 대하는 카일의 행동은 180도 변했다.

더이상 나는 그의 애인이 아니였고 그저 한명의 ‘하인’ 일뿐.

이것이 내가 원했던 것이었는지 의문이 갔다.

그는 나에게 매일 방에서 나오지 못하게 했고, 매일 아프도록 잠자리를 가졌으며, 심지어 나에게 약물까지 투여했다.


“아벨..날 사랑해?”


어느날 그는 나에게 물어봤다.

사랑한다고 하면, 이 끔찍한 생활에서 벗어날수 있을까?


“사랑...하지않아요”


그날 나를 바라보는 아벨의 표정은 밖의 눈보라에도 비교할 수없을 만큼 차가웠다.

하지만 나는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사랑한다고 하지 않을 것이다.

한때는 사랑했다지만, 지금은 아니니깐.

카일의 눈에 담겨져 있는 애정어린 눈빛이 사라져 나를 찢어죽일때까지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혹시 모를까, 이러다 내가 사랑에 빠질수도 있다.

하지만 사랑과 증오는 시간차이라고 생각한다. 사랑한다면 누구나 증오하게 되어있다.

이렇게 증오하다보면, 죽을때쯤이면 그를 사랑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14
이번 화 신고 2019-11-20 22:42 | 조회 : 9,678 목록
작가의 말
으자다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