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연예인공 + 사생팬수








가슴이 먹먹하다.

연예인이란건 이렇게 답답했었나,


“혹시 유명해지시면서 무명인 시절보다 안좋은 점 있으신가요?”


무례한 질문이다. 정말로,


“안좋은 점이라.. 글쎄요, 너무 유명해진거? 길거리를 돌아다니기 힘들더라고요”


무얼 해도 무명시절 보단 나았을 것이다.

열심히 해도 인정 받지 못한다는건 정말 슬픈 것이니까






-






“형, 나 편의점 좀 다녀올게”


연예인의 필수품. 튀는 하늘색 머리를 가리기 위한 모자와 얼굴을 가리기 위한 마스크.

더운 날씨에도 긴 가디건을 입고, 운동화를 신었다.

가까운 거리에 편의점이 있지만 꽁꽁 싸매는 이유는 요즘 사생팬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사생팬?”

“응, 요즘따라 더 많은 것 같더라. 새 앨범을 내서 그런가.. 아주 숙소 앞에서 죽치고 앉아있던데? 대표님 한테 말해서 이사를 가야지 원...”


매니저형은 꽤 걱정하고 있는 눈치였다.


“너도 조심해, 사생은 팬도 아니야”

“...응”


생각을 하는 사이 편의점 앞에 도착했다.


“아, 벌써 도착했네..”


탁-

누군가와 손이 부딪혔다.


“아..괜찮으세요?”


대답이 없었다. 머리가 노란색 이였다.


‘외국인인가..?’


그는 아무말 하지 않았다. 이쯤 되니 걱정되기도 했다.


“저기...”


다시 한번 물어보려던 찰나, 그는 내 손을 잡고 어딘가로 가기 시작했다.

순식간이라 뿌리칠 수 없었던 나는 어두운 골목으로 들어간 뒤에야 손을 뿌리치고는 소리쳤다.


“뭐하시는...! 누구세요?”


그는 다짜고짜 나에게 키스했다.


“읍...!”


키스를 해보지 않았던 나지만 서투른 입놀림 이라는 것은 알았다.

그 순간, 입속으로 무언가가 들어왔다.


“알약 같은... 건가?”


거부할 새도 없이 그의 혀에 의해 알약이 넘어갔다.

약을 삼킨 후에야 그는 내게서 입술을 뗏다.


“미친...! 당신 사생이야? 뭐하는 짓...! 나한테.. 뭘 .. 먹인...윽...”


점점 말이 나오지 않았다.

생각 할 틈새도 없이 정신을 잃었다.






-






“으윽...”


정신이 들었다. 어떤 창고 안인가? 잠시 시야가 흐릿해진 후, 다시 돌아왔다.

철컥-

손과 발을 움직이려 했지만, 움직여 지지 않도록 고정되어있었다.


“이,게..뭐,야..!”


소리를 들었는지 아까 그 노란 머리의 남자는 내가 누워있는 매트리스로 다가왔다.


“정신이 들어요?”


자세히 보니 외국인은 아닌 듯 했다. 눈동자는 검고, 덩치는 작았다.


“너, 누구야?”


그는 내가 물어본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나한테 먹인 약은 ..뭐야?”


역시나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못해? 당장 이거 풀어! 풀라고!”


나는 답답한 마음에 사슬이라도 풀리라는 마음으로 팔과 다리를 흔들었다.

주변의 물건들을 정리하던 그는 짜증이 난지 소리를 질렀다.


“시끄러,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럽다고!!”


그는 들고있던 물건들을 집어던졌다.


“시발, 닥쳐, 딱 보면 몰라? 난 앞으로 여기서 너랑 둘이서만 살거야, 아무것도 필요없어. 둘이서, 둘이서..만...”


말하던 그는 갑자기 울었다. 그는 내게 다가와서 내 어깨를 잡고는 키스했다.

작은 체구에 성인 남자라고 해도 믿을 수 없는 악력으로 내 어깨를 움켜쥐었다.

그렇게 한참을 흐느껴 울던 남자는 정신을 차렸는지 힘을 풀고 입술을 뗏다.


“미안..해요...이렇게 화내려던 생각은 아니었는데.. 흐..”


순간 오싹해졌다. 말로만 듣던 이중인격자란 이런건가? 싶었다.

일단 비위를 맞춰야 험한일을 당하지 않을것 같았다.


“괜찮..아?”


나보다 훨씬 어려보이는 나이에 말을 놓았다.

그는 나를 노려보았다.


“반말하는거..기분..나쁜데..”

“..나보다 나이 어리잖아”


남자는 흠칫, 놀랐다.


“선우씨는 스물 넷이 잖아요.. 저는 스물 일곱인데..”


스물 일곱이라..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조금 더 과장하면 십대라고 해도 맞다고 할것 같았다.

그는 눈물을 닦고는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


내 얼굴을 보고는 놀랐다.


“ㅇ..이게...”


그는 내 볼에 손을 대더니 피를 닦아냈다.

아마 아까 그가 던진 물건이 얼굴에 맞으면서 베인 것 같았다.


“으,,우으...”


다시 울기 시작했다.


“흐윽...내가..선우 얼굴에 상처를.. 내버렸..어어..”


아까는 흐느껴 울었다면, 지금은 오열했다.

작은 몸짓에 훌쩍훌쩍 울어대니 마치 어린아이 같았다. 무언가 귀여운것 같기도...


“무슨...!”


내 생각에 내가 놀랐다. 납치범을 귀엽다고 생각하다니,

내가 소리지르니 그는 살짝 놀란 듯 몸을 움찔 거렸다.


“서누...아파요..?”


그는 자신의 소매로 내 피를 닦아냈다.

하지만 꽤 깊게 베었는지 피가 다시 새어나왔다.

납치범은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부끄러운듯 몸을 배배꼬며 내게 다가왔다.

할짝-

피가 맺힌 자리에 그는 혀를 갖다 대서 빨았다.

뜨거운 혀가 닿자 쓰라렸다.

쵸옵-

그렇게 마지막 피 한방울 까지 빨아낸 그는 그제서야 입맛을 다시며 떨어졌다.


“헤에..”


입술에 묻어있는 한방울의 피는 무언가의 충동을 일으켰다.

그래, 충동이었던 것이다. 아니면 아까 납치범이 먹인 약 때문이었을거야

절대 내가 그에게 키스한 것은 진심이 아니었다.

입술과 입술이 닿자 그의 입술에 묻어있던 피 맛이 느껴졌다.


“흐웁...!”


역시나 아까 내게 약을 먹였을 때처럼 키스를 못했다.

서툰 입놀림과 어디에 둘줄을 모르는 혀,

나는 그의 부드럽고 뜨거운 혀를 혀뿌리부터 핥아올렸다. 입천장부터 속을 헤집으니 정신을 못차렸다.


“푸하-“


혀를 떼자 가느다란 은색실이 생겨났다.

납치범은 현실로 돌아온듯 잠시 당황했다.

그러고는 물건은 챙겨 안으로 들어갔다.


“큭, 귀엽긴...”


그의 밝은 노란색 머리카락 한가닥이 내 무릎으로 떨어져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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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1-17 15:43 | 조회 : 7,616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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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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