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특별편] 악마는 울부짖는 천사의 위에 (1)













먼 옛날, 하늘은 세 부류로 나뉘어져있었다.

지상의 인간, 그리고 하늘의 주인인 천사, 천사에게 밀려나 지하에서 힘을 모으고 있는 악마.

예로부터 무력한 인간과는 달리 천사와 악마는 서로의 능력을 가지고 싸우곤 했다.

그러다 천상계의 새로운 주인, 오펄이 나타나며 지상과 천상의 악마를 모조리 지하로 내쫓아버렸다.

하지만 악마들은 여전히 힘을 모으며 천상계를 칠 궁리만 하고 있었다.







오펄에게는 귀여운 아들들이 있었다.

그에게는 총 다섯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그중 가장 어리고 똘똘하던 레이는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하지만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 하는 막내가 싫었던 네명의 형은 레이를 지상으로 던지게 된다.

그러나 레이는 운좋게도 한 풀숲으로 떨어져 목숨을 건지게 된다.







“우으...”


레이는 몸에 붙어있던 나뭇잎들을 털었다.

지상세계에 처음 와봤던 레이는 이곳저곳 돌아다닌다.

그러다, 발을 헛디뎌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지게 됐다.

다리가 다친 그는 움직일 수도 없고 숲속에 엎드린 채로 훌쩍이고만 있었다.

그때, 뒤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도와달라고 소리를 지르려했지만, 아버지께서 해주신 말씀이 떠올랐다.


‘아가야, 혹시 네가 인간계에 나가게 된다면, 조심해야 할것이 있다. 먼저, 인간을 너무 믿지 말거라. 그들은 댓가없이
호의를 베풀지 않으며, 아름다운 얼굴로 치장해 너를 유혹하려 들 수 있단다.’


아버지의 말이 문득 생각난 그는 눈을 꼭 감고 두손을 모았다.


‘아버지, 저를 살려주세요..!’


레이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조심히 눈을 떴다.

아무도 앖다고 생각한 그때, 나무 뒤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나왔다.

그는 짧은 단도를 레이의 목에 겨누었다.


“흐,익!”


레이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가 나왔다.


“..누구지? 천사..인가?”


레이에게 칼을 겨눈 남자는 레이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렇게 쳐다보고 난뒤, 칼을 집어넣고 레이를 번쩍 안아들었다.


“이곳에 천사가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군. 어쨌든 천사라니 뭐,”


그는 레이를 업어들고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알수없는 주문을 외웠다.

남자가 주문을 외우자 숲이 점점 까매지기 시작하더니, 완전한 암흑으로 바뀌었다.


“으윽..”


하얀 천상계에서만 살았던 레이는 한번 저항도 못해보고 그저 남자에게 들춰진 짐짝신세가 되어갔다.

남자는 그를 데리고 점점 지하세계로 갔다.

마침내 그의 집인듯 보이는 곳에 도착하고, 그는 레이를 침대 위로 던졌다.


“..이름이뭐지?”


그는 레이에게 물어봤다.

레이는 말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아무에게나 정보를 공개하면 안된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레이가 고개를 젓자 남자는 레이의 턱을 잡고 무서운듯이 노려봤다.


“지상으로 절대 보내주지 않을 거지만 앞으로 이곳에서라도 편한 생활을 하고싶다면 말하는게 좋을거다”


레이는 겁을 먹고 잠시 멈췄던 울음을 다시 시작했다.


“흐윽..ㄹ..ㅔ 이에요..”

“뭐라고?”

“레..이..”


그는 잠시 흠칫, 하는 듯 하였다.


“하, 레이라면 오팔의 막내아들이군.”


잠시 고민하는 듯 했다.


‘그래..보내주어야 할까? 괜히 오팔에게 걸려 사지가 찢겨 비참하게 죽느니 보내주는게 나을지도’


그러고는 침대위에 눕다시피 하던 레이를 다시 들어올려 집 밖으로 던졌다.


“자, 그럼 알아서 네 집으로 돌아가렴. 내가 특별히 보내주마”

“저기..잠깐만요!”


레이는 돌아서던 남자의 팔목을 잡았다.


“저.. 쫒겨났어요.. 갈데가.. 없어요”

“..뭐?”

“형아들에게.. 쫒겨났어요 형들은 제가 죽은 줄 알텐데...제가 돌아가면 분명 절 죽이려 들거에요..!”


남자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우습다는 듯 피식 웃었다.


“하, 정말 웃기는구만, 그래서 나보고 네 호위무사나 해달라고? 네 그 잘난 아버지 밑에가서 하던 대로 하면 될것을 왜 보내
준대도 가지 않는거지?”

“아버지는...!”


레이는 우울해진 채로 말을 이어나갔다.


“아버지는 아무리 자신의 사람이라도 지하계를 다녀오거나 악마와 만나고 온 사람은 더럽고 혐오스럽다며 가차없이
죽이는 분이에요 전 정말로 죽고 싶지 않아요..!”


남자는 훌쩍이는 레이를 빤히 쳐다봤다.


“..너도 알겠지만 나는 악마다. 악마에게 무얼 바라는 거지? 네 아버지의 말대로 더럽고 혐오스러운 존재인데”

“저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남자는 이윽고 문에 기대어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였다.


“같은 생물인데, 이 세상에 살아가는데.. 천사와 악마가 대립해야 할 이유는 없잖아요..!”

“참 웃기는 소리를 하는군. 너는 모른다. 천사와 악마가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 받았는지.
좋은 아버지의 밑에서 태어나 전쟁이라고는 꿈도 꾸지 못하고 그저 아버지의 새장 안에서만 살아온 네가 열셋부터 칼을
쥐어온 나의 심정을 알까?”


그렇게 말하는 남자의 목소리에는 울음이 섞여있었다.


“..네 맘대로 해라. 들어와 살던가.”


남자는 집으로 들어갔다.

레이는 고개를 푹 숙였다. 속없이 말을 한 자신에게 무언가 원망이 되었다.

조심히 집 안으로 들어갔다.







“저기요.”

“..왜”


레이는 칼 손잡이를 다듬고 있던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악마님은...이름이 뭐에요?”

“하산”

“하산..하산이라..”


레이는 하산에게 다가갔다.


“그럼, 하산님은 하는 일이 뭐에요?”

“이것저것”

“자세히 알려주시면 안돼요? 궁금한데..”


하산은 칼을 쾅 내리쳤다.


“뭐가 그렇게 궁금한거지? 너는 할 수 있는게 재잘대는 것밖에 없나?”


레이는 시무룩 해져 침대로 돌아가 누웠다.

그리고 칼을 다듬는 하산을 지켜보았다.

햇볕에 그을린듯한 옅은 황색피부, 자신과는 다른 검정색 머리, 근육으로 다져진 몸과 올라간 눈꼬리는 그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듯 했다.


‘잘..생겼다아...’


레이는 그런 하산을 지켜보며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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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1-04 23:17 | 조회 : 7,541 목록
작가의 말
으자다

잠깐 쉬어가는 느낌으로 써봤어요 :) “천사는 울부짖는 악마의 위에” 도 만들 ‘예정’ 입니다 (반응 좋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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