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회장공 + 직원수 (2)





<승연시점>





회의를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그저 여러 높으신 분들이 신입인데 잘한다고, 이번 프로젝트가 마음에 든다고 했었다.

강진우는 그저 회의를 할때나, 끝났을 때나 싱긋 웃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그는 나가면서,


“승연씨는 저 좀 볼까요,”


라고 말했다.

왜 저럴까. 정말 강진우랑 단둘이서 얼굴 맞대고 있는 상황은 죽어도 싫다.

내가 학생 때 찬걸 복수하는 건가 그래서 나한테 이렇게 못되게 구는건가,

아무래도 이렇게 속으로만 썩히기엔 너무 억울하다.

그래, 강진우 어디 한번 해보자 이거지




-




“아, 승연씨 들어오세요”


나는 회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평소 TV속에서 보던 회장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널브러진 서류에, 볼펜은 굴러다니고 그야말로 난장판이였다.


“미안합니다. 많이 더럽죠? 며칠 간 출장을 다녀와서 서류 정리를 못했거든요. 중요한 서류들이라 함부로 정리하지도
못해서..”

“..네 괜찮습니다.”

“여기 들어와 앉으세요. 이야기 좀 하죠”


나는 소파에 앉았다. 강진우는 내 반대편 소파에 앉고 서류를 펼쳤다.


“흠..이게 이번 프로젝트죠?”


좀 전과는 달라진 눈빛으로 서류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한장 한장 펄럭이며 그 순간은 나도 그 사람이 강진우가 아닌, 회장님으로 어렵게 보였던 것 같다.


“..신입이라.. 기대를 많이 안했는데 잘하셨네요”

“네?”

“말 그대로에요. 사실 승연씨는 회사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정도면 웬만한 사원보다도 잘하는 편인걸요
신입이라 얼마나 잘할지 시험도 할겸 마케팅부 팀장님께 승연씨한테 일 좀 많이 내달라고 했거든요.”


뭐지,


“아,혹시 기분 나쁘셨나요? 표정이 좋지 않으시네요?”


날 기억 못하는 건가?


“..아니요 저는 당연히 괜찮죠 오히려 그렇게 칭찬을 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나는 애써 미소를 지어보이며 대답했다.

이 기분은 뭘까, 나 설마 얘가 날 기억 안해줬다고 서운한거야? 미쳤구나 유승연..


“그럼, 이제 가셔도 됩니다”

“..회장님.”

“...네 승연씨 왜 그러십니까?”

“혹시 저.. 아세요.?”


나도 정말 바보같다. 저 아세요 는 또 뭔데..

회장님이 아무말 없으시자 나는 급히 말을 얼버무렸다.


“아니, 아닙니다. 제가 사람을 잘못봤나봐요”


얼굴이 빨개지고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죄송합니다. 저는 이만 돌아 가겠습니다.”


뒤를 돌아 회장실에서 나오자 강진우는 나를 쫓아 나오려는 듯 했다.

무작정 달려 어찌저찌 자리까지 왔다.


“..우욱”


또 이 기분이다.


“괜찮아?”


선배는 나를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안색이 너무 안좋은데, 오늘 프로젝트도 끝났고 집에 가서 좀 쉬어”

“..그래야겠네요”


간단하게 짐을 챙기고 회사 엘레베이터에서 내렸다.


“하..비까지 오네”


회사 가방을 머리에 쓰고 뛰어갔다.

빗물이 쏟아져 내렸다.

한방울 한방울 떨어질때마다 한방울 한방울 화살이 되어 내 맘속을 후벼파온다.

애초에 강진우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데 나는..나는..

나는 강진우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거지?


“하아,하아”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몸을 들 기력 조차 없었다.

몸이 뜨겁고 열이났다. 목에서는 기침이 나왔다.


“하, 시발..”






-





몇시지? 벌써 저녁이 됐나 눈앞이 컴컴하다.

몸이 차갑다. 시원한 물수건이 몸을 타고 내려갔다.

옷도 물에 젖은 축축하고 무거운 옷이 아닌, 가벼운 옷을 입고 있는 듯 했다.


“으음..”

내 몸을 닦던 물수건이 갑자기 멈췄다.


“..깬거야..?”


기분좋은 느낌에 눈을 뜰 생각조차 하지 않고 다시 눈을 감았다.

그후로 또 몇시간이 지났을까, 다소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손에 다른 사람의 손이 있었다.


“누구지?”


따뜻하고 또 차가웠다. 크고도 내 손이 들어가는.


“강진우..?”


그는 내 손을 꼭 붙잡은 채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얘가 왜..”


나는 무심결에 그의 머리카락을 만졌다.

그는 순간 흠칫, 하며 일어났다.


“아..혀엉.. 일어났어?”


부시시 깬 그의 모습이 어찌나 귀여워보였는지 모르겠다. 내가 정말 미쳤나보다.


“..너 왜 여기있는거야?”


그는 혼나고있는 강아지처럼 풀이 죽은채로 말을 시작했다.


“..미안해 형. 형이 그렇게 말하고 나갔길래 그런거 아니라고 말해주려 나갔는데 아파서 가셨다고 말하시길래
혹시 고등학교때 형 자취하던 데에 아직도 사나 싶어서 온거야. 벨을 눌렀는데 대답을 안해서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예전 비밀번호를 눌렀는데 열려서.. 들어온거야.. 형 열이 많이 나길래 옷 갈아입히고 열 식히고 있었던..거고”


강진우는 내 눈치를 보며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그런다고 회사도 빼고 온거야?”

“..응”


그는 계속 우물쭈물 하다가 곁에있던 짐을 챙겨 일어났다.


“형. 형은 이해 못하겠지만 난 아직 형 좋아해. 물론 거의 십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난 하루도 형을 잊은 적이 없어.
그때는 어리고 미숙해서 형에게 진심으로 다가가지 못했지. 하지만 지금은 달라. 형과 연애도 할수 있을만큼 경제적
능력도 되고, 형에게 무엇이든 해 줄수있어 형이 싫다면, 지금 당장 이 집에서 나갈게”


그는 숨을 들이마시고 결심을 한 듯 내게 물었다.


“마지막으로 물을게. 형은, 내가 싫어?”


가슴이 두근거린다.

십년이나 지난 지금. 같은사람에게 같은 고백을 받았다.


“...너는..”

“응, 말해줘 형”

“너는.. 우리 둘이 사귀면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툭- 투둑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너느은.. 너는, 흑 나랑 사귀면 후회 안할 거냐고. 나는 잃을게 없더라도, 너는.. 흐윽, 너는 나랑 사귀면 힘들수도
있을텐데에”


강진우는 내 팔을 당겨 나를 와락 껴안았다.


“그런게 뭐가 중요해. 나는 예나 지금이나 형 말고 소중한건 아무것도 없어. 누군가가 우리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 우리에 대해 경멸하는 눈빛을 보낸다면, 가만있지 않을거야.”


한번 나온 눈물은 그칠줄을 몰랐다.

그는 나를 안은채로 내가 울음을 그칠때까지 토닥여줬다.


“..그래서 대답은 뭐야?”

“뭐가..”

“내 고백, 대답을 못들었잖아”


나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알면서..”

“그래도 제대로 말 안해줬잖아”

“.....아..해..”

“응? 크게 말해줘~”

“좋아..한다고”


강진우는 밝게 웃었다.


“혀엉..키스해도돼?”


..키스..? 얘가 크더니 이상한 것만 배워왔나..


“저기요, 우리 사귄지 일분도 안지났거든?”

“그게 뭐 어때서?”

“너무 빠른거 아니야?”


그는 내 손목을 잡고 나를 침대로 넘어뜨렸다.


“..안돼?”


그런 표정으로 하면 누가 안넘어가냐고.. 사기야 사기..

나는 그의 머리를 잡고 내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러고는 입술을 포개었다. 부드러운 입술이 혀에 감겨왔다.

끈적한 혀가 붙고 떨어지고를 반복하며 숨이 멎어왔다.


“우읍.. 에.. 하.. 읏”


강진우가 놓고 놔주질 않는 바람에 숨도 못쉬고 정말로 죽을뻔했다. 아무리 내가 먼저 한거라지만 진짜 죽을뻔했다고..


“야..! 죽을뻔 했잖아! 그렇게 물고 안놓아주면 어떡해”


그는 발게진 얼굴로 내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


“혀가 너무 부드러워서.. 게다가 형이 귀여운 소리를 내니깐 자꾸 하고 싶었단 말이야”


귀엽다. 미치게 귀엽다. 나는 그의 위에 올라탔다.


“..귀여운 자식..하지 말라는게 아니라 천천히..천천히 하라는 거잖아..읏.. 바보야아..”


나는 강진우에게 그처럼 예쁘게 웃어보였다.


“그럼, 2차전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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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0-29 21:35 | 조회 : 6,764 목록
작가의 말
으자다

사실 제가 아버지공 + 아들수, 형공 + 동생수를 잘 못씁니다 ( 요런 소재를 싫어해서..) ㅜㅜ 신청해 주신분께 죄송하지만 어느정도 괜찮아진 후에 올려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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