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죽음(2)

마지막으로 내가 기억한 것은 전조등과 피였다.
그러나 현재 내가 보는 광경은 그와는 많이 달랐다.
밀림처럼 늘어져 있는 숲이 내 눈앞에 있었다.
게다가 나는 괴상한 돌에 걸터 앉고 있었다.
피를 흘리며 늘어져 있었을 내가 걸터 앉고 있었던 것이다.
그 외에도 이상한 점은 한두가지가 아니었지만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나는 곧바로 소리 지르며 욕을 뱉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개같은!"

이 외에도 수많은 욕설이 오고 갔지만(실제로는 가기만 했지만)내가 어떤 말을 했는지조차 제대로 기억할 수 없었다.
다만 그 정신 없는 상황에서도 내가 단 하나 똑바로 인지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죽었다는 것, 그 뿐이었다.
그렇다, 나는 죽은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랬다.
이곳은 사후세계다.

''코마 상태 속 나의 정신세계?''

그럴 리가 없었다.
너무나도 생생했다.
게다가 내 머리속에 마치 각인된 것처럼 내가 죽었다는 사실이 떠돌아다녔다.
아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굉장히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지?
아니면 그 즐거운 하루가 나에게 남겨진 마지막 행복이었던 걸까?
의문을 가져서 뭣하고 비난하면 뭣할까, 나는 이미 죽었고 새와 벌레 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죽음의 숲이 나를 맞이하고 있었는데.......
20분 정도 지나서, 나는 욕을 뱉으며 소리 지르는 것을 멈췄다.
물론 20분이 아닐 수도 있고 맞을 수도 있다.
사람들은 흔히 내가 시간개념이 없다고 하니 잘 쳐줘야 30분 쯤이겠지만, 그런 건 내 알 바가 아니었다.
나는 다시 그 돌 위에 비스듬히 앉아서 울기 시작했다.
나는 죽었다.
사랑하는 가족들도 친구들도 누구도 없었다.
나는 홀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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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0-12 21:45 | 조회 : 325 목록
작가의 말
캌푸치노

곧바로 이어서 두번째 편 연재입니다. 단테의 신곡을 기반으로 써보는 소설인 만큼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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