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_그날의 아이들은 미숙했다(3)

“ ..뭐? ”
“ 말 그대로야. ”


성훈은 세진과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성훈의 말에 황당한 세진이 인상을 찌푸리며 가만히 있자 어디서 몰려온 건지 꽤 많은 남자들이 반 안으로 들어왔다. 당황스러운 세진이 뒷걸음질을 쳤지만 도망갈 곳은 없었다.

장소가 학교에서 어느 한 오피스텔로 이동한 것은 순간이었다. 세진은 한 카메라 앞에 앉혀졌다. 동영상을 찍고 있는 카메라는 그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 야 근데 진짜 깔아도 돼? ”
“ 어. ”
“ 누나. 진짜 정리 다 해주시는 거죠? ”
“ 그래. 빨리해. ”


세진이 상황을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늦었다. 밖에는 경호원들이 전부 대기 중이었고 방 안에도 이미 열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억지로 끌려온 세진의 얼굴에 공포감이 점차 물들기 시작했다.


“ 하, 하지 마. ”


하지만 그들은 세진의 말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저 그의 팔을 뒤로 꽉 묶어 제압할 뿐이었다. 세진의 발버둥에도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다.


“ 아 존나 더러운데. 진짜 해야 하냐. ”
“ 아 그냥 해. 쟤가 한 번 대줄 테니까 그만 괴롭히라고 했데. ”


세진은 그들을 발로 찼다. 하지만 옷이 벗겨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혹시나 소리를 듣고 누군가 도와주지는 않을까 소리쳤지만 그들은 시끄럽다며 천을 돌돌 말아 세진의 입을 막을 뿐이었다.

아이들은 무지했다. 제대로 된 지식 없이 시작된 관계는 서로에게 고통이 올 뿐이었다.


“ 아 시발 안 들어가는데. ”


전희도 없이 시작된 관계는 결국 피를 봤다. 들어가지도 않는 구멍에 억지로 쑤셔 넣자 받는 사람도, 넣는 사람도 고통이 몰려왔다. 그들은 세진에게 힘을 풀라며 그를 때렸지만 세진의 굳은 몸은 움직이는 것조차 무리였다.

세진이 좋아한 사람은 성훈이 처음이었다. 당연히 누군가와 관계를 한 적도 없었다.


“ 하 시발 로션이라도 줘봐요. 존나 아프네. ”


누군가의 한 마디에 던져진 로션이 세진의 엉덩이 골을 타고 쭉 흘러내렸다. 하얀색 로션은 세진의 피와 섞여 분홍빛으로 변했다. 민재는 고통이 조금 줄어들었는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시람의 신음소리가 오피스텔 방 안에 울렸다. 삽입 운동을 하자 세진의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으으읍..으으..아아”
“와. 시발 개좋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세진의 모습은 이미 엉망진창이 되었다. 고통은 익숙해지지 않았고 더욱 배가 될 뿐이었다. 처음에 느껴지는 수치심도 이제는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내장이 전부 빠지는 느낌에 세진의 몸에 힘이 들어가자 갑작스러운 폭력이 쏟아졌다. 온몸에서 힘이 전부 빠질 때까지 뺨을 때렸다. 세진이 기절이라도 하면 관계를 하다가도 그를 끌고 화장실로 가 물을 받아둔 욕조에 그의 얼굴을 넣어 억지로 일어나게 만들었다. 몇 시간 동안 지속되는 관계는 세진의 몸을 망가트렸다.

그들은 울면서 고통스러워하는 세진의 모습을 찍으며 웃었다. 마치 그것이 재미있는 모습이라는 듯 그를 조롱했다.


“ 누나. 그만해요. 제발요.. 저한테는 분명 겁만 주신다고 했잖아요. 그러면 이제 안 괴롭힐 거라고.. 소문도 다 바로잡아주신다고 했잖아요. ”
“ 성훈아. ”
“ 누나 잘못했어요. 저 이제 세진이 안 좋아해요. 그러니까 제발 멈춰주세요. ”


성훈은 곧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이 울면 그 화가 혹시라도 세진에게 돌아갈까 주먹을 꽉 쥐며 참았다. 성훈의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가 피가 났지만 그것은 전혀 고통스럽지 않았다.


“ 누나만 좋아할게요. 제발.. ”
“ 키스해줘. ”


성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세윤이게 다가가 달콤한 키스를 했다. 눈을 감았다 천천히 뜬 성훈의 눈에 들어온 것은 세진이었다. 둘은 순간 눈을 마주쳤다. 눈을 먼저 돌린 것인 성훈이었다.


“ 누나. ”
“ 성훈아. 이건 쟤 잘못이야. 알지? ”
“ 네..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누나. ”
“ 네 얼굴 봐서 여기서 멈추는 거니까. 기억해둬. ”


세진은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에는 두 사람의 모습이 달콤한 애정행각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세진의 몸에 남겨진 멍 자국처럼 그의 상처도 점차 늘어나기만 했다.


“ 얘들아. 그 입에 넣은 것 좀 빼봐. ”


오피스텔에 있던 남자들은 대부분 흥분한 상태였다. 바지를 벗고 있던 남자들 중 하나가 세진의 입에 있던 손수건을 꺼냈다. 세진의 입에서는 침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들은 세진을 일으켰다. 갑작스럽게 변한 자세에 세진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억지로 무릎을 꿇은 세진은 스스로 몸을 지탱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그가 계속 넘어지려 하자 민재가 그의 머리카락을 잡아 억지로 고개를 들게 했다.


“ 아파? ”
“ 하아..하아.. ”


세윤의 물음에 세진은 답하지 않았다. 세윤은 숨을 쉬는 것조차 버거운 그의 뺨을 한대 때렸다. 손톱에 긁혀 볼에 피가 맺혔다.


“ 대답해야지. ”
“ 죄.. 죄송.. 죄송해요 선배. 제가 자, 잘못 했어요. ”
“ 뭘? 네가 뭘 했더라.. ”
“ 다.. 다 죄송해요. 선배 남자친구 조, 좋아하고.. ”
“ 스토킹. ”


세진의 몸이 움찔거렸다. 숨을 가 빠르게 내뱉고 있는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세진은 그녀가 무슨 대답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다. 거짓을 자신의 입으로 사실로 만들어야만 자신을 보내줄 것이라는 것 또한 직감했다.


“ 서, 선배.. 선배님 괴, 괴롭.. 힌 것도... 다 자, 잘못. 했어요. ”
“ 네가 잘못한 건 아는구나. 걸레 같은 게 노릴 걸 노려야지. ”


세윤이 세진의 배를 살짝 누르자 그의 다리를 타고 찐득한 정액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 모습에 구석구석에서 비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 오늘은 여기서 끝내줄 테니 어디 가서 말할 생각하지 마. ”
“ 네.. 네네. ”


그 말을 마지막으로 세진의 몸이 쓰려졌다. 끝이라는 말에 아쉬워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그를 걱정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 다음에도 잘 부탁한다. ”
“ 하 시발 존나 좋더라. 이 맛에 남창이랑 섹스하나 봐. ”
“ 내일 보자 친구. ”


오피스텔에 사람이 한두 명씩 빠져나가고 마지막에는 세 사람만 남게 되었다. 세진은 약한 숨소리만 내뿜고 있었다.


“ 누나. 제가 데려다주고 올게요. ”
“ 그냥 놔둬. ”
“ 누나 집인데.. 더럽잖아요. 그리고 제가 한 번 더 말해둘게요. ”
“ 흐음.. 알겠어. 대충 내려놓고 내 본가로 와. ”
“ 네 누나. ”


세윤은 그 말을 끝으로 집 밖으로 나갔다. 비릿한 냄새가 가득한 방에는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세진의 모습에 성훈은 참아왔던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 세진아 미안해.. 미안해. 괜찮아? 병원으로 갈까? ”


성훈의 목소리에도 세진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 지, 집에.. 보, 보내.. 주세요. 제발.. ”


세진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려왔다. 성훈은 대충 그의 몸을 감싼 뒤 그를 안았다. 이미 기절한 세진의 얼굴이 찌푸려지자 성훈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세진이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그의 집이었다. 시간은 하루가 지난 상태였다. 저녁이 되어 밖은 노을이 지고 있었다. 세진은 자신에게 남겨진 기억에 몸을 덜덜 떨었다.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었지만 몰려오는 역겨움에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도저히 걸을 수 없는 상황에 그는 결국 화장실까지 기어갔다.


“ 우웩.. 으으. ”


먹은 것이 없이 위액만 나왔지만 그는 멈출 수 없었다. 속은 쓰리고 머리는 어지러운 탓에 한참 동안 변기를 잡고 있었다. 그는 대충 입혀진 옷을 벗었다. 옷 사이에 숨겨져있던 것은 멍 자국과 담배로 지져진 자국 그리고 하얗게 남아있는 자국들이었다. 성훈이 뒤처리까지는 하지 않은 탓에 그들의 자국이 세진의 몸 안에 남아있었다.


“ 더러워,더러워. 더러워...더러워. ”


붉어진 눈으로 세진은 작게 중얼거리며 몸이 붉어질 때까지 계속해서 몸을 닦았다. 생각만 해도 구토를 할 것 같은 느낌에 몇 번이나 헛구역질을 했다. 몸을 대충 닦은 세진은 덜덜 떨리는 손을 천천히 아래로 향했다. 붉게 부어오른 구멍에 손가락 하나를 넣자 멈추었던 피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몸이 쪼개지는 고통에 세진은 수건을 입에 물고 억지로 손가락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세진은 고통에 비명을 지르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더 이상 더러운 것을 몸에 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의 손가락을 타고 핑크빛의 정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은 이미 눈물로 엉망진창이었다.

몸을 대충 씻자 세진은 온몸이 욱신거리는 탓에 한참 동안 화장실에서 나올 수가 없었다. 당장 병원에 가는 상태였지만 세진은 대신 핸드폰을 들었다.


“ 형.. ”
“ 세진아 무슨 일 있어? 목소리가 왜 그래. ”
“ 이제 일어나서.. 형 어디야? ”
“ 오늘 졸업여행 간다고 했잖아. 3일 뒤에야 들어갈 것 같은데. ”
“ 아.. 알겠어. ”
“ 아 맞다. 어제 너무 잘 자서 못 물어봤는데. 문자로 나한테 말하려 했던 게 뭐야? ”
“ .... 나중에... 말해줄게. ”
“ 싱겁긴. 알겠다. ”


짧은 대화는 끝이 났다. 그가 이 날의 일을 한참 동안 후회하는 것은 훗날의 일이었다.

세진은 다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그의 아버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여러 번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세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다른 곳으로 전화를 걸었다.


“엄마..”
“어머 우리 아들. 목소리가 왜 그래.”


다정한 어머니의 목소리에 세진의 목소리가 꽉 막혔다. 소리를 질러 목이 쉰 것을 바로 알아차린 그녀가 되묻자 세진은 대충 얼버무렸다.


“ 밖에 오래 있었더니.. 감기에.. 거, 걸렸나 봐. ”
“ 조심했어야지. 근데 아들 무슨 일 있어? ”
“ 그냥.. 엄마 목소리가 너무 듣고 싶어서.. 엄마 집에 언제 와? ”
“ 엄마도 아들 목소리 들으니까 너무 좋네. 근데 삼일 뒤에나 들어갈 것 같다. 엄마 보고 싶어? ”


그 말 한마디에 세진은 눈 녹듯 눈물을 주륵 흘렸다. 훌쩍거리는 소리가 분명 전화기 넘어서도 들렸을 테지만 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아들이 말할 때까지 기다릴 뿐이었다.


“ 응. 너무 보고 싶어. ”
“ 엄마도. 최대한 빨리 들어갈게. ”


근데 나 그때까지 못 버틸 것 같아. 너무 보고 싶은데 올 때까지 버틸 자신이 없어.


“ 엄마.. 사랑해... ”
“ 나도 사랑해 아들. ”
“ .. 일 잘 하고.. 나 끊을게. ”
“ 그래. 최대한 빨리 들어갈게. ”
“ 응. ”


세진은 결국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남자들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차마 말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말했더라면 이렇게까지 상황이 악화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을 머릿속으로는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입 밖으로는 꺼낼 수가 없었다.

‘아닌데. 이러면 안 되는데.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니 망설여진다. 하지만 나는 너무 지쳤고 힘이 든다. 더 이상 제정신을 유지할 자신도 살아갈 자신도 없다.’

세진은 앞으로 이와 같은 일이 또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신고를 하더라도 그들은 제대로 된 처벌 하나 받지 못한 채 자신만 그 트라우마를 영원히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세진은 바닥에 굴러다니는 연필과 종이를 잡아 한 글자씩 꾹꾹 눌러서 글을 적기 시작했다. 글을 적어내려갈수록 떨어지는 눈물에 글자가 조금씩 번지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 죄송해요. 형 중요한 시기인데 미안해. 못난 아들이라, 동생이라 미안해.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말하겠다고 했었지만 도저히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말하고 싶지 않았어요. 가족은 유일한 안식처인데 그마저도 사라질까 너무 무서웠어요. 가족마저 나를 이상하게 보면 정말로 저한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게 되어서 그렇게 될까 너무 두려웠어요.

저는 더럽지 않았어요. 병균 같은 것도 아니고 정신병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사람을 .. 남자를 좋아했을 뿐이에요. 누군지는 말하지 않을게요. 이기적이지만 가족이 그를 원망하지 않았으면 해요. 마지막까지 이기적인 동생, 아들이라 죄송해요. 마지막까지 제가 왜 이런지 잘 모르겠어요. 죄송해요.

엄마, 아빠, 형. 너무 사랑해요. 제 어두운 인생의 유일한 빛이었어요. 가족이 없었더라면 저는 이미 예전에 극단적인 생각을 했었을 것 같아요. 저는 지금까지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어요. 지금까지 너무 행복했고 즐거웠어요. 가족과 함께한 날은 행복으로 가득 차있었어요. 그러니까 혹시라도 자책하지 말아주세요. 엄마랑 아빠랑 형은 아무 잘못도 없어요. 그저 내가 너무 나약해서 그런 거예요.

제발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이건 부모님과 형 탓이 아니에요. 모두 제 책임이에요. 그러니까 제발 행복하세요. 마지막까지 이기적인 사람이라 미안해요.

사랑해요. 그리고 죄송해요.]


종이는 마치 세진과 같이 잔뜩 구겨져있었다. 밟히고 찢겨 엉망인 상태였지만 손으로 펴 이쁘게 접어두니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였다.


“ 아파..너무 아파. ”


세진은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다. 대충 바닥을 기어서 주방으로 향했다. 세진의 눈앞에 있는 것은 식칼이었다.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가득 흘러내렸다


“ 난 잘못한 것 없는데 내가 왜 피해자가 되어야 하는 거야. ”


세진은 무서웠지만 또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다른 모든 것보다 앞서나갔다.


“ 편해지고 싶어. 모든 것을 버리고 이제 쉬고 싶어. ”


하얀 물이 아름다운 핏빛으로 변하기 시작하자 세진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세진의 머릿속에는 복수심이 강하게 퍼져나갔다.



박성훈도 나와 같은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가 나를 좋아했으면. 그래서 후회를 했으면 좋겠다. 나를 좋아했던 것을, 그것을 표출했던 것을 후회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나는 그것을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 다음 생이 있다면 아무도 좋아하고 싶지 않아요. 아니.. 그냥 이번이 마지막 생이었으면 좋겠어요. ”

신이 있다면 마지막 소원 정도는 들어주세요.



화장실에는 물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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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0-19 00:54 | 조회 : 4,326 목록
작가의 말
최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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