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_짐승의 교육(1)

공 : 루카스 체이드
수 : 하유민

뱀파이어물
주인공x노예수

*자극적인 소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날이었다. 유민의 카페에는 시원한 음료를 마시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유민이 바쁘게 커피를 내리자 매장에는 고소한 커피향이 가득 매워졌다.


“ 커피 나왔습니다. ”


커피 내리는 것을 좋아하는 유민은 자신의 매장을 소소하게 꾸며나가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끊임없이 들어오던 주문이 끊기자 그는 시원한 커피 한 잔을 내려마셨다.


“ 날씨 좋다. ”


커피숍은 밤까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유민은 오랜만에 잡힌 술 약속에 조금 일찍 마감을 하고 커피숍을 나섰다. 시원한 맥주를 마실 생각에 들뜬 유민은 어두운 뒷골목으로 향했다. 가로등 하나 없는 샛길은 고양이들의 안식처였다. 조금 섬뜩하기도 했지만 유민은 발걸음을 빨리 옮겼다. 큰 길로 돌아가는 게 나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그때는 이미 반 이상 온 상태였기에 그는 그대로 갈 수밖에 없었다.


“ 으윽.. ”


골목을 걸어가던 유민의 발걸음을 멈춘 것은 작은 신음소리였다. 놀란 그가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조심히 걸어갔다. 어둠 속이었지만 그는 진한 피 냄새를 맡았다. 구름 속에 갇혀있던 달이 고개를 내밀고 약한 달빛이 그 둘을 비쳐주었다. 유민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잔인한 살인 현장이었다. 그는 놀라서 뒷걸음질을 쳤지만 살인범은 이미 불청객의 여부를 알아차렸다.


“ 뭐야 너. ”


좁은 골목에서 유민은 멀리 도망갈 수 없었다. 살인범에게 목덜미를 잡힌 유민은 그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 다 봤구나? 아니 못 봤을 리가 없지. 안 그래? ”


그는 계속 중얼거렸다. 혼잣말을 이어하던 살인범은 갑자기 킥킥 웃기 시작했다. 한참을 웃던 그는 덜덜 떨고 있는 유민을 향해 망설임 없이 칼을 내리꽂았다. 살인범은 실실 웃으며 유민의 배에 꽂힌 칼을 뽑은 뒤 다시 내리꽂았다. 고통에 유민이 비명을 내질렀다.


“ 아아악. ”


유민이 비명을 내지르자 그는 피범벅이 된 손으로 유민의 입을 막았다. 역한 피 냄새가 가득했다. 살인범은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장난치듯 말했다.


“ 귀 아프잖아. 공공장소 매너 몰라? ”


그는 유민의 배에 칼을 몇 번 더 박아 넣은 뒤에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신이 남아있었지만 유민은 손 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 유민의 피는 바닥에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살인범은 칼을 뽑아들었다.


“ 늦었어.. 늦었잖아. 애인한테 혼나겠다. ”


그는 그렇게 작게 중얼거리다 조용히 자리에서 벗어났다. 혼자 남은 유민은 옅은 숨만 간신히 내뱉고 있었다. 유민은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장도 많이 다친 상태였고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정신이 어지러울 정도였다. 그의 눈에 담긴 밤하늘에는 아름다운 달이 홀로 떠있었다.


‘오늘 날이 좋더니만.’




**


유민이 눈을 뜬 장소는 고급 진 느낌이 가득한 인테리어로 가득한 방이었다. 벽 한편에 있는 벽난로에서는 장작이 타닥타닥 불에 타고 있었다. 눈을 뜬 유민은 자신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쉽게 벗어날 수가 없었다. 침대에 앉아 주위를 잠시 살피던 유민은 하얀 상의를 급히 들어 올려 자신의 배를 봤다. 그의 배에는 칼자국이 선명하게 나있었지만 상처는 전부 나은 상태였다.


“ 여긴... ”


유민은 일단 밖으로 나가기 위해 침대에서 내려왔다. 갑자기 일어난 탓에 현기증이 일어났지만 그는 개의치 않아 했다. 침대 밑에 준비되어 있던 슬리퍼를 신은 유민이 자신의 몸 상태를 한 번 더 확인하고 있을 때 방 문이 열리며 아직 어린 여자 한 명이 방으로 들어왔다.


“ 저기.. 여기는 어디죠? ”
“ 곧 주인님께서 오실 겁니다. ”


그녀의 이름은 셰스, 성을 총괄하는 시녀장이었다. 셰스는 유민이 있는 침대로 걸어갔다. 그녀를 바라보던 유민은 그녀의 손길에 침대에 털썩 걸터앉았다.


“ 이게 무슨- ”
“ 루카스 체이드님이 오셨습니다. ”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 문이 다시 한번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는 가벼운 정장 바지에 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의 머리는 아름다운 은발이었다. 머리를 올백으로 가볍게 넘긴 그의 눈은 붉게 빛나고 있었다. 화려한 루카스의 모습에 유민은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 그.. 안녕하세요. ”
“ 이리 해놓으니 이쁘장하군. ”


루카스의 작은 중얼거림에 유민은 불쾌감을 살짝 느꼈지만 그대로 표현하지는 못했다. 유민이 루카스를 쳐다보자 그가 유민에게로 다가왔다.


“ 절 구해주신 분 맞죠? 감사합니다. ”
“ 아, 내가 널 데려왔지. ”
“ 여긴 어딘가요? ”
“ 내 성. ”


유민은 반말을 내뱉으며 무례하게 구는 루카스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유민은 그의 외모와 분위기에 그가 귀족임을 알아차렸다.


“ 구해주신 건 감사합니다. 근데 제가 가게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빚은 제가.. ”
“ 넌 못 가. ”
“ 네? ”
“ 내 성 노예로 쓰려고 데려온 거니까. 못 간다고. ”


유민은 루카스의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커튼이 쳐진 방 안에서 샹들리에가 반짝 빛나고 있었다. 유민은 머리가 아픈지 이마를 짚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으로 나가려는 그의 행동은 쉽게 저지되었다.


“ 앞으로는 날 주인님이라 부르도록. ”
“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까. 이건 감금입니다. ”
“ 이번 아이는 주제 파악이 느리군. ”


루카스는 유민의 팔을 잡아 커튼이 쳐져 있는 창문 앞으로 던졌다. 루카스의 행동에 유민은 반응도 하지 못한 채 바닥에 뒹굴게 되었다. 강한 힘에 팔에는 붉은 자국이 남아있었다.

‘무슨 힘이.’

루카스는 유민을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 셰스. ”


루카스의 불음에 침대 옆에 조용히 서있던 그녀가 움직였다. 창가로 간 셰스는 망설임 없이 커튼을 열었다. 샹들리에로 밝혀지던 방에 햇빛이 들어오자 방은 급히 환해졌다. 눈이 부실 정도의 빛이었다. 햇빛은 유민을 덮쳤다. 그는 밖을 바라볼 수도 없었다. 따뜻함이 느껴져야 하는 햇빛에서 그는 고통을 느꼈다.


“ 아아악. ”


유민은 햇빛에 노출된 얼굴을 급히 팔로 가렸다. 옷을 입었음에도 느껴지는 고통에 그는 방 안쪽으로 걸어갔다. 유민은 상황 파악을 하기에 바빴다.


“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
“ 가주님께서 죽어가던 당신을 뱀파이어로써 살렸습니다. ”
“ 뭐...? 요즘 세상에 그딴.. 말도 안되는 게.. ”


유민은 당황했다. 살이 조금 까진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이 그가 당황했다는 것을 바로 보여줬다. 루카스는 유민을 내려다보며 싱긋 웃었다. 루카스의 손짓에 셰스는 설명을 이었다.


“ 뱀파이어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왕과 귀족뿐. 그분들의 피를 많이 받을수록 저희는 강해집니다. 당신의 경우에는 가주님께 피를 거의 하사받지 못한 듯싶군요. 햇빛에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최하위들뿐이니까요. ”
“ 네 이름은? ”
“ ... 하유민.. ”
“ 뭐 나쁘지 않군. ”


루카스는 주저앉아있는 유민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루카스는 유민의 턱을 잡아 자신과 눈이 마주치도록 했다. 루비같이 빛나는 루카스의 눈을 바라보는 유민의 눈은 검은색이 섞인 탁한 붉은색이었다. 루카스는 마치 상품을 살펴보듯 그의 얼굴을 살폈다.


“ 뭐하는.. ”


유민이 루카스를 밀어내기 위해 그의 팔을 잡았다. 자신의 온 힘을 다해 그를 잡아당겼지만 루카스는 미동조차 없었다. 오히려 유민의 팔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유민의 고개를 돌려가며 그를 살펴본 루카스는 손을 풀어주었다.


“ 하.. 아니, 그쪽이.. 하는 얘기도 얼추 이해가 가는데.. 왜. ”


유민의 목소리는 꽤나 떨리고 있었다. 하루아침에 달라진 자신의 상황에 적응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유민이 말을 이어갈 때쯤 밖에서는 노크 소리와 함께 한 남성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 공작님. 왕께서 부르십니다. ”
“ 아, 그랬지.. 아가. 조용히 있으렴. ”


루카스는 마치 애완동물에게 하듯이 유민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은 후에 밖으로 나갔다.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루카스를 따라 나갔다.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유민은 방에 혼자 남겨져있었다. 방에 갇힌 유민은 탁자에 앉아 생각을 정리했다. 방문은 열리지 않았고 밖은 환했기에 나갈 수가 없었다. 흥분된 감정을 정리한 유민은 내부를 살펴보았다. 그곳은 방이라기보다는 작은 집이었다. 침대와 탁자 각종 서랍과 책들이 가득했고 한쪽에는 욕실이 있었다.


“ 하.. 시발. ”


유민은 의자에 앉았다. 생각을 정리해봐도 뾰족한 방법은 나오지 않았다. 유민은 문을 열어보기 위해 온 힘을 다했지만 아주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화풀이로 탁자 위에 있던 과일이 담긴 그릇을 바닥으로 던졌다. 방 안에서 큰 소리가 났지만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유민의 불안감은 증폭되어갔다. 계속 문을 두드렸지만 인기척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유민은 커튼을 살짝 열었다. 밖은 노을이 지고 있었다. 아직 해가 완전히 떨어지지 않았지만 꽤 어두워져있었다. 유민은 커튼을 살짝 쳤다.


“ 윽.. ”


햇빛이 닿자 그는 약한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큰 고통은 없었지만 약한 화상을 입은 듯한 고통이 그에게 느껴졌다. 그는 자신의 팔을 조심스럽게 바라봤다. 그의 피부는 햇빛으로 인해 붉어져있었다. 유민은 큰 결심을 한 듯 창문을 열었다. 그가 있는 곳은 3층 높이었지만 떨어졌을 때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유민은 아래에 아무도 다니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아래로 뛰어내렸다.


“ 하으읍.. ”


유민은 오른쪽 다리에서 몰려오는 고통에 자신의 손을 물며 소리를 죽였다. 유민은 고통이 더 몰려오기 전에 최대한 걷겠다는 심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은 울창한 숲 속이었다. 도시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곳이었다. 유민이 가는 방향은 깊은 숲 속이었다. 그는 제대로 된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걸어도 사람이 다니던 길이나 사람의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유민은 쩔뚝거리던 다리를 매만졌다. 벌써 하늘은 어두워졌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숲속에는 새가 날아다니는 소리만 들려왔다.


“ 하 시발 여긴 어디야. ”


유민은 자리에 주저앉으며 말했다. 다리에서 오는 통증 탓에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었다. 유민은 나무를 등받이 삼아 앉아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두웠던 탓인지 하늘에는 별들이 반짝이였다. 아픈 다리를 부여잡고 있는 유민에게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나뭇잎이 밟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조용한 숲속에 새소리와 함께 울렸다.


“ 아가. ”


화가 난 듯한 목소리였다. 유민은 흠칫했다. 위를 바라보던 그는 천천히 앞을 쳐다봤다. 어두운 곳에서 나오는 루카스의 모습은 낮과 다름이 없었다.


“ 어떻게.. ”
“ 네가 있는 곳을 내가 모를 리가 없지. ”


루카스는 유민에게로 천천히 다가왔다. 유민은 아픈 다리를 잡으며 그를 조용히 바라볼 뿐이었다. 유민에게로 가까이 다가서자 루카스는 그의 목을 강하게 잡았다. 유민이 그의 팔을 잡았지만 조여오는 숨통은 조금도 풀리지 않았다.


“ 감히 주인의 말을 어기고 도망친 것한테는 어떤 벌을 줘야 할까. ”


루카스의 눈이 붉게 빛났다. 유민은 누르는 손길이 점점 강해지자 근처에서 대기 중이었던 셰스가 루카스에게로 다가갔다.


“ 공작님. 그 이상 힘을 주면 그자는 죽습니다. ”
“ 아아, 안되지. ”


루카스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유민은 숨은 급히 내쉬며 자신의 목을 잡았다. 유민의 목에는 검붉은 색의 장미 모양의 문신이 새겨져있었다. 목을 감싼 모양의 문신에 셰스가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 콜록콜록- ”
“ 성으로 돌아간다. ”


루카스의 망토가 펄럭였다. 유민을 업은 셰스는 루카스의 뒤를 따라갔다. 어두운 숲속에는 새가 우는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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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1-20 02:20 | 조회 : 7,507 목록
작가의 말
최윤형

늦게 와서 죄송해요. 단편 말고 장편을 연재할까 생각 중입니다. 짧게 요약하려고 하니 생략돼서 어색한 부분이 너무 많은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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