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루나호텔로

05. 루나호텔로



“어이. 망할 동그랑땡 자식. 뒤통수 다시 한 번 더 갈겨버리기 전에 그만 찡찡대고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라. 응? 우리 동그랑땡, 아니 지수. 어른이잖아. 성인이잖아. 형사잖아. 아저씨잖아. 응? 말 듣자.”

“무..무서워.. 미안해 기루야. 내가 잘못했어. 그렇게 웃지 말아줘. 그냥 웃지 마. 내가 다 잘못했어. 묻는 말에 대답만 할게. 용서해줘. 기루야. 그리고.. 뒤통수도 좀 살려줘..”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한 마디로 닥치라는 나의 말에 김지수는 미안하다고, 웃지 말아 달라고했다. 즉, 한마디로 닥치겠다고 했다.

진작에 그래야지. 그래도 나이는 헛으로 먹은 게 아니네. 눈치도 있고. 아까 꼬맹이보다 훨씬 낫잖아. 아니, 아니지.

​이걸 못 알아듣는다면 김지수는 나이를 헛으로 먹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잖아. 아니, 아니.

이것도 아니잖아. 이런 걸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김지수.”

“네..넵!! 말씀만 하십쇼!! 뭐든 답하겠습니다. 하지만 누나야와의 진도라든가 그런건 곤란합니다. 신형사님!!”

“그딴 건 알고 싶지도 않고. 너 아까 내가 있는 곳까지 왔었지.”

“네!!”

“왜 왔어? 제일 처음 일어난 사건 현장인 루나호텔에 간다 했잖아.”

“아... 그게.. 있잖아.. 아니.. 음..”

내 말에 김지수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당황한 듯 눈동자를 굴리곤 말을 안 하고 어물적 거렸다.

뭐, 저 반응을 보니 대충 예상은 가지만. 그래도 들어는 봐야겠지. 물어본 건 나니까.

“어물적 거리지 말고. 제대로 답해, 김지수.”

“히힣 사실.. 앞뒤 안 가리고 일단 달리고 보니까.. 어디로 나가면 루나호텔이 나오는지 모르겠더라구.. 흫. 그래서 너라면 길을 알 거 같아서 어떻게든 돌아간거였는데..”

“하 예상대로네. 루나호텔은 일단 큰 길로 나가서 가야 돼. 즉, 이 골목에선 어떻게 간다 하든 못 간다고. 루나호텔에.”

“아 그렇구나. 역시 우리 신기루 신형ㅅ.. 아니 우리 신형사. 모르는 게 없어. 그러니까 아까 어린 여자한테도 대쉬받ㄱ..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빨리 가보자고, 기루야.”

김지수는 나를 향해 신기루 신형사라고 부를려다가 내가 노려보니 말을 바꾸었다. 그리고 아까 그 꼬맹이 얘길 하려고 해서 다시 노려보니 말을 바꾸며 빨리 사건 현장으로 가보자고 했다.

하여간에 학습 능력이 없어, 김지수. 뭐, 그게 김지수의 장점이라면 장점일려나.

내가 살짝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지으니 아까부터 계속 내 눈치를 보던 김지수는 표정이 환해지더니, 빨리 가자며 내 어깨에 손을 둘러 걷기 시작했다.

아마 내가 화났다고 생각했겠지. 그러다가 살짝 미소를 지으니까 화가 풀린 거라고 생각한 거고. 바보 동그랑땡.

화가 안 났다고 하기엔 거짓말이지만 그렇다고 눈치를 볼 정도로 그렇게 막 화가 난건 아니였는데. 그냥 조금 화가 난거고, 조금 많이 귀찮았고, 아주 많이 쉬고 싶은 감정이 섞인 거 뿐이였는데.

“그래. 빨리 가자. 빨리 가서 사건에 대해 뭐 좀 많이 알아보고, 알던 것도 다시 알아보고, 빨리 사건 해결하고 술 마시러 가자.”

내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김지수는 환하게 웃으며.

“응응. 우리 신기루 신형사하고 단둘이 술 마시려면 빨리 가서 사건 해결해야겠다.”

이 자식이. 또 신기루 신형사라고. 뭐, 괜찮나. 슬슬 딴지 거는 것도 귀찮고, 나도 김지수보고 김지수 동그랑땡 형사님이라고 불렀고, 망할 동그랑땡 자식이라고 업그레이드까지 해줬으니. 퉁 치지 뭐.

“그래. 망할 동그랑땡 자식. 우리끼리 알아본 거 오형사님, 윤형사님, 임형사님 그리고 반장님하고 공유하고 또 오형사님, 윤형사님, 임형사님, 반장님이 알아보신 거 우리랑도 공유해서 용의자 좁혀야지. 지금은 너무 모호하고 그러니까.”

“히익. 확실히 그러네. 지금 용의자는 여자에 170cm 정도 라는 거밖에 모르잖아. 여기서 좁히려면 갈 길이 멀다. 멀어. 아니 무슨 범인이 이렇게 용의주도하다냐. cctv도 다 부수거나 고장난 곳, 가짜인 곳에만 가고. 시간대도 새벽이나 밤에 꼭 정자나 꽃밭, 호텔 침대에 두고 가고. 시체도 깨끗하게 씻기고, 입히고. 꽃에 알 수 없는 숫자에. 아주아주 가끔가다 찍히는 영상 속 여자는 피부색도 항상 다르고, 가발인지 머리 색도 바뀌고, 몸도 꽁꽁 감싸버리고. 덕분에 체격도 잘 모르겠잖아. 이거 다 알아내려면 시간 부족한 거 아니야? 너랑 술 평생 못 마실 수도 있겠다.”

“평생은 무슨 평생. 그 우울한 듯한 아닌 듯한 표정 풀고. 계속 인상 쓰면 주름 생긴다. 그러면 못생겨져서 루하 누나가 헤어지자고 할 수도 있다? 힘내.”

나는 김지수의 미간을 누르며 내 나름대로 인상을 펴주다가 헤어지자고 할 수도 있다고, 힘내라고 말하며 내 어깨에 있는 김지수 손을 풀곤, 어깨를 2번정도 두드리곤 앞으로 걸어가며 아까부터 몇 십 분이나 있던 드디어 골목을 벗어났다.

아니 1시간은 훨씬 넘었을려나. 오래 있었지.

“너무해, 신기루. 차이긴 누가 차인다는 거야. 그런 불길한 소리 하지마라. 그리고 같이 가!! 나 길 모른단 말이야!! 돈도 없어!! 야!!! 무시하는 거야?! 신기루!! 야!!!!”

신기루의 찡찡거림을 가볍게 무시하곤 도로 쪽으로 가 택시를 잡으려는 나의 행동을 보고 무시하지 말라며 시끄럽게 소리지르는 김지수에 나는 시끄럽다고 그만 소리지르라고, 여기 공공장소인 거 모르냐고 하며 양손의 검지를 제외한 손가락을 접은 다음, 팔을 들어 검지로 귀를 막았다.

귀를 막고 있으니 김지수는 빨리 뛰어 왔고, 택시를 잡아 빨리 타라고 말했다.

이게 누가 보면 자기가 택시비 내는 줄 알겠네. 빨리 차 수리 맞기든가 해야지. 당장 오늘 밤이라도. 애초에 내 차도 김지수가 고장낸건데. 지 운전 알려달라고 부탁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내가 어리석었다. 반성하자, 신기루.

나는 차에 타서 운전수 할아버님께 루나호텔로 가달라 했고, 우리는 몇 분 뒤 루나호텔에 도착했다.

“자! 그럼 사건 현장인 404호로 가서 다시 사건에 대해 더듬어 볼까나. 가자 신기루 신형사.”

“말 안 해도 그럴 거다. 망할 동그랑땡 자식아.”

2
이번 화 신고 2019-08-12 22:30 | 조회 : 1,132 목록
작가의 말
Uare

흰 나팔꽃 : 넘치는 기쁨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