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대쉬 받았어?


04. 대쉬 받았어?



“꼬맹아, 너 꼬맹이 맞아. 27살 아저씨가 보기엔 너무나도 꼬맹이지.”

“아!! 나 꼬맹이 아니라고. 왜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듣는지 몰라. 남의 말 안 듣고 그러면 사회생활 못 하거든요? 그러니까 내 말 듣고 나랑 밥 먹자고! 자, 번호 찍어요.”

“걱정 안 해줘도 제대로 사회생활 잘하고 있다. 그리고 그건 내가 할 말 같네. 꼬맹아, 남의 말 안 듣고 그러면 사회생활 잘못 해. 그러니까 아저씨 말 듣고, 아저씨는 가고. 됐지?”

손가락으로 이마를 가볍게 튕기며 말을 한 나를 보며 꼬맹이는 짜증 난다는 듯 내 눈을 째려보며 다시 말을 하기 시작했다.

“거짓말. 누가 이런 오후에 돌아다녀요? 백수잖아요.”

“그러는 너는. 이런 평일 오후에 돌아다니는 너는 뭐냐.”

“나는 개교기념일이거든요?”

아 개교기념일. 부럽네. 학생들은 개교기념일이 있었네. 우리도 개교기념일 같은 거 없나? 처음으로 경찰서가 생긴 날이라던가. 뭐 그런 거.

혼자서 성인들의 개교기념일을 생각하고 있던 나를 꿰뚫어 보기라도 한 건지 꼬맹이는 한심하다는 듯 나를 쳐다보더니 다시 빼액 거리며 백수 맞다고, 백수니까 밥 사주는 거 기쁘지 않냐고, 밥 먹자고, 그러니까 번호 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대체 이 논쟁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건가.

“그래그래. 개교기념일이 있는 고등학생 꼬맹아. 이 27살 아저씨는 형사란다. 강력계 형사. 지금은 미아가 된 거 같은 동그랑땡 형사를 찾고 있고. 대답이 됐으려나.”

형사라는 내 말에 꼬맹이는 살짝 놀란 듯, 당황한 듯 나를 쳐다보며 진짜 형사라고 반문했고, 그에 나는 진짜 형사라고 대답했다.

대답을 한 후 나는 진짜 가려고 했지만, 그건 다시 꼬맹이에 의해 저지되고 말았다.

하.. 슬슬 진짜 화날 거 같은데.

나는 화난다는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꼬맹이한테 또 뭐냐고 물었고, 꼬맹이는 번호만 주고 가라고 말했다.

진짜 됐다니까 왜 자꾸 이러는 거야. 눈치까지 없는 건가. 이 정도 했으면 포기할 법도 하잖아.

“꼬맹이랑 밥 안 먹는다니까.”

“아아 알겠어요, 알겠어. 그럼 번호만 주고 가요. 번호만.”

“하.. 꼬맹이한테 줄 번호 없다.”

“아 그놈의 꼬맹이. 아저씨 나 꼬맹이 아니니까 번호 줘요.”

“아, 네네. 꼬맹이 아가씨. 번호는 포기하시죠. 꼬맹이 아니니까 억지 부리지 말고.”

“아, 그만 좀 튕겨요!! 나 아저씨한테 관심 있으니까 번호 달라구요.”

“튕기는 거 아니고. 넌 내 스타일 아니고. 그러니까 좋아하게 될 일도 없고.”

“아저씨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나를 좋아하는 걸 넘어 사랑하게 될 수도 있잖아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나니까 알겠지. 나보다 내 마음을 더 정확히 아는 사람이 어디 존재하긴 하냐.”

“억지야..”

“이건 또 무슨 소린지. 억지는 누가 부리고 있는데. 그만 포기해라. 이제 진짜 가야 하니까 .”

“그러니까 번호 주고 가라구요, 번호!!”

“그러니까 그만 포기하라고, 번호.”

“아니 무슨 남자가 이렇게 쩨쩨해. 번호 하나 가지고 어디 덧나나.”

“그 번호 하나 가지고 사람 못 가게 잡고 있는 꼬맹이는 얼마나 쩨쩨하냐.”

그렇게 이 논쟁은 몇 분동안이나 계속 됐다. 아니 애초에 논쟁이 맞긴 한걸까. 이건 그냥 억지잖아.

하 귀찮아. 김지수랑 동급이야. 정말 대단하다, 대단해.

“하.. 졌다. 졌어. 그래, 꼬맹아. 니가 이겼다. 번호 줄게. 자, 됐지? 나 이제 간다. 잡지 마라 .”

길고 긴 논쟁 아닌 논쟁에 지친 나는 결국 꼬맹이에게 휴대폰을 달라한 뒤 번호를 찍어 준 다음 이제 간다고 말을 했고, 꼬맹이는 무척이나 기쁜 듯이 환하게 웃으며 휴대폰을 들곤 방방 뛰었다.


“히히히힣 . 결국 줄거면서. 진작 주면 좀 좋아요, 아저씨? 잘가요, 아저씨. 연락할게요. 꼭 할 거예요. 그러니까 내 연락 씹거나 그러면 안 돼요. 알겠죠? 히히히히힣.”

쟨 뭐가 좋다고 저렇게 헤실대는 건지. 하. 나만 귀찮게 됐잖아. 김지수 같은 애가 한 명 더 늘다니. 하아. 진짜 김지수 같은 애가 한 명 더. 하아아. 이러다가 스트레스로 죽는 게 아닌지 몰라. 하아아아. 진짜 술이 필요해. 휴식이 필요해. 빨리 이 짜증 나는 사건이 끝났으면 좋겠다. 망할 범인 자식. 잡히긴만 해봐. 잡히면 한 대라도 좋으니까 때려야지.

나를 이렇게 귀찮게 만든 죄는 무거우니까.

김지수를 찾는 것과 동시에 계속해서 푸념을 하던 나는 찾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멈추게 되었다. 찾았다, 저 동그랑땡 같은 뒤통수는 분명 김지수야.

저 동그랑땡 망할 자식. 나는 자기 때문에 얼마나 귀찮고 힘들었는데, 정작 본인 되시는 분은 한가하게 휴대폰을 하고 있어? 간다는 사건 현장에는 안 가고? 진짜 망할 자식.

나는 김지수가 알아채지 못하게 조용하면서 신속하게 김지수 뒤통수를 향해 전력으로 뛰었고, 전력으로 뒤통수를 갈겼다.

“아!! 누구야!! 아, 이게 누구야. 어린 여자한테 대쉬 받은 신기루 신형사 아니야~ 흐흫. 그래서 번호는 잘 줬어? 이야. 우리 신기루 신형사 다시 봤어. 하긴 우리 신기루 신형사가 잘생기긴 했지? 키도 크고, 여자들이 설레하는 흑발에, 하얗고, 보호 본능을 자극하지만 형사고, 몸도 탄탄하고. 캬. 여자들이 안 미칠래야 안 미칠 수가 없지. 물론 우리 누나야한테만 빼고! 우리 누나야는 나만 좋아하니까.흐흐흫.”

이게 정말 미쳤나. 그것보다 내가 대쉬 받은 건 어떻게 안거야? 어린 여잔건 또 어떻게 안거고.


설마 이 자식.

“너 설마 다 봤냐?”


“우리 신기루 신형사 부끄러워하는 거야? 이런 기루 처음이얏! 물론 표정은 아무렇지 않지만..”

“부끄러워하긴 누가 부끄러워한다는 건지. 누구 때문에 그렇게 된 건데. 그리고 거기까지 왔으면 왔다고 말을 해야지, 그냥 가는 건 또 뭐냐? 응? 망할 동그랑땡 자식아.”

김지수는 내가 앞에 말 한 건 들리지 않았다는 듯 무시하고 망할 동그랑땡 자식에만 반응을 하며 김지수 동그랑땡 형사님에서 망할 동그랑땡이 됐다며 찡찡거리기 시작했다.

아 괜한 말을 해서 또 귀찮게 됐네. 진짜 망할 자식.

뒤통수, 한 번 더 갈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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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8-11 21:12 | 조회 : 1,176 목록
작가의 말
Uare

치자나무 : 한없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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