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꼬맹이

03. 꼬맹이



“찾았다, 나의 100점”

뭐라는거야.

긴 생머리에 갈색 머리를 한 어떤 꼬맹이가 나와 고양이를 보면서 찾았다, 나의 100점이라고 말을 했다.

어디 아파보이진 않는데. 나의 100점이라니. 나한테 한 말인가? 아님 주변에 누가 있나?

나는 고개를 두리번 거리며 주변을 살펴봤지만 이 골목엔 나와 고양이, 그리고 갈색 머리의 꼬맹이밖에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 아니면 고양이한테 한 말이란건데. 뭐 상관없나. 괜히 신경쓰고 그러면 귀찮을테니 그냥 흘려버리자.

그렇게 나는 갈색 머리 꼬맹이가 한 말을 흘려버릴려 했지만..

아니 쟨 왜 저런 눈으로 날 보는거야? 마치 날 지금까지 계속 찾아왔던 되게 소중한 사람보듯한 눈을 하고 말이야.

아 귀찮아. 이게 다 동그랑땡 자식 때문에. 그 자식이 이렇게 막 뛰어가지만 않았어도 이럴 일을 없었을텐데. 아니지. 이게 다 짜증나는 사건때문인가. 그보다 대체 그 사건에 범인은 누구라냐. 아, 무리무리. 계속 생각했다간 형사가 된 나, 자신을 욕할 거 같애. 아니지. 애초에 형사가 같이 되자고 한 건 김지수잖아. 역시 동그랑땡, 이 자식이 문제네. 난 왜 얘랑 친구가 된 거지.

하.. 귀찮아. 술 한 잔하고, 푹 자고 싶다.

“아. 휴식이 필요해..”

김지수의 욕으로 시작해 김지수의 욕으로 끝난 나의 푸념은 휴식이 필요하단 결론이 났다.

확실히 최근 3달정돈 거의 집에 들어가지 않았었지. 역시 범인을 잡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 . 애초에 그 범인이라는 놈이 남긴 꽃이나 숫자는 대체 뭐야. 발견 장소도 일관성있고.

그렇게 나의 푸념은 다시 시작되었다. 몇 분이 지나도 푸념을 그만두지 않았다. 물론 고양이도 계속 쓰다듬었다.

그렇게 다시 몇 분이 지나니 나는 슬슬 갈색 머리 꼬맹이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부담스러운 눈빛 좀 치워주면 안 되나. 언제까지 볼 생각인거야, 쟨.

꼬맹이는 나를 천천히 위에서 아래로 훑었다. 그리곤 다시 위로 올라와 내 몸 하나하나를 자기 눈에 담겠다는 듯 부담스럽게 쳐다보기 시작했다.

하. 한 마디 해야 하나.

“저기.”

“나비야. 왜 또 여깄어? 우리 나비 없어진 줄 알고 언니가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진짜 널 누가 말리니. 또 모르는 사람한테 밥 얻어먹곤.”

꼬맹이는 한 마디 하려던 나의 말을 끊고 고양이를 나비라 칭하며 다가가더니 쭈구리고 앉아 고양이를 쓰다듬고, 살짝 꼬집기도 하면서 왜 여기 있냐, 자기가 얼마나 걱정한 줄 아냐며 고양이를 타이르기 시작했다.

이 고양이, 저 꼬맹이네 고양인가? 왠지 사람을 잘 따른다 했어.

“이 고양이 너네 고양이냐? 잃어버리지 않게 잘 관리해야지.”

“이 고양이가 아니라 나비예요. 나비.”

센스가 참. 나비라니. 김지수같구만.

“나비라.”

고양이를 보고 나비라 칭한 나를 보고 꼬맹이는 웃으며 다시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래요, 나비. 그리고 우리집 고양이 아니예요. 나비는 길냥이거든요. 전에 한 번 이 골목에서 나비한테 먹이를 줬거든요? 그러니까 그 뒤로 저를 되게 잘 따르더라구요. 그래서 계속 먹이도 챙겨주고, 이름도 붙여주고 그런거죠. 근데 우리 나비가 사람들을 원체 잘 따라서 사람들을 따라가는지 가끔가다 집에 없더라고요. 오늘도 그런가 보다 하고 찾으러 왔는데, 정답이였네. 나비 요녀석. ”

길고양이가 사람을 이렇게 잘 따른다고?

의아하던 나는 꼬맹이의 말을 전부 듣고나서야 납득했다.

고양이 주인은 아니지만 고양이 주인같은 사람도 왔겠다. 슬슬 나도 김지수 찾으러 가야지. 근데 얘는 나라는 존재를 까먹은 게 아닐까. 전화 한 통이 없냐. 동그랑땡 자식. 만나면 패주겠어.

나는 고양이를 한 번 가볍게 쓰다듬고 일어서서 다시 김지수를 찾으러 가려고 했다.

하지만 나의 그런 행동은 꼬맹이에 의해 저지당하고 말았다.

“뭐야.”

“저기. 나 할 말 있는데.”

꼬맹이는 뛰려고 하는 나를 보더니 팔을 잡곤 수줍은 듯 할 말이 있다며 나를 가지 못하게 했다.

마치 고백하려고 하는 여자처럼.

“빨리 말해라, 꼬맹아.”

“나 꼬맹이 아니거든요? 아니, 이게 아니지. 저기 우리 나비한테 맛있는 밥 사줬으니까 제가 오빠한테 밥 사줄게요. 그러니까 번호 주세요.”

“뭐?”

“그러니까 번호 달라구요. 오빠. ”

얘는 뭐라는 거니. 김지수 찾으러 가는 길이 바쁜데, 번호를 달라고? 거기에 오빠? 대체 누가 오빠라는 건지. 아저씨겠지.

아 귀찮아, 이 꼬맹이.

“꼬맹아, 나 오빠 아니다. 아저씨지. 그리고 밥 사준 건 어디까지나 내 의지였으니까 딱히 니가 나한테 밥 안 사줘도 돼. 그 돈으로 고양이한테 맛있는 밥이라도 사줘라. 그럼 난 간다.”

말을 끝내고 다시 김지수를 찾으러 가려던 나를 이 꼬맹이가 다시 잡았다.

아 진짜 김지수같은 애네. 귀찮아.

“아아 잠시만요. 다른 남자들은 오빠라 부르면 좋아하던데.. 알겠어요. 오빠라 안 부르고 아저씨라 부를게. 됐죠? 그러니까 나랑 밥 먹어요. 내가 사줄게. 응?”

비싼 음식도 괜찮다며 자기 돈 많다고, 그러니까 번호 달라는 꼬맹이에 말에 나는 꼬맹이랑은 밥을 안 먹는다고 다시 거절했다.

근데 이 꼬맹이는 존댓말을 하는 거야, 마는 거야. 요즘 애들은 알 수가 없어.

“내 말 알아들었지, 꼬맹아. 난 간다. 이제 잡지 마라.”

“아아 나 꼬맹이 아니거든요? 나 고 2예요, 18살! 내일 모레는 성인이고. 그러니까 나랑 밥 먹어요. 내가 사준다니까?”

하.. 짜증나. 귀찮아. 싫다니까 얘는 왜 대체 이러는 거야. 자기 나이 또래에 맞는 남자아이랑 밥을 먹든가, 친구들이랑 먹든가.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 진짜 김지수 같아. 이정도로 완곡히 거절했으면 적당히 알아들어야지.

아.. 진짜 오늘 일진 왜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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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8-08 20:41 | 조회 : 1,138 목록
작가의 말
U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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