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찾았다, 나의 100점


02. 찾았다, 나의 100점.



“하아.. 뭐야. 이번에도 공통점은 우리 신기루 신형사처럼 얼굴의 감정이 잘 들어나지 않고, 표정이 없는 사람이 피해자였다. 뭐 그런 거밖에 없잖아 ”

아.. 김지수 진짜. 신기루 신형사라고 하지 말라니까. 그게 뭐야.

음 하지만 뭐. 진짜 얼굴의 감정이 잘 들어나지 않는 사람이 피해자였다는 거 외엔 아무것도 찾질 못했잖아. 이번 cctv 는 범인이 고장냈고. 야구 배트로.

발견 장소는.

“꽃밭인가..”

“엥? 뭐야. 우리 신기루 신형사. 뭐 걸리는 거 있어?”

이게 진짜.

나는 김지수의 코를 위로 밑으로 잡아 댕기며 말했다.

“있겠냐. 그냥 사건 현장 생각하다 말해본거지. 그것보다 신기루 신형사가 뭐냐고. 그만 하랬지, 그거. 이 동그랑땡이 ”

“아아아아 아파아파아파. 이것 좀 놔주라, 기루야. 응? 기루야앙. ”

에휴. 귀찮은 자식.

내가 잡은 코를 놔주자 김지수는 내가 잡아 댕겨서 빨개진 코를 비비며 찡찡거리기 시작했다 .

“아프잖아, 진짜. 신기루 신형사 너무해. 내가 신기루 신형사라고 말해서 이렇게 하다니! 그리고 동그랑땡이라고 하다니! 나 삐졌어!!”

아아. 이게 어딜봐서 27살이냐고. 이제 아저씨 다 돼가는 주제에 이런 걸로 삐지기나 하고. 아니, 애초에 내가 잘못하건가? 전부터 그렇게 그렇게 신기루 신형사라고 부르지 말랬는데 계속 말한 건 얘잖아. 그리고 동그랑땡은 정말 닮았는걸.

머리는 밝긴 하지만 갈색 계열이여서 덜 익은 동그랑땡 색같고, 머리는 파마해서 곱슬거리고, 눈은 동그라고. 그냥 동그랑땡인데?

생각하니까 열받네.

“닌 그냥 봐도 동그랑땡이잖아. 이 김지수야. 너 이제 27살이다? 아저씨라고. 이런 걸로 삐지지 마라. 귀찮으니까. 그리고 신기루 신형사라고 그렇게 부르지 말랬는데 계속 부르는 건 니잖아. 어디서 내가 잘못한 거처럼 말하고 있어.”

“아아아아 아파!! 미안해 기루야. 내가 잘못했어. 이제 안 부를게. 안 삐질게. 귀찮게 안 할게. 진짜 정말 약속! 나 믿어도 돼! 우리가 얼마나 오래된 친군데. 우리 눈빛만 봐도 알잖아? 응?”

내가 다시 김지수의 코를 잡아 댕기니까 미안하다며 빌기 시작한 김지수는 신기루 신형사라고 안 부르고, 안 삐지겠다고 약속이라며 새끼손가락을 보여 까딱이기 시작했고, 자신은 믿어도 된다며 우린 오래된 친구고, 눈빛만 봐도 안다며 나를 향해 윙크하기 시작했다.

아아 역시 어딜 봐서 이게 27살 아저씨야.

나는 김지수의 코를 잡아 댕긴 손을 들어 이마를 두 손가락으로 툭 치고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그래. 믿습니다. 김지수 동그랑땡 형사님.”

내가 김지수를 향해 김지수 동그랑땡 형사님이라 말하니 김지수는 다시 찡찡거리기 시작했다 . 그러다 갑자기 내가 웃은건 천년만이라며 오늘은 뭔가 범인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쟨 또 어디로 달리는 거야. 내가 웃었다고 범인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건 또 뭐야. 이런 걸로 얻었으면 하루종일 웃고 다녔겠지, 바보가.

아, 역시 그건 힘들려나. 안 쓰던 얼굴 근육을 사용해야 하니까 하루종일은 무리겠다. 뭐 어쨌든.

“야!! 김지수 너 어디로 뛰는 거야?!”

김지수는 뒤를 돌아 웃으며 처음으로 일어났던 사건의 현장인 루나호텔로 가본다며 지금까지 일어났던 사건 현장을 싹 돌면 뭔가 알 거 같다는 말을 하며 다시 뛰어가기 시작했다 .

아아 쟨 길은 알고 뛰어가나 몰라. 루나호텔에 가려면 일단 이 골목을 빠져나가 큰길로 나가서 호텔까지 가야 하는 건데. 쟨 뭐 또 이렇게 빨리 뛰는 거야.

아, 귀찮아. 이런 귀찮은 걸 상대하려면 루하 누나도 분명 엄청 힘들텐데. 고생이 많겠다. 루하누나. 아, 아니구나.

루하 누나쪽에서 김지수한테 고백한 거였지.

비슷하네. 둘이.

“하아.. 하아아..”

그것보다

“힘들어.. 김지수 대체 어디까지 뛰어간거야. 하.. 쓸데없이 달리기만 빨라서 사람 귀찮게 만들고 있어. 하아.. 하아.. 휴.. 이러다가 나나 걔나 길 잃는 거 아닌가 몰라. 전화 해야 하나. 이게 대체 어디가 27살 아저씨야. 얜 이걸 대체 몇 번 말하게 하는 거야. 정말 대단하다, 김지수.”

정말 대단해. 나를 귀찮게 만드는데 뭐 있다니까. 이제 다시 출발해 볼ㄲ

냐야야야야옹 -

응? 냐옹?

냐야야야야야야옹 -

냐옹? 아, 길고양인가. 하긴 이 골목길, 벽 많이 있으니까 고양이들 좋아하겠네. 영화나 그런데서 고양이들이 잘 올라가던데.

자. 그럼 다시 김지수 찾으러 가볼까.

“아! 깜짝이야. 놀랬잖아, 고양아.”

내가 뛰려는 순간, 검정색과 흰색이 섞여 있는 고양이가 내 발목 쪽에 고개를 비비고 있었다 .

언제부터 내 발쪽에 있었지? 그것보다

“위험하잖냐, 고양아. 내가 만약 뛰었으면 넌 내 발에 고개 맞았을 거라고? 조심해야지. 안 그러냐, 고양아?”

뭐야. 왜 말을 안 해. 아까까진 잘만 울더니.

내가 쭈꾸려 앉아 고양이의 뒷목 쪽을 잡아 들어 올려 눈을 마주치며 말을 하니 울지를 않는다.

이게 아닌가?

“고양아. 사람이 말을 하면 대답을 해 줘야지. 뒷목 잡은 게 아픈가. 아님 어디가 아프다거나 , 배고프다거나? 말을 해줘야 알 거 아니냐.”

말을 하고 고양이의 뒷목을 잡을 걸 풀어주니 다시 내 발목 쪽에 와서 고개를 비비기 시작했다.

뭐지. 쓰다듬어 달라는 건가.

냐햐햐햐햐햐옹 -

“뭐야. 이거였냐, 고양아.”

내가 한 손은 고양이의 얼굴을 받치듯 잡고, 다른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기분 좋다는 듯 고양이가 울었다.

아 다른 사람들이 고양이라든가 강아지라든가 그런 작은 동물을 보면 힐링 된다는 게 이런 뜻이였구나. 아까 김지수한테 받은 짜증이 다 날라가네.

그렇게 나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조금 더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그러니 다시 고양이가 울기 시작했다.

“뭐야. 왜 또 울어. 배가 고픈건가. 이 근처에 슈퍼나 편의점이 있었던가..”

나는 일어서서 주변을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다.

여긴 없는 거 같고. 저 골목을 돌면 나올려나.

“조금만 기다려라, 고양아. 금방 갔다 올게.”

나는 고양이를 다시 한 번 가볍게 쓰다듬곤 슈퍼나 편의점을 찾아 달리기 시작했다.

“아, 저기 있네. 바로 근처였잖아.”

중얼거리는 내 앞에는 조금 낡아 보이는 슈퍼가 있었고,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가 제품들을 가볍게 훑기 시작했다.

근데 고양이는 뭘 먹는 거지.. 참치랑 우유면 될라나.. 아, 접시도 사야지.

“ 4200원입니다.”

“네, 여기요. 잔돈은 안 주셔도 돼요. 안녕히 계세요.”

잔돈도 받지 않고 나는 물건을 산 즉시 뛰어 고양이의 곁으로 돌아갔다.

다행히 어디 안 갔어.

봉지에서 참치, 우유, 접시를 꺼내 각각 포장 되어 있는 걸 뜯어 접시에 우유와 참치를 덜어주니 맛있게 먹는다.

“맛있니, 고양아? 많이 먹으렴.”

고양이가 먹는 걸 바라보던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양이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어..!!”

응, 뭐지? 어떤 꼬맹이가 내 쪽을 보며 이상한 말을 중얼거렸다.

“찾았다, 나의 100점.”

3
이번 화 신고 2019-08-07 23:06 | 조회 : 1,122 목록
작가의 말
Uare

튜베로즈 : 위험한 쾌락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