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사단장님....”
나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기사단장에게 말을 건냈다
“음? 왜 그런가?”
왜 부르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
저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을 보니
기사단장 쟤는 내가 당연히 네 알겠습니다 하고
받아들일 줄 알았나본데..
천만에 말씀!
‘난 황자와 하하호호거리며 친분 다질시간이 없단 말이다!!!’
내 지금 심정같으면 무조건 거절에 거절 또 거절이다
‘황자와 친분이라니 그런건 소원으로 생각해둔적도 없다고요..’
그래도 제국의 황자를 단칼에 거절할 순 없기에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내 필살기를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그게....”
“편히 말해보게나”
기사단장이 말해봐라는 소리에 이제 입을 털 시간이다
“네..그게...미천한 제가 어찌 황자님과 친분을 맺다뇨..황자님의 신분에 해가 될까봐 두렵습니다 또한 우월한 제국의 2황자,유메헨 황자님께서 직접 저에게 요구한 것이 아니기에 황자님 입장에서 저를 어떻게 볼 지..처음에 예의를 표하는 장소에서 저는 황자님의 압도적인 모습에 실수를 했을 뿐더러 황자님의 친분을 다지기에도 다소 무리가 있어보입니다 부디 다시 한번 생각해주시면 안될까요?”
크으ㅡㅡㅡ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항상 볼 게 없어서 보던 중세 유럽 배경 판타지 순정/로맨스 만화를 봤던 덕이로구나!!
조금 불쌍한 눈빛을 지어보며 눈물을 글썽이는 나의 혼신의 연기에 다들 속은 듯 움찔거리는 게 보인다
그렇지 19살이긴해도 자신들의 3분의 1정도밖에 안되는 키를 가진 꼬마얘가
안절부절 못하며 눈물을 글썽이는데
그 누가! 연약해 보이는 어린이를!
그 대~단한 황자의 호위무사로 삼겠어!
주변사람들이 술렁거리는 게 들리자
이건 100%성공했다며
지금 난 마음 속으로 계속
‘예쓰!!!!!!!’
라는 단어만 반복하며 마음속으로 축제를 벌이고 있었고
아까 예의를 차리며 말했던 문장에 큰 희열을 느꼈다
“음...그렇군요 황자님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했군요..”
기사단장이 일리가 있다는 눈초리로 나를 쳐다봤다
“크흠”
헛기침을 하면서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계속 진정시켰다
‘그냥 황자랑 오래 친분 다지기보다는 그냥 대충 호위하는 둥 마는 둥하면서 루드나 찾아다니는 게 내 계획이다!!!’
진짜 내 계획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아 90%확신을 가졌다
하지만..
“우.월.한. 제국의 황자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기사단장은 내 꼼수를 알았다는 듯 내가 한 말을 비꼬며말했다
‘참나 지보다 한 살 어리고 겉모습만 봐도
10살짜리 남동생같은 얘랑 뭔 친분을 다지겠다고..
나 같아도 거절하ㅈ..’
“난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아
이런.
황자는 나랑 친해지고 싶어했구나 ...
황자의 그 녹색눈이 기대감에 찬 듯 조용히 반짝이면서 날 볼 때 깨달았어야했는데....
난 황자에게 극혐이라는 듯이 표정을 보냈지만
황자는 이 표정마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듯이
그저 싱긋 웃으며 고개를 갸우둥거렸다
“역시 황자님께서는 요한군과 친분을 다지고싶군요!!그럴 줄 알았습니다!!”
기사단장이 기다렸단 듯이 말하는 모습에
정말 기분이 더러웠다.
‘젠장....대체 왜??’
말도 안된다며 다시 황자를 쳐다보니
아직도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싱긋 웃기만한다
‘아...진짜 내 계획은 다 망했어!!!’
유메헨 황자와 친분을 쌓아라니..?
별로 내 최애도 아니고 블랙헤이즈에서도 분량이 그렇게 크지는 않아서 무시하던 사람이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된거지...’
난 황자를 힐끗 봤다
물론 직접 마주해보니 잘생기긴 잘생겼다
웃을 때마다 접히는 눈꼬리에
화려한 용모가 계속 눈길을 끌긴 했으나..
‘내 마음 속 최애는 우리 루드밖에 없다고ㅜㅠㅜ’
한시라도 빨리 루드 곁에 있고싶은데
‘왜 이렇게 꼬인거야ㅜㅜ”
“요한군 정말 잘.됬.군.요.”
기사단장은 니가 아무리 뛰어봤자 내 손바닥 안이라는 눈빛으로 날 쳐다보며 흐뭇하게 웃고있다
그걸 보고 난 드디어 깨달았다
“아...네...하하....그러게요...”
난 이 기사단장이라는 사람이 마음에 안든다
‘짜증나!!!!!!!!!’
재수없는 기사단장에
눈치없는 잘생긴 황자까지
정말 화가나서 여길 당장 뛰쳐나가고싶었지만
저 뒤에서 보이는 내 아빠라는 자가
에메랄드 빛 눈동자로 안 그래도 빛나보이는 눈인데
나를 보면서 대견하다는 듯 니가 자랑스럽다는 듯
반짝이며 쳐다보는 시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난
이 날 이후로 황자의 호위무사로서
황자 옆을 지켜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