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발현(1)

‘이제 우리는 서로를 의지하자.’

…형. 보고싶어. 나는 아직도 그 검고 끔찝한 철장에 갖혀있는 것같아. 스스로가 괴물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이 끔찍하기만 해.

‘여기서 나가면 그때는 서로가 의지하며 지내는 거야. 마음속 상처가 나을 때까지. 계속.’

그런데 형….

‘내 이름은 …이라고 해. 꼭 기억해.’

잘 안들려. 어련풋이 보이는 푸른 눈동자가 철장 너머로 손을 뻗어서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아직 하얗게 변하기 전에 붉은 빛을 띈 적갈색의 머리카락은 더러웠지만 아무렇지 않게 쓰다듬으며 안심시켜준다.

‘내가 지킬게. 맹세해.’

작은 얼굴이 흐릿하지만 확실하게 나에게 각인 되었다. 그건…서은성이었다.

‘너만은 반드시….’

날 지켜준다고 그런 주제에 왜 날 잊은 거야? 서은성. 아니, 형. 날 잊어버린 주제에 더이상 흔들지 말라는 거야.

“이지한!”

어깨를 붙잡고 흔들어 깨우는 힘에 의해서 잠에서 깰 수 밖에 없었다.

“…형.”

매달리듯이 서은성의 옷깃을 잡아 그 품에 파고든다. 바다와 닮은 페로몬이 기분이 좋았다.

“…너, 지금 아파서 이러는 거야.”

“…응.”

아파서 이런 것이다. 내가 이렇게 마음이 아픈것도 나는 당신을 기억해 냈는데 당신은 날 잊었다는 사실에 상처받은 것도. 전부 아파서 그런 것이다.

“일어날 수 있겠어?”

지한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숨이 막힐 듯 온 몸이 뜨거웠다. 갈증이 난다. 무언가를 채우고 싶다.

그때 자동차 밖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올리는 손길에 짜릿한 저류가 흐르는 듯한 아찔한 감각이 들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는 지금 내가 가장 필요한 것이었다.

서은성의 품에 안긴채 양 팔을 들어 서은성의 목을 감싸 안았다. 그러자 깊이 나를 어루만져주는 페로몬이 마치 거대한 파도처럼 나를 덮치었다. 두렵지는 않았다. 오히려 갈증이 채외지는 쾌락과 비슷한 감각이 나를 만족시켜 줄 뿐이었다.

“…이지한.”

낮게 부르는 목소리.

“…너 왜.”

묻지마. 기억도 못하는 주제에.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주제에.

순간 서은성이 얄미워 저 입을 다물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지한은 자신을 안은 서은성의 입술에 살포시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떼어내며 살짝 서은성의 아랫 입술을 햝았다.

“…너.”

당황한 것 같기도 화가 난것 같기도 한 애매모호한 표정을 짓고 있는게 상당히 만족적이었다. 지한은 그를 향해서 씩 웃어주고 다시 깊은 수마에 빠져들었다.

품속에 붉어진 얼굴로 숨을 허덕이며 잠든 지한을 보며 서은성은 아랫 입술을 깨물며 욕짓거리를 삼키며 서둘러 개인 병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미리 통화를 해두었기에 담당의가 그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오셨입니까?”

“예. 갑지기 고열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봐주시죠.”

상당히 고급진 일인실에 침대에 가지런히 눞혀져 있는 지한을 담당의가 진찰하기 시작했다. 서인성은 다른 알파가 지한에게 닿는 것이 싫었기에 베타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베타 의사를 불렀다.

그는 정친기로 이곳저곳을 눌러보더니 난해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서은성에게 물었다.

“혹시 환자분 나이가 어떻게 됩니까?”

“대학 신입생이니 아마도 20살 일겁니다.”

서은성의 말에 의자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늦은 발현이 것 같습니다만.”

“발현입니까?”

“그게 조금 이상합니다. 오메가로 발현한다면 지금쯤 오메가의 특유가 향이 나야하는데 은성 도련님, 향이 느껴지십니까?”

“아니요.”

알파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해당되는 알파 킹이 못맡을 정도면 오메가는 확실하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알파도 아니지 않습니까?”

의사의 물음에 서은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파였다면 같은 성끼리의 반발로 불쾌감을 느껴야 정상이었지만 아무것도 감지되는 것은 없었다.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증상이나 그런 것은 전부 발현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알파도 오메가도 아니라면 도대체.”

의사는 난해한 표정을 지으며 곤란해 하였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겁니까?”

“물론이죠. 단순한 발현에 불과하니까요.”

“그렇습니까.”

의사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서 알파, 오메가의 억제제를 책상위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무슨 문제가 생기면 불러달라고 말했다. 자신은 관련 자료를 찾으러 가겠다고 말하며.

불안정한 호흡을 하며 사과처럼 붉어진 얼굴로 누워있는 지한을 서은성은 아무말도 없이 내려다 보다가 이내 미간을 좁히었다.

“…이지한.”

이작도 입술이 닿았을 때의 감촉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마치 발정난 오메가처럼 굴었던 지한은 사랑스러웠다. 한 입에 다 삼켜버리고 싶을 정도로, 그 하얀 목덜미를 물고 빨며 자신의 페로몬을 남기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아랫도리가 뻐근해지는 것을 간신히 막으며 주먹을 쥐었다. 오늘 따라 페로몬의 조절이 잘 되지 않았다. 목줄 풀린 짐승처럼 날뛰는 페로몬은 마치 기쁨에 요동치는 것 같았다.

두근….

진한에게서 열이 나기 시작한 뒤로부터 심장이 울렁거렸다. 갈증이 일었다. 알파 킹인 자신의 성욕을 조절할 수 있었기에 딱히 관계를 필요로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마치 짐승이라도 된 것 마냥 목마름이 가시지를 않았다.

“이지한.”

다른 것은 필요없었다. 그저 이지한, 저 한 사람만이 그의 유일한 짝이었고, 자신의 오메가이며, 자신의 운명이었다.

이 감정이 본능적인 것인지 사랑인지는 모른다. 다만 두 감정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유사했다. 사실 그런건 서은성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서은성은 허리를 숙여 뜨거운 숨을 뱉고 있는 마른 입술에 자신의 입술에 대고 그 뜨거운 입안에 자신의 혀를 넣었다. 그것만으로 아랫도리가 뻐근해지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단지 입에 혀를 넣은 것 만으로 지독한 쾌락에 시달려야 했다.

움직이지 않는 자한의 혀를 자신의 혀로 햝고 입안의 차례차례 정성스럽게 어루만지는 듯이 햝았다.

“…으, 읏.”

신음소리와 함께 눈을 뜬 지한이 두팔은 벌려 서은성의 목을 두르고 적극적으로 입술을 맞추며 혀를 움직였다.

그 야한 움직임에 서은성은 미간을 좁히며 더 깊게 타액을 빨고 햝으며 비비었다.

“읏,…하아.”

떨어져나간 입술의 사이로 투명하고 긴 타액의 실이 만들어졌다.

“…더, 더 해줘.”

열기를 품은 붉은 눈동자가 쾌락에 빠져 서은성을 갈구했다. 열로 인해 촉촉해진 눈가와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이 지나치게 선정적이었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아깝다는 듯이 서은성은 다시 입술을 맞대왔고 지한은 그것을 거부하지 않았다.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혀가 썩이며 지한의 입술 밑으로 탁액이 흘렀지만 그 누구도 그것을 신경 쓰지않았다.

서로를 탐하고 욕망하고 욕정하는 것에 정신이 팔린 그들은 마치 발정난 짐승처럼 서로를 먹어치웠다.

“아, …으, 하아.”

숨도 못쉬게 몰아 붙이는 서은성의 혀와 입술 때문에 지한은 눈가에 작은 눈물을 그렁그렁 단채로 헐떡였다.

“…변태.”

“네가 너무 야한 탓이야.”

흘러내린 병원옷을 정리해주면서 서은성은 책상에 놓여져 있던 억제제를 하나 먹었다. 그 모습을 누워서 본 지한이 물었다.

“…오버, 러트 사이클이야?”

아직 호흡이 정상적으로 돌아오지 않았는지 한 박자 쉬어 말하였다.

“아니. 더 했다가는 잡아 먹을 것 같아서.”

서은성의 말에 지한은 의문을 표했다.

“해도 되는데? 허락해 줬잖아. 방금전에 덮친 키스도 받아 줬는데.”

“…그런 말 아무한테나 하는 거 아니야. 너 지금 열 때문에 제대로된 사고가 안되는 거야.”

억제제를 먹었습에도 아직도 조절이 잘 되지 않았다. 서은성은 속으로 전혀 상관없는 어뚱한 생각을 하며 아랫도리를 진졍시켰다.

“나, 별로였어? 다른 오메가들 보다.”

붉은 빛이 감도는 갈색 눈동자가 아까의 키스의 열기로 흐릿했다.

별로 였다면 나았을 것 같은데. 오히려 그 반대였다. 오메가들의 단내나는 재취보다 편안해지는 지한의 재취가 더 좋았고 한번에 아랫도리가 설 만큼 키스 또한 황홀했다.

아마 몸을 썩는 다면 속궁합이 상당히 좋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것을 모두 잊을 정도로.

“더 자고 있어.”

“…지기 싫은데. 더 하고 싶은데 안돼?”

올려다보는 눈이 간절했지만 서은성은 자제하도록 노력했다. 열도 높고 아파서 제정신이 아닌 사람을 덥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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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8-17 15:06 | 조회 : 1,920 목록
작가의 말
블래티

저 사실..BL소설 처음 써봐요..특히 키스씬...((안 걸리겠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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