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서로의 거리(3)

성은 대학은 한국의 일류의 대학으로 각 교수들 마다 각자의 휴식실이 하나씩은 배정받아 있었다.

휴식실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좋은 호텔처럼 넓고 좋은 방에는 여러가지 설비가 잘 가추어져 있었다. 티비, 컴퓨터, 에어컨, 욕실, 침대 기타등등이 방에 적절하게 전부 배치 되어 있었다.

날카로운 눈매의 여교수, 조연자는 군더기 없는 정자세로 쇼파에 않아 누군가에게 통화를 걸었다.

“보고드립니다.”

조연자는 무척이나 정중하였고 날카롭운 눈매는 보기좋게 풀어져있었다.

-내 아들은 잘 지내고 있던가요?

통화를 받는 미성의 목소리가 걱정으로 약간 떨렸다.

“예상하신 대로 역시 다른 오메가나 알파들이 시비를 거는 것 같더군요.”

-…그 점은 말씀드린 대로 잘부탁드릴게요. 그 아이
가 얼마나 저에게 소중한지 아시잖아요.

부드러운 목소리에서는 깊고 짙은 애정이 묻어났다. 조연자는 알고 있었다. 이 일에는 냉철하고 철저한 회장님은 하나뿐인 외동 아들에게는 얼마나 무른지.

“물론입니다. 회장님.”

-다른 일은 없었나요? 워낙 얘가 저를 닮아서 베타인데도 미인이라서 어릴적부터 벌래가 많이 꼬여서 걱정이네요.

미약하게 살기를 품은 목소리가 방금전과는 다른게 싸늘했다. 마치 당장이라도 찾아 올 것같이.

“실은 아무래도 알파 킹과 같이 다니는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같이 등교했다고 들었습니다.”

-…알파 킹이라면 그 일루스터의 정식 후계자라고 발표된 그 청년을 말하는 건가요?

믿기지 않는 다는듯한 미제한 떨림의 목소리였다.

“맞습니다. 같은 과의 선배와 후배인데 아침에 지한이 도련님이 희청거리는 것을 서은성군이 직접 안아서 양호실에 데려다 주었다고 합니다. 아주 친한 사이인것 같습니다.”

-우리 지한이는 이상하게 베타인데도 이상하게 알파에게 인기가 많았어요. 어릴적에는 제가 전부 처리해주었지만 지금은 그 아이가 기특하게도 제 발목을 안잡겠다고 독립하겠다고 집을 나가서 안타갑게도 저는 깊이 관련해 줄 수가 없어요.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에게 부탁하신 거지 않습니까.”

통화속 목소리가 작게 웃었다.

-맞아요. 같은 여성이 위로 올라가지 못하는 것이 한탄스러워서 조금 손을 쓴것이 이렇게 도움이 될 지는 몰랐지만요. 물론 도움을 주었다고 해서 나에게 무조건적으로 굴 필요는 없는건 아시죠?

“예, 압니다. 그러니까 이건 제가 개인적으로 회장님께 진 빚을 갚으려는 멋대로인 행동이니 개의치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게 말해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앞으로 우리 지한이를 잘부탁드릴게요. 혹시 그 서은성과 관련된 큰일이 생기면 바로 저에게 알려주세요. 그때는 이제 드러내면 될테니까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럼 수고해요.

뚝-

끊긴 전화를 귀에서 내리고 조연자는 눈앞에 놓인 재학생 목록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



“내 ‘친한’ 동생에게 더 이상 볼일 없으면 이만 데려 가도 될까?”

서은성의 등장에 모든 이들이 꿀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지도 눈을 깜빡이지도 못하도 그저 보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아무리 정제되고 잘 가두어 두어도 페로몬은 조금 세어 나올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소량의 페로몬 만으로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을 입다물게 만드는 것은 간단했다.

그 정도로의 푸르고 깊고 광월한 바다 같은 서은성
의 페로몬은 위협하면서도 매혹적이었다.

“지한아, 형이 양호실에서 기다리라고 했잖아.”

“…….”

답지 않게. 다정한 척은. 속이 울렁거리잖아.

“몸도 안좋으면서. 응? 지한아.”

…맞춰야 겠지?

“어, 형. 미안해. 수업을 어떻게든 꼭 듣고 싶어서.”

아마 지금 내 얼굴이 어떻게 되어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하나 만은 확실하다. 분명 엄청 웃긴 얼굴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서은성의 얼굴이 저렇게 굳을 리가 없으니까.

“…이만 가자.”

참다 못한 내가 서은성은 손을 잡고 끌었다.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손에서 부터 올라오는 쾌적하고 향기롭기도한 페로몬의 향기에 정화 되는 것 같았다.

“아, 그리고.”

갑자기 내 손을 세게 쥔 큰 손에 힘에 막혀 걸음이 멈추었다.

“내 약혼자라는 소리는.”

흠칫.

호종인의 몸이 잘게 떨렸다.

“10개가 넘어가는 대기업의 후보자들이 많이 있어서.”

돌려서 말했지만 넌 그 많은 후보자들 중에서 하나일 뿐인데 왜 멋대로 약혼자가 되었냐는 말일 것이다. 이렇게 대놓고 말하는 것으로 수치심을 극한 까지 느낄 것이다.

…성격도 참 좋은 자식.

그 말을 끝으로 서은성은 아무말 없이 내 손을 잡은채로 대학 주차장에 도착할때 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차에 타고도 아무말 없이 묵묵히 운전만 할 뿐이고 나는 없는 사람인가 싶었다. 결국 무거운 공기에 참지 못한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약혼자 후보자들이 많나 봐?”

“…별로.”

답지 않게 목소리가 저조하다.

“본가, 그러니까 저번에 만난 아버지란 작자가 정해준 사람과 결혼할 생각은 추오도 없어. 그 작자의 손에서 놀아나는 것 만큼은 싫어.”

“응.”

옆자리에 보는 옆 얼굴이 어두워서 손을 뻗어서 위로해 주고 싶을 정도였다. 그럴 친한 사이도 아니면서 말이다.

서은성도 언젠가 우성 오메가와 결혼하겠지. 누구나가 경애하고 존경하는 초 극우성 알파 킹이니까 오메가들이 줄을 설 것이다. 알파의 본능에 따라 오메가에게 끌려 사랑을 하고….

…쿵!

…어 뭐지. 방금 또 심장이 떨어져 나간 것 같았는데. 그리고 뭔가 기분이 이상한데.

심장이 아픈데?

“…윽.”

심장이 쓰렸다. 피라도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왜
이러지? 이상한데.

“왜 그래?”

서은성이 놀란 눈으로 심장을 부여잡고 있는 나를 살핀다. 마침 빨간 불이어서 손을 뻗어 내 얼굴에 조심스럽게도 댄다.

“…너 열나잖아.”

“어?”

그러고보니 뺨이 조금 화끈거리기는 했다. 좀 어리
럽기도 하고.

신호가 바뀌고 부드럽게 경로를 이탈해서 어딘가로 향한다.

“이 방향 너희 집이 아니잖아. 어디 가는 건데?”

“병원.”

“이거 가지고 무슨 병원이야. 됐어. 은하가 기다려 가서 약먹으면 금방나아.”

금방 낫는 다는 말에도 차의 경로는 바뀌지 않았다. 떨어져나간 뺨에 닿았던 서늘한 손의 체온이 아쉬웠고 나를 걱정스럽게 보던 눈에 갈증을 느꼈다.

심장이 뛰는 이유는 내가 지금 아파서겠지. 분명 그
럴 것이다.

“각혈.”

“어?”

각혈이 왜?

“네가 쓰러졌을 때 의사가 왔었어. 그런데 놀랍게도 몸은 정상이었고 정밀검사를 해보지 않으면 모르지만 내상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하더군.”

“…….”

내 각혈은 이유가 없다. 그냥 어릴적의 실험당했던 것에서 비롯된 아마 평생을 안고 살아가야 할 부작용이었다.

“말. 안 해줄 건가?”

“…….”

말 해도 될까. 잘 못해서 서은성의 트라우마를 끌어 올리는 꼴이 되지 않을 까? 그때의 기억은 좋지 않은 것들 뿐이어서 기억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많은 생각들이 내 머리속을 왓다갔다 거렸지만 이미 내 입은 열리고 있었다.

“당신도 어릴적에 납치 당해서 실험 당한적이 있다고 했지?”

“…….”

“나도 마찬가지야. 그때 구출된 이유로 실험의 후유증이 남았는데 그게 원인불명의 각혈이었어. 어떤 정밀 검사를 받아도 원인은 불명이었고. 그게 3년 정도 되었어.”

떨리는 손을 다른 손으로 붙잡고 조심스럽게 옆 좌석의 서은성을 올려다 보았다. 서은성은 약간 미간만을 좁혔을 뿐 괜찮아 보였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그때의 기억이 없어.”.

떨리던 손이 차갑게 식어간다. 머리속이 혼란스럽
다.

…기억이 안난다고?

“은하의 반응과 어머니의 말을 듣고 내가 납치당해서 실험을 받았다는 것은 알았지만 남에 일을 듣는 기분이었지. 기억이 깨끗하게 없었으니까.”

…남에 일.

그 말에 심장이 깨끗하게 도려내지는 싸늘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동시에 땅이 늪으로 변해서 나를 삼키는 것만 같았다.

아직 형이라는 확신이 없었다. 그런 불법적인 실험을 하는 곳이 한 곳이라는 법은 없었고 당시 11살이 었던 내 기억은 흐릿하기만 했다. 그래서 형이 맞는지 아닌지 확신할 시간이 필요했다.

왜냐면 첫 만남에서 서은성은 날 처음 보는 사람을 대하듯이 대했으니까. 하지만 9년전의 일을 누가 그렇게 자세히 기억하겠는가. 그것도 끔찍했던 일을. 더군다나 어린 나이에 그런 일을 당했으면 당연히 잊고 싶을 것이다.

알고 있다. 알고 있음에도 머리속이 하얗게 변하는 것 같았다. 나와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고 어쩌면 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한번도 기억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물어보는 것을 꺼렸으니까.

그러니 배신감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물어보지 않은 것도 멋대로 기대한 것도 나니까.…그런데도 알고 있음에도 당장이라도 차에서 내려서 뛰쳐나가고 싶었다. 기억해 내라고 억장을 지르며 매달리고 싶었다.

…그때의 기억을 보듬어줄 ‘형’이 내게는 너무 절실하게 필요했다.

8
이번 화 신고 2019-08-14 17:21 | 조회 : 1,805 목록
작가의 말
블래티

으쨔!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