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최악의 만남(2)

도착한 대학의 모습은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훨씬 더 웅장하게 느껴졌다. 이게 대학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신성하기까지 느껴졌다.

하얗고 때 묻지 않은 관리가 잘 되어있는 건물은 정말 심각한 결벽증있는 환자가 관리한 것처럼 깨끗했다. 두리번 거리며 입학식의 오티(OT)의 장소를찾았다.

역시 일류 대학이라서 그런지 여기저기에서 잘 정제된 깔끔한 페로몬이 보이고 느껴졌다. 몇몇 페로몬들은 나에게 호기심을 느꼈는지 나를 살펴보기도 하였고 마치 만져달라는 듯이 가까이 오기도 하였다.

나에게는 페로몬이 사람이나 동물처럼 느껴졌다. 실제로도 지배하거나 길들이는 것이 가능했다. 그래서 함부로 만지면 페로몬의 주인에게도 영향이가기 때문에 만질 수 없었다.

어릴적에는 뭘 모르고 우울한 어머니의 페로몬을 기분좋게 만들어 줄려다가 히트 사이클을 오게한 적이 있었기에 자중해야 했다.

특히 이곳은 우성 알파와 오메가가 많았기에 더욱더 조심해야 했다.

모자를 더 깊게 쓰며 오티를 하는 곳으로 들어가 구석진 곳에 들어가 앉아있었다. 사람이 많음에서도 불구하도 그렇게까지 크게 시끄럽지는 않았다. 큰맘먹고 산 5만원짜리 이어폰을 귀에 꽂으며 나눠준 프린트물을 읽었다.

그런데 갑자기 앞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이어폰을 뚫고 들어오는 소음에 저절로 미간이 좁혀졌다.

고개를 들고 큰 소리가 나는 단상을 올려다보자 나도 모르게 숨을 쉬는 것도 잊은채로 멍하게 쳐다봤다.

그 자리가 빨려들어 간듯이 검은 머리카락과 혼혈인지 약간의 푸른 빛이 감도는 눈동자. 날카라운 턱선과 붉은 입술. 그리고 남자다우면서도 섬세한 턱선.

확실하게 저건 신이 밤낮을 지새우면서 눈물 콧물 다 짜내면서 만들어낸 예술 작품같은 미모였다.

하지만 다른 이른은 외모에 놀랐을때 나는 그의 페로몬에 더욱더 놀랐다.

...어떻게 저런?

잘 정제되어 있지만 날카롭고 사나운 기운을 페로몬의 깊숙한 곳에 잠재되어있었다. 페로몬을 동물이나 사람에 비유한 적은 있었지만 저 광월하면서심해만큼 깊은 저 페로몬은 빗댈 것이 없었다.

굳이 비유한다면 바다같았다.

폭풍을 숨기고 있는, 그 폭풍마져 모조리 씹어 삼켜버리는 고요하면서 거친 바다.

멍하니 그의 페로몬을 보다가 근처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알파 킹.”

알파의 왕. 맞는 말이었다. 저것은 군림하고 지배하는 아우라이자 모든 것들을 집어삼키는 바다였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나를 이렇게까지 긴장시킨 알파는 처음이었다. 그 누구를 만나도 지배력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는데 저 남자의 앞에서는 이길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헛웃음이 나왔다. 나도 인간을 벗어난 괴물이었지만 저 넘자는 그것을 훨씬 벗어난 존재였다.괴물과는 다른 우아하고 품위넘치고 고귀한 지배자.

단장에 올라선 남자가 마이크를 입에 댄채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신입생 여러분.”

주위에서 탄식을 하며 입을 막았다. 하지만 나는 다른 이유로 입을 막았다. 이어폰을 귀에서 뽑은 뒤에 다시 집중해서 목소리를 들었다.

“이렇게 성은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신 것을 환영합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확신이 서고 경고음이 울리었다. 저 남자가 비가 많이 오던 그날 전화를 했던 그 남자라고.

저런 목소리를 잊을 수 있을리가 없었다. 쾅쾅뛰는 심장소리가 시끄러웠다.

진정하자 저 남자에게 말을 하지 않는 이상 내 목소리를 알아들을리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시끄럽게 뛰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나는 딱히 잘못한게 없었다. 도와준건 있어도.

그리고 엮일 일도 없을 것이다. 저 남자는 3학년이고 나는 이제 입학한 1학년이었다.

같은 과라도 되지 않는 이상은 괜찮다. 그 많은 과중에 같은 과겠냐며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그럼에서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설명은 하나도 못들은채 오티가 끝이났다.

“경영,경제 학과 신입생! 여기로 집합!”

능글거리는 미소가 인상적인 키큰 한 선배가 부르는 소리에 인상을 구기며 근처로 다가갔다.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조심해서 존재감을 숨기며 대충 하는 이야기를 주워들었다.

“여기서 미성년자는 없겠지! 우리의 전통 술고래 파티를 즐기러 가자! 무려 우리과에는 알파 킹이신 서은성도 있다. 그놈도 올거니까 너희들도 꼭 참여해라. ”

그말에 내 인상은 사정없이 구겨졌다. 같은 과였다. 이런 미친 거지같은 인생.

하지만 나와는 다르게 오메가들의 표정은 기대감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수줍어하는 페로몬과 흑심가득한 페로몬까지 핑크빛이 작열했다.

그때 갑자기 목로부터 무언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확실했다. 얼마가지 못하고 또 각혈을 할 것이다.

“혹시 못오는 사람은 나한테 미리 말해줘.”

그럴리가 없다는 말투였지만 나는 서둘러 그 능글거리는 얼굴의 선배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저, 못갈것 같아요.”

“응?”

점점 올라오는 핏물의 느낌에 서둘러야 했다. 입학식 첫날부터 피토하고 유명해지고 싶지는 않았다.그건 초,중,고 학교의 생활에서 이미 지겹도록 격어보았다.

“왜? 반드시는 아니지만 되도록 참여하는게 좋을 거야.”

“…어, 음. 제가….”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이미 입에서 비릿한 피맛이 느껴지고 있었다.

“선배들이랑 친해져야 앞으로 편할거야. 급할일이
아니면-”

“쿨럭!”

아, 씹. 망했다. 분위가 갑자기 싸해졌다. 나는 서둘러서 입을 막았지만 피가 조금 새어나오는 것은 어쩔수가 없었다.

“피! 피!”

주위가 순식간에 다른 의미로 소란스러워졌다. 그리고 난 예감했다. 내 조용한 대학 생활은 이제 지나갔다고.

“너, 너. 어.”

능글거리는 웃음짓던 선배가 순식간에 사색이 되어서는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당황하고 있었다.

“…괜, 괜찮아요. 코피가 나는 거니까.”

대충 변명하며 상시 대기 중이었던 주머니에서 검은 손수건을 꺼내서 대충 닦으며 말했다.

“제가 보다시피 몸이 안좋아서. 빠질 수 있을까요?”

“어, 그래. 너 이름을 알려주고 빨리가서 쉬어.”

“이지한이라고 해요. 그럼 먼저 가볼게요.”

경악한 표정으로 나를 보는 것이 느껴졌지만 애써 무시한채로 두리번 거리며 화장실부터 찾았다. 작은 핏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지만 그걸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또 다시 피가 올라오고 있었다.




※※※




오티의 단상에 올라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서은성은 지금 신입생들보다 대학보다 자신의 여동생이 더 중요했다. ‘그 일’이후로 방에 스스로를 가두고는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자다가도 비명을 지르며 발작하는 아픈 여동생을 생각한 서은성의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그의 미모의 탓인가 고뇌하는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밥도 제대로 먹지 않는 여동생인, 서은하는 울면서 그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수척해진 얼굴로 눈물까지 뚝뚝 흐르면서 그 사람을 찾아달라고 매달리는 어린 여동생의 부탁을 안들어줄수가 없었다.

그 사람은 여동생을 구해준 은인으로 매우 수상적은 인물이었다. 통화를 해본 적의 기억을 떠올리자 왠지 모르게 들뜬기분이되었다. 여동생의 폰에서 들린 가느다란 미성만이 유일한 단서였다. 그런 목소리를 잊을리가 없으니 단서는 목소리뿐이었다.

주위의 CCTV를 다 확인하고 그 사람을 찾을려고 노력하였으나 워낙 구석진 곳이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 심란한 상태로 서은성은 단상위로 올라섰다.

여러가지 시선들이 느껴졌다. 그 하찮은 시선들 속에서 서은성은 왠지 저 검은 후드를 입고 검은 모자와 후드를 깊게 뒤집어 쓴 작은 채구의 남자가 신경쓰였다. 무언가가 거슬리고 건드려지고 있는 느낌이었지만 딱히 불쾌하지는 않았으나 기분이 묘했다.

설명하는 와중에도 고개를 푹 숙인채 들 생각을 안하는 작은 체구의 남자에게서 온 신경을 집중하였고 끝나고 나서도 서둘러 그 남자를 찾으러 갔다.

오티의 다음은 항상 술자리 약속이 있었기에 아직 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봐도 검은 후드는 보이지 않았다.

“은성아!”

그때 자신을 부르는 친구의 목소리에 눈을 돌리자 사색이된 얼굴이 보였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다가가 물었다.

“무슨일있나봐?”

“어. 방금 신입생 하나가 피토했어.”

“피를 토해?”

이은성의 미간이 좁혀졌다.

“자기 입으로는 코피라고 하는데 내가 앞에서 봤거든 막 기침하면서 토하는 거. 그래서 얼른 가보라고했지.”

혹시나 하는 예감이 서은성을 덮쳤다.

“혹시 검은 후드티를 입은?”

“어. 어떻게-”

친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은성을 바닥에 떨어진 아주 작은 핏자국을 따라 뛰었다. 아직은 그리 멀리가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기분이 이상했다. 계속 무언가가 거슬리고, 알수없
는 것에 이끌리고 있었다.

이윽고 도착한 곳은 구석진 곳의 공용 화장실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소리가 들렸다.

“쿨럭! 쿨럭!”

그리고 떨리고 있는 작고 가냘픈 등이 보였다.

“윽.”

어지러운지 잠시 비틀거린다. 그 순간 저도 모르게 달려가 손목을 붙잡고 품에 안듯이 몸을 붙이었다.

몸이 얼음창처럼 차가웠고 손목은 가죽만 붙어있는 것처럼 얇았다. 해골이 옷을 입고 돌아다니고 있다해도 믿을 정도였다.

미간이 저절로 좁혀졌다.

굳어있는 몸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지한은 지금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웠다. 본적있는 이 바다와 같은 페로몬은 이은성이라는 그 알파 킹의 것이었다. 그러니 뒤에서 날 붙잡고 있는 건 그인게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왜 이곳에 있고 나를 붙잡고 있는거지?

“…저, 이것좀 놓아주실래요?”

안열리는 입술을 억지로 열어 말했다. 그러자 순간 움찔한 손에 힘이 풀리며 풀려났다.

“그 목소리.”

한참이나 말이없던 서은성의 입이 열리고 나는 숨을 삼켰다.

“들어본적이 있는데.”

그리고 내몸은 사시나무 떨듯이 떨었다.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이렇게 인생이 거지같을 수 있지?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어떻게든 도망갈 궁리를 하였다. 하지만 많은 알파들이 인정한 내 머리로도 지금 도망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왜 말이없을까.”

“……”

너같은면 말할 수 있겠냐. 이 미친놈아! 라고 뒤에 벽처럼 서있는 남자에게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마지막 보류로 참았다. 안전하고 조용한 내 대학 라이프는 어디에 갔는지.

“우리 할 얘기가 참 많을 것 같지? 범죄자씨.”

“누가 범죄자-!”

순간 화가 나서 뒤돌아서서 멱살을 잡으려다 압도적인 키차이에 놀라서 뒷걸임칠 지다가 세면대에 막혀서 더이상 도망갈 곳이 없었다.

“왜 도망가?”

그걸 몰라서 묻냐.

“……”

오, 신이시여. 저 미친놈에게서 벗어날수만 있다면 알바하나 더뛰고 기부할게요. 물론 기부금은 제가 다시 받겠습니다. 인생이 너무 거지 같아서요.

“우리 통화도 했잖아. 그치?”

결정타를 먹은 저놈이 낮게 웃었다. 제발 저리좀 가줬으면 좋겠다. 너무 가까웠다.

“모자는 왜 이렇게 깊게쓰고 있어? 후드까지 뒤집어 쓰고는 덥지도 않아?”

“……”

쓸데없는 참견이라고 쏘아주고 싶지만 아쉽게도 그럴 기운조차 없었다. 피를 토한 후에는 몸의 극격한 피로가 항상 몰려왔기 때문이었다. 벌써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아파? 피 많이 토하던데.”

알면 집에좀 가게 비켜줘라.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그저 심해지는 어리러움에 몸이 앞으로 쏠렸다. 어쩔수없이 그 놈의 몸에 기대었다. 그러자 딱딱하게 굳는 몸이 느껴졌다.

규칙적인 심장박동의 소리가 마치 자장가같았다.

“이봐?”

싸늘한 말투와는 다르게 손길은 부드럽기 그지없었
다. 그 손길 때문에 더이상 수마를 참을 수가 없었다.

졸려오는 눈을 감은 채 서서히 가라않았다.

이은성은 쓰러지는 가냘픈 몸은 잡아 들었다. 축 늘어진 몸이 의식이 없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모자밑으로 창백한 피부와 푸른 빛으로 변한 입술이 상태가 좋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런 젠장.”

서은성은 이지한의 몸을 고쳐 안으며 폰을 꺼내 통화를 걸으며 빠르게 화장실을 벗어나 주차장을 달렸다. 주위의 남아있는 이들의 경악한 시선이 보였지만 그보다 품안의 남자가 더 중요했다.

“지금 당장 대기해 주세요. 지금 진찰해 줬으면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서둘러 전화를 끊고 주차장을 향해서 뛰는 듯이 빠르게 서둘러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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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7-15 16:30 | 조회 : 2,398 목록
작가의 말
블래티

병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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