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_ 형의 부탁

“남펴어어언~!!”

저 멀리서 멀대같은 정유준 새끼가 소리지르는 걸 본 민석은 하키 헬멧을 고쳐 쓰며 씨바...라고 중얼거린다. 그렇다한들, 유준은 남편이라며 민석을 부르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이야, 뜨거운 사랑이야.”
“그러게, 너무 뜨거워서 얼음이 녹겠어.”

민석의 양 옆으로 태석과 덕환이 달라붙으며 민석의 귀에 속삭인다.

“아이씨, 진짜!”

그래, 저 정유준은 키도 180cm에, 비율도 좋아서 모두가 모델이라고 착각할 만한 외모다. 그거까진 괜찮은데....

역시 많은 사람들이 유준을 보고 수군거린다.

“저 사람 게이인가 봐!”

그래, 정유준은 남자라고.

“설마, 설마 선수 중 한명???”

관중과 상대편 애들이 수군거리는 소리에 민석은 고개를 저으며 제발, 제발이라고 빌어보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내 사! 랑! 이민석! 풍진고의 자랑 내 남편!!!”

스포츠 선수는 왜 등에 이름을 떡하니 써놓을까. 진짜 저 새끼 나중에 죽일 거야.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을 느끼며 민석은 주장의 신호에 대열에 맞춰 들어갔다.

멀리서 코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이민석 스토커 새끼....''''라고 중얼거린다.



“확인 완료. 현재 유준은 우리가 평소 도망치던 뒷골목에서 기다리고 있음.”

벽에 기대 고개만 빼꼼 내밀어 유준의 존재를 확인한 덕환이 말했다. 전화기 너머론 해맑은 민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마워!

훗, 역시 난 좋은 친구야. 덕환은 눈을 감았다가 뜨며 유준의 존재를 한번만 더 확인하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조덕환. 우리 민석이 어딨냐?”

카베동이다. 이거 카베동이다. 멀대같은 녀석이 하니까 볼 맛 난다고 생각하던 덕환은 햄스터처럼 웃으며 헤헤, 한다.

“집...?”



내 이름은 김창수. 간지 나는 이름 김창수. 컴포 Inc 리테일팀의 팀장이다!
오늘, 형석이가 우리 회사 ‘컴포 Inc’의 본부장이 되기 위해 독일에서 돌아오는 날이다. 내가 본부장으로 추천한 새끼다. 고등학교 후배인 형석은 항상 똑똑하고 똑부러지고... 쨌든 좋은 아이였다! 그래서 내가 추천했다. 형석도 좋다고 덥석 받았다.

그. 런. 데.

공항에 마주하러 간 나를 반기는 건 형석의 짐뿐이었다.
창수는 핸드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들려오는 것은, 전원이 꺼져있어. 삐소리후....



“형석이 온다! 형석이!”

치매인 할아버지는 형이 그리도 좋은 지 초코파이를 들고 박수치며 좋아라한다. 그렇게 좋냐구 웃어주니 할아버지는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나도 좋아.”

형석은 아버지를 바라봤다. 아버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형이 한국 회사에 스카우트되어 오기로 한 날이다. 아버지도 기뻐 차린 밥이 임금님 밥상이다. 거실에는 차게 식은 반찬과 국이 초라해보였다.

형은 안 왔다.

“형석아!!!”

“할아버지!!”
현관 쪽에서 어떤 소리가 나자 할아버지가 뛰쳐나갔다.

할아버지, 아니야. 형은 안 왔어... 예전부터 나에게 온 적이 없다고....


형석은 복잡한 표정을 짓다가 슬프게 소파에 앉은 아버지를 한 번 보고 할아버지를 따라 나갔다.



창수는 처음에 형석의 집에서 튀어나오는 남자에게 형석이라고 부르면서 뛰어가 안을 뻔했다.
하지만 빨간 넥타이. 하얀 와이셔츠. 저건 교복이다! 그러고 보니 10살 어린 동생이 있다고 했다. 저건 동생이다! 그러고 보니 키도 한참 작고 좀 더 아이돌 같은 얼굴이다. 눈 밑에 있는 점도 매혹적......나 뭐라니.
창수는 형석이가 집에 올 줄 알았지만 없는 모양이다.
난 이제 X됐다. 내일 회사한테 뭐라고 말하지??

민석은 방에 들어와 침대와 연결된 선반에 있는 자신과 형의 사진에 빤히 바라봤다. 하아, 분명히 아버지가 세워두신 걸 거다. 아버지는 형을 좋아하니까. 민석은 한숨을 쉬며 액자를 눕혔다가 혀를 쯧 차며 다시 세워두었다.

지잉.
침대 위에 던져놓은 핸드폰이 진동하자 민석은 눈썹을 찌푸리며 핸드폰을 빤히 바라봤다. ‘발신자 번호 제한’

설마. 아니겠지.

“여보세요?”
거친 숨. 뭔가가 지지직거리는 소리와... 침 뱉는 듯한 외국말. 독일어다.

“형? 형이야?!! 형이지!! 야!!”

‘민석아. 조용히하고 형 말 들어.’

“듣겠냐?! 야, 10년이야. 10년 동안 연락 한 번 없다가 오늘 온다면서……!!”

‘미안해. 민석아, 제발. 시간이 없다.’

“뭐?”

‘나 좀 도와줘야겠다. 넌 나하고 꼭 닮았잖아. 쌍둥이처럼.’

“무슨 소리야?!”

‘네가 내 대신, 회사 좀 가라. 당분간만 내 행세 좀 해줘.’

“아 그게 뭔 소리야. 내가 회사를 왜 가!?”

‘얘긴 나중에 하고. 무조건 가. 내 목숨이 달린 일이야.’

“형...!!”

‘이런... 끊어야겠다.’

뚝.

그렇게 형의 전화는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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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7-15 23:04 | 조회 : 1,246 목록
작가의 말
산호명

1화는 전개 때문에 좀 길게 썼습니다. 슉슉 완전 빠른 전개에 당황하지 말아주세요....모든 이야기는, 민석이 회사에 출근하게 된 후에 시작이니까요ㅎㅎㅎ아아아 얼른 전개 빼서 회사에서 잇차잇차 하는 거 쓰고 시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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