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_나를 왜 도와줘?

난 침대에 누워 악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악마는 금방 구급상자와 처음 보는 연고를 가지고 내 옆으로 왔다.

" 아파도 참아. "

" 응.. "

악마는 내 손에 꽂힌 캠핑용 칼을 잡았다. 나는 눈을 감고 베개를 내 입 쪽으로 가져다 댔다. 소리 지를 게 훤히 보이기에 베개로 입을 막았다. 내가 입을 막는 걸 본 악마는 내가 베개로 입을 막자 칼을 뽑기 시작했다.

" 관통해서 아마 더 아플 거야. "

" ..!! 그마 안..! 아파 아... "

난 눈물을 흘렸다. 너무 아파서 너무 죽을 듯 아파서 나도 모르게 악마 손을 잡았다.

" 왜 잡아 "

" 아파.. 그만해.. "

" 그럼 평생 꽂힌 채로 살 거야? "

" 그건.. 아니지만 "

" 그럼 아파도 참아. "

" 응.. "

악마는 칼을 다시 뽑기 시작하고 결국 다 뽑은 나는 그제서야 아픈 곳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다 악마가 봉합용 실과 바늘을 꺼내는 것이었다. 난 악마가 잡고 있는 손을 뿌리치고 몸을 움츠렸다.

" 뭐 하냐? "

악마는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보고 있었다. 난 피가 떨어지는 손을 붙잡고 고개를 저었다.

" 꿰매려고..? "

" 당연한 거 아냐? "

" 왜 꿰매는데.. "

" 깊잖아. 상처 자체가. "

" 괜찮아. 알아서 붙을 거야..! "

" 그게 안 붙어. 그렇게 칼이 관통했는데 붙겠냐? "

악마의 말이 맞았다. 난 무서웠지만 어쩔 수 없이 악마에게 떨리는 손을 줬다.

" 하.. 이거 먹어. "

" 뭔데..? "

" 약. "

" 그러니까 무슨 야ㄱ.. "

" 그냥 꿰매버린다? "

난 그제서야 무슨 약인지 인식하고는 알약을 삼켰다. 약을 삼키고 몽롱해지고 잠이 몰려와 침대에 누웠다.

" 자고 있어- "

그런 악마의 말을 마지막으로 난 잠에 빠졌다.
.
.
.
.
.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부드러운 뭔가가 내 얼굴을 간지럽히고 있어 눈을 떴다. 눈을 뜨니 복슬복슬하고 조그마한 강아지가 있었다. 놀라 벌떡 일어나니 배가 너무 아팠다. 그래서 작게 신음하니 화장실에서 누군가 나왔다.

" 참.. 그렇게 일어나니까 아프지. 바보 렌- "

누군지 보니 악마였다. 난 머쓱하게 웃고는 강아지를 쓰다듬었다. 악마는 갑자기 내게 다가오더니 나를 눕히고는 양 손목을 잡고는 내 목에 제 얼굴을 묻었다. 난 얼굴이 빨개져서는 어버버 거렸다.

" 저.. 저기.. "

악마는 내 목에 뭐라 중얼거렸다. 자세히 들어보니..

" 피.. "

" 뭐..? "

" 치료해줬으니까 내놔.. "

난 그제야 생각났다. 이 악마랑 계약한 것을.. 악마는 내 목에 자기 입술을 부비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 아.. 알았어 줄게.. "

"그럼 잘 먹을게. "

" 이 상태로 먹는다고? "

" 안돼? "

" 나 힘든데.. "

" 너만 힘드냐? 참아. "

" 나 환자야.. "

" 하.. "

악마는 한숨을 쉬고는 나를 앉혀 주었다. 그러고는 다시 내 목에 얼굴을 묻고 중얼거렸다.

" 그럼.. 잘먹을게 "

" 응.. "

악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악마는 제 송곳니를 내 목덜미에 박아 넣었다. 난 따끔 했지만 참을 만해서 가만히 악마 머리를 쓰다듬었다. 악마가 피빠는 소리는 내 귀에 그대로 전달되었으나 별로 소름 돋거나 무서운 건 없었고 신기했다. 악마에게 피를 빨린다는 것이..

" 하.. 잘 먹었다.. "

악마는 입을 때고는 제 입에 묻은 피를 닦고는 내게 냉장고에서 주스 하나를 꺼내 주었다.

" 이거 먹어. "

" 뭔데..? "

" 피 빨렸잖아. 철분 보충해. 쓰러진다? "

" 아, 고마워 "

난 주스를 마시면서 악마를 봤다.

" 넌 왜 나를 도와줘? "

악마는 살짝 움찔하고는 입을 열었다.

" 그냥 나랑 비슷해서. "

" 뭔 소리야? 난 인간이고 넌 악만데 뭐가 비슷해? "

악마는 한숨을 쉬고는

" 너랑 나는 다를 게 없단 얘기야, 네 현재의 모습과 내 과거가. "

" 네 과거? "

" 응. 나도 너처럼 엄청 맞았거든. "

" .. 그렇구나 "

" 넌 왜 맞았는데? "

" 부모가 넌 악마가 아니라며 때리고, 또래 애들도 뭔 악마가 이리 부실하냐며 때렸거든 "

" 나랑 비슷하네 정말.. "

" 너는 왜 맞는데? "

"나는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고모 집에서 자랐거든? 그땐 이유 없이 맞았고 지금은 부모가 없다.. 너는 우리와 다르다며 맞지 "

" 여기나 거기 나네 "

악마는 풋 웃고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 자주올게ㅋㅋ 너랑은 잘 맞을 거 같아 "

악마는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쯤 악마 손을 잡고

" 이름.. 알려줘 "

" 그러고 보니 내 이름을 안 말했네..? "

" 난 레이크야. 앞으로 자주 올게 "

" 응..! 잘 가 레이크 "

난 악마.. 아니, 레이크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방긋 웃었다. 왜냐면 내게 특별한 친구가 생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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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7-09 03:20 | 조회 : 1,275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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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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