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그림자 귀신 이야기 들었수?"



"아, 병사들의 식량을 몰래 가져간다는?"



"응. 그 녀석이 사실 쬐깐한 꼬맹이라더라고."



"꼬맹이?"



"뻔하지, 뭐. 전쟁 고아일거 아녀. 근디 몸은 어찌나 재빠른지 한 번도 잡힌 적이 없다던데."



"세상에, 무서워라. 우리 마을에도 오는 건 아니겠지?"



"설마-"



"아 왜, 설마가 사람 잡는 다고 하잖어."



"얘도 참! 그런 불길한 소리 하지 말더라고."



-



''그림자 귀신''



하루카에게 붙은 이명이었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계속 식량이 줄어들자 의아히 여긴 병사들이 결국 그를 발견해 버린 것이다. 다 베어버렸어야 하나. 최근들어 막사들의 경비가 삼엄해진 것을 떠올린 그가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전쟁터를 떠돌던 어느 날. 그는 자그마한 아이와 마주쳤다.



-



첫만남은 그리 좋지 못했다. 가까이 다가가자마자 칼을 휘두른 아이를 하루카가 막아선 것이 시작이었다. 허투루 이 전장에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었는지 칼에 예기가 잔뜩 서려 있었다. 예기가 서린 칼은 상대를 베는데 효과적이지만 부러지기도 쉽다. 저 아이는 그것을 알고 있을까. 칼을 거둔 그는 항복의 표시로 양손을 들어올려 보이며 입을 열었다.



"싸우려고 온 건 아니에요. 그냥 네가 여기에서 뭐하나 싶어서 온 거죠."



"...신경, 꺼."



미묘한 반존대에 얼굴을 약간 찌푸린 아이는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았는지 목소리가 쩍쩍 갈라졌다. 강하게 흘러나온 살기가 주위를 덮는 것이 느껴졌다. 평범한 아이라면야 당연히 겁먹고 도망갈만한 기운이었지만 하루카도 전장에서 꽤나 굴러먹은 몸.



"혹시 네가 시체 먹는 악귀인가요?"



"-!"



그 말에 아이의 기세가 더욱 험악해졌다. 하루카는 짙은 미소를 지었다. 저 아이라면 나와 비슷할지도. 자신과 닮은 이를 만나는 건 독특한 경험이었다.



"...너, 나 죽이려?"



"아니요. 나도 그림자 귀신이라 불리는데 굳이 널 죽일 이유는 없죠. 사실 나도 전에는 너처럼 지냈었거든요. 뭔가 동질감도 느껴지고 해서 도와줄까 한 것 뿐, 다른 이유는 없어요."



말이 어색한 걸 보니 제대로 배우지 못한 듯 했다. 하루카의 생각의 흐름에는 관계없이 소년, 긴토키의 눈이 약간 크게 떠졌다. 그림자 귀신. 그 녀석은 식량이 부족한 전장에서는 사신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녀석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경계가 살짝 풀어진 그의 모습에 하루카는 빙긋 웃었다.



"내 이름은 아이카와 하루카. 당신의 이름은?"



"...긴, 토키."



그래요. 잘 지내봅시다, 긴토키 군.

아주 즐거워 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요.



TMI

1. 하루카는 자신의 이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기왕 부를 거면 차라리 하루나 루카, 아이카와 등을 선호하는 편.

2. 왠만큼 친해진 사람은 ''-짱''이라고 부른다.

ex)사카타 긴토키->긴짱/타카스기 신스케->신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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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6-29 17:59 | 조회 : 1,157 목록
작가의 말
ㅇ사람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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