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평범한 아이가 시체 썩는 냄새로 가득한 곳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누군가가 묻는다면 하루카는 망설임 없이 NO, 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래도 지금은 전쟁이 잠시 멈춘터라 비교적 덜 위험하지만 다시 전쟁이 시작되고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다면 그는 살아남을 수 없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나날. 하루카는 그 중심에 서 있었다.



-



전쟁이 재개되었다.



하루카는 더 이상 여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었다.

넓은 땅에는 막사가 가득해지고 소속을 알리는 깃발이 막사의 꼭대기에서 펄럭였다.



그는 이제 병사들에게 인정을 바라지 않았다.

방심하면 사지가 날아가고 목숨을 잃기 십상인 곳에서 그들은 작은 아이 하나도 믿지 못했다. 오히려 적진에서 보낸 간자라 여겼을 뿐.



전쟁 전처럼 음식을 얻어먹는 것을 포기한 그는 검을 잡았다. 나름 부유한 집이라고 한낱 사생아에게까지 검술을 가르친 그들에게 감사를 표해야 할지.



기본기가 단단히 잡힌 그에게 오합지졸의 적들은 간단한 상대였다. 그 대상이 천인인지 사무라이인지는 그에게 중요치 않았다. 눈앞에 적이 보이면 베고, 또 베며 앞으로 나아갈 뿐.



가끔 희박한 확률로 먹을 것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굶는 날의 1/3도 안되었다.



제대로 먹지 못한 몸이 점점 말라가고 눈앞이 흐려지기 시작한 어느날, 그는 한 막사에 숨어들었다. 팔에 난 깊은 자상이 불에 타는 듯한 통증을 가져와 더 이상 서 있기 힘들었다.



급한 김에 막사 안의 천을 가져와 상처를 감은 하루카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정신을 차리자 주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두운 막사 안, 가득한 자루들.



자루 하나를 열어본 하루카가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말린 과일이 자루 입구까지 꽉 차있었다. 허둥지둥 다른 자루를 연 그의 눈이 가늘게 떨렸다. 육포였다. 오랜만에 본 먹을 것에 그는 감출 수 없는 환희가 느껴졌다.



언제나 얼굴에 머물던 미소는 한층 더 진해졌다. 허겁지겁 말린 과일과 육포를 몇개 집어먹은 그는 눈물이 흐를 듯한 기분을 느끼며 챙길 수 있는 만큼 먹을 것을 챙겼다.



어린 아이의 몸이기에 챙겨봐야 얼마나 챙기겠냐만은 주머니가 묵직해질만큼 식량을 챙긴 그는 조용히 막사를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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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6-29 17:56 | 조회 : 1,331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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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사람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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