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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거라.



각오했던 말이다. 어차피 스스로도 그러겠다 다짐했었다. 그런데 막상 그 말을 들으니 발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다. 잠시 그러고 있자 그 인간이 휙 뒤돌며 내뱉었다.



"짐은 하인들을 시켜 이미 다 싸두었다. 당장 챙겨서 나가라. 호위들에게 널 쫓아내게 하기는 귀찮으니 말이다."



"...그러죠."



담담히 내뱉어진 말이었지만 한쪽 입꼬리는 비스듬히 올라가고 짝다리를 짚은 채 불량한 시선으로 그 인간을 쳐다봐주자 구겨지는 미간이 우스웠다.



"...하여튼 제 어미를 닮아 천박하고 상스럽구나. 썩 꺼지도록 해."



그 말을 끝으로 그 인간은 제 시야를 벗어났다. 미묘히 구겨진 미간을 억지로 펴 낸 하루카는 방으로 향했다. 부유한 집안답게 커다란 집. 그중에서도 큰 편에 속하는 방이었다. 안에는 별다른 가구가 없었지만서도. 어차피 침구류나 가구류를 제외하면 물건이 없다시피 한 방이었기에 짐도 매우 적었다. 그는 한 손으로 달랑 들리는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섰다. 이 추운 계절에 이런 짐만 들려주고 돈 한푼 쥐어주지 않는단건 죽으란 소리겠지.



바람이 차게 불어왔다.



하아-흰 입김이 공기 중으로 퍼진다. 겨울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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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6-29 17:54 | 조회 : 1,687 목록
작가의 말
ㅇ사람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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