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화


깨지는 소리에 놀란 예연이 진성에게 양해를 구할 생각조차도 할 여유가 없었는지 바로 뛰쳐나가 상황 파악을 시작했다.

고아원의 다른 선생님들 조차도 당황한 듯 보였으나 진성은
깨지는 소리가 꽤 크게 나 놀란 아이들과 달리 아직까지도
자신을 바라만 보고 있는 윤제가 꺼림칙했다.

' 크게 될 아이가 아니라, 결여된 아이 였나? '

진성은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거기서 또 한 번 놀랐다.

눈이 마주치자 왠지 섬뜩하게 웃는 그 입이.

벙긋거리며 입모양으로 하는 말이.

하나같이 이상했다.

무엇보다도 입모양을 잘못 본게 아니라면 그건 분명..

' 서프라이즈 '

마치 자신이 저 소란스러운 상황을 만들었다는 듯한 모습에
설마 하다가 이내 피식 웃으며 생각했다.

' 말이 안돼잖아. 이 안에 있는 애가 어떻게 밖에서 사고를 쳐. '

그러나 생각도 잠시.

진성의 눈에 들어온 윤제의 발목에 묶여있는 털 실.

아까는 다른 애들에게 가려 보이지 않았던 털 실이 묶여있는
윤제의 발목부터 시작해 쭉 따라가보니, 문 밖 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 설마.... 아니겠지. '

진성의 시선을 따라 털실을 쳐다보던 윤제는 발목에 묶여있던 털실을 풀고선 다시 진성에게 무언가 말했다.

' 날 데려가. '

진성은 어이가 없었다.

자신을 계속 관찰했으면 알 텐데.

별로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 그건 좀ㅡ "

" 죄송해요! 많이 놀라셨죠...? 이번에 새로 동쪽 건물 유리를 교체하시는 분들께서 유리를 옮기시다가 무언가에 걸려서
넘어지셔서요... 다치신 분들도 계시고 청소도 해야 하고..
아무튼 안내가 지금은 조금 힘들 것 같아서요. "

진성이 무언가 말하려던 도중, 어느정도 사고를 수습한 예연이 돌아왔다.

무언가에 걸려 넘어졌다.

진성의 머리속에 아까 윤제가 풀어냈던 털실이 생각났다.

' 하, 이것봐라. '

마치 일부러 진성과 대화하기 위해 낸 사고 같이.

진성이 이곳에 올 것을 예상해서 이런 짓을 준비했다는 건데,
그런거라면 보통 요망한 녀석이 아닌 것 같아서 진성은
꺼림칙 하지만서도 윤제와 얘기 해보고 싶어졌다.

' 까딱 잘못하면 내가 휘둘리겠는데. '

진성은 안내가 힘들것 같다는 예연에게 최대한 친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 윤제라는 아이와 대화를 조금 해보고 싶은데, 가능합니까? "

예연은 진성의 말에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다 대답했다.

" 네..뭐... 가능해요. 조금 있다가 사람을 한 명 보낼테니 휴게실에서 대화 나누시면 되요. "

예연은 이만 자리를 떠야 할 것 같다며 다시 사고를 수습하러 가버렸다.

이내 예연이 보낸 선생님이 윤제를 놀이방에서 데리고 나와
휴게실로 데리고 가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진성은 살짝 느릿하게 유리방을 나서 휴게실로 향했다.

휴게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진성을 향해 웃음을 지어보이는
윤제가 있었다.

그런 윤제를 보며 진성이 말했다.

" 그래서. 용건이 뭔가요, 꼬마 능구렁이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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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4-24 01:58 | 조회 : 2,526 목록
작가의 말
platypus

뜨개질 배우다가 때려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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