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이들


예연은 아이들이 모여있는 놀이방으로 안내했다.

정확히는 놀이방 한 쪽에 유리를 이용해 만든 방으로.

" 이곳에서 아이들을 보시면 한 눈에 볼 수 있어요. 몇 몇 아이들은 아까처럼 현수나 우진이같은 애들이 나가서 놀기도 하는데, 많아봤자 8~9명 정도만 나가서 놀아요. "

진성은 예연의 말을 듣고 아이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확실히 어려서 그런지 활발해 보였다.

그래서 였는지 모른다.

활발함 속의 얌전함이 눈에 띄었는지.

놀이방 구석에서 온갖 책들과 블럭으로 벽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혼자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단연 눈에 띄었다.

" 저 애는 누굽니까? "

진성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묻자 예연은 슬프단 듯이 말했다.

" 저 애는... 아까 봤던 아이 기억하세요?
천 강호 라는 아이. "

" 아... 그 문턱에 머리... "

" 네.... 그 아이랑 쌍둥이예요. 동생인 천 강용 이라는 아이인데, 어째 형제끼리 친구들하고 어울리지를 못하네요... "

진성은 흥미롭다는 듯이 팔짱을 끼고 웃으며 예연을 봤다.

" 보통은 형제끼리 붙어있지 않습니까? "

" 그렇죠. 그런데 이상하게 얘들은 초반엔 그렇게 붙어다니더니, 이제는 존재를 없는 것 처럼 서로를 모르는 척 해서요... "

대체 왜 그러는 지 이해가 안되네요, 라고 말하며 시무룩한 표정으로 턱을 괴는 예연에게 진성은 강용이라는 아이를 힐끗 보며 말했다.

" 그럼 저 아이와 그 형. 제가 데려가겠습니다. "

예연은 진성을 이상한 사람을 보듯이 쳐다보며 말했다.

" 네? 강호랑 강용이를 말씀하시는 거예요? "

" 네. 이곳이 익숙해 져서 위험성을 느끼지 않아 붙어있지 않는 것 일수도 있고, 정기적으로 장소를 바꿔주면 예전처럼 붙어다닐 수도 있지 않을 까 싶습니다. 그러니, 제가 데려가겠습니다. "

예연이 잠깐 고민하는가 싶더니 이내 웃으며 답했다.

" 좋은 것 같네요. 둘 다 성격이 여기에 있는 애들과는 다른 면이 많아서 애들도 잘 다가가질 못했었는데, 둘이 붙어있기라도 하면 그나마 나을 것 같아요. "

진성과 예연이 한창 얘기를 나누던 그때, 몇몇 아이들이 자신들을 보고 있다는 걸 눈치 챘는지 유리 벽 쪽으로 다가와서는 입을 벌리고선 올려다 본다.

진성은 그 모습이 뭔가 먹이를 받아먹으려고 하는 아기새 같아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귀여운 모습에 진성은 예연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고 물었다.

" 이 아이들은? "

예연은 그럴만 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 오른쪽부터 피부 까만 아이는 혼혈인 미아 칼렌, 머리카락이 밝은 갈색인 아이는 백윤제, 미니카 쥐고 있는 아이는 김다정, 호랑이 인형 들고 있는 아이는 김다감, 머리카락 색이 거의 하얀 아이는 러시아에서온 벤 델리아제 예요. "

" 혼혈이나 아예 외국인..인데 다른 애들이 차별한다거나 하는 경우는 없습니까? "

" 종종 있기는 한데 여기 있는 아이들 30%가 혼혈이거나 외국인 아이예요 그래서 차별같은 건 금방 사라지는 편이죠. 그냥, 관광지 가면 외국인들 많은데 그게 자연스럽게 느껴 지잖아요.
아마 애들도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는 거 같아요. "

진성은 여전히 아이들에게서 눈을 때지 않은 채로 말했다.

" 미아 칼렌, 벤 델리아제, 김다정, 김다감. 이 4명의 아이 또한 입양하겠습니다. "

예연은 놀라 물었다.

" 네? 윤제는요? "

진성은 그제서야 예연에게 시선을 옮기며 답했다.

" 윤제라는 아이. 눈치가 너무 빠르고 자라면 크게 될 아이 입니다. "

" 네? "

" 여기와서 저 윤제라는 애가 뭐 부터 한 지 아십니까? "

" 그야, 저희를.. 쳐다..봤...죠....? "

진성은 이렇게 까지 했는데도 모르는 예연이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 그리고 아직도 저희를 쳐다보고 있죠. "

예연은 어이없다는 듯이 물었다.

" 그럼, 모르는 사람이 와서 보고 있는데 호기심 좀 생길 수 있는 거 아닌가요? "

" 그게 아니라, 다른 아이들은 초반에만 제게 관심을 보였으나 금새 제 옷이나, 시계, 유리 너머로 다른 사람이 보이는 것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보싶시오. 윤제는, 아직도 저를, 제 행동을 관찰하고 있는 중 이죠. "

예연은 진성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런 것 도 같았다.

고작 4살짜리 어린애 인데도 불구하고 왠지 윤제의 눈빛이
흥미로우면서도 낯선것을 관찰하는 연구자의 눈빛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건물 바깥에서 뭔가 잔뜩 깨지는 소리가 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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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1-05 00:02 | 조회 : 3,257 목록
작가의 말
platypus

일에 치여 살다 왔는데 너무 늦은 건 아닐까 생각되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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