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하얀 건물

진성에게 손을 내민 현수의 모습을 본 예연은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 현수가 이렇게 빨리 경계심을 푼 건 처음이예요..! "

예연의 말에 진성은 즐거운듯이 미소를 지으며 예연에게 안겨있는 현수를 자신의 품으로 옮겼다.

" 어! 현수 얼굴이 아까부터 빨개요! 좀 만 더 있으면 터지겠다! 크하핳ㅎ하ㅏ! "

우진이의 말에 현수는 눈물이 그렁그렁 해지며 웅얼거리듯 말했다.

" 너어... 너 진쨔 미워어...히잉.... 너랑 이제 안 놀거야아.... "

우진이는 현수가 뭐라고 말했는지 분명하게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놀렸다.

" 응? 뭐라구? 잘 안들려! 다시 말해줄래? 푸흡흐 "

진수는 눈치를 보더니 은근슬쩍 공을 들고서 하얀 건물 근처의 놀이터로 도망가 버렸다.

뭔가 지진이 오기 전에 피신하는 동물들 같은 모습이였다.

우진이는 진수가 도망간 줄도 모르고 계속해서 놀렸다.

" 울려고? 찌질아~ㅋㅋㅋㅋ "

현수는 우진이에게 찌질이라는 말을 듣고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예연은 근처를 지나던 직원을 불러 말했다.

" 민주씨, 우진이가 또 현수를 괴롭혀서 울렸어요. 지난번에 했던 교육 이어서 해 주세요. "

예연의 말에 우진이는 진수를 찾으려 했으나 진수는 이미 도망간지 오래였다.

" 네, 원장님. 가자, 우진아. "

"으아아아아ㅏ 안돼애! 잘못했써요오오오!!! "

우진이의 절규에 민주는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이 보기좋구나 ㅎㅎ 선생님이랑 같이 지난번 수업 마저 받으러 가자. "

라고 말한 후 가지 않으려 버티는 우진을 끌고가다시피 데려갔다.

진성은 현수의 등을 토닥거리며 달래주었다.

" 현수 울린 못된 우진이는 교육받으러 갔다는데, 계속 울 거예요? 계속 울면 못생겨 지는데. "

현수는 진성의 말에 놀래서는 허둥지둥 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 아, 안 못생겼어요. 형, 현수 안 못생겨졌어요. "

예연은 웃으며 진성에게 물었다.

" 그럼, 현수는 계속 안고 계실래요? "

"네, 뭐. 어려서 그런지 가벼워서 괜찮습니다. "

진성은 현수를 한 팔로 안고서 문을 열었다.

예연은 건물의 구조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 1층에는 놀이방과 식당이 있어요. 아무래도 애들이 놀려면 제일 넓은 곳이 좋은 것 같아서요.
그리고 2층과 3층, 그리고 4층은 애들 침실이예요. "

" 1인 1실 입니까? "

" 아, 아니요. 혼자 자는 걸 아직은 다들 꺼려하더라구요. 보통은 2인 1실을 쓰지만 4명 정도는 혼자 쓰고 있긴 해요. "

진성의 품에 안겨있던 현수는 자랑하듯이 말했다.

" 저는 혼자써요! "

예연이 웃으며 설명했다.

" 맞아요. 현수와 아까 보셨던 진수, 아직 못 봤지만 민재라는 아이와 강호라는 아이가 방을 혼자 쓰고 있어요. "

" 3살인데, 괜찮은 겁니까? "

" 네. 아무래도 성장이 빠른 애들이 주로 방을 혼자 쓰는 경우가 많고 항상 직원들이 상시 대기하고 있어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별 다른 걱정은 안 하셔도 되요. "

복도를 걷던 진성이 뭔가를 발견한 듯 손으로 가르키며 물었다.

" 그럼, 저기 보이는 저 아이는 특별한 경우인가 봅니다. "

예연은 무슨 소린가 싶어 보니 복도 한 구석의 방에 머리만 내놓고 있는 아이가 있었다.

강호였다.

" 꺅! 강호야! 왜 거기서 그러고 있니? "

" 심심해서요. "

강호는 옷을 툭툭 털고 일어나더니 진성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 읏차... 안녕하세요. 천강호 라고 해요. "

" 그렇구나. 반가워요. 저는.. "

강호는 진성이 말하기도 전에 그의 이름을 먼저 말했다.

" 안진성. 맞죠? 자타공인 천재. 잘생긴 얼굴을 보니 확실하고 제가 알 수 있는 건 아무래도 세상이 불공평 하다는 것 정도네요. "

진성이 예연을 쳐다보니 예연은 한숨을 쉬었다.

" 하... 죄송해요. 강호가 뉴스나 신문을 자주 보는 편이라... 그러다 보니 평소에도 또래와 잘 어울리지는 못 하는 편이예요. "

강호는 예연의 말이 마음에 안 드는지 날카롭게 쳐다보더니 문를 닫고 들어가 버렸다.

진성은 문을 빤히 보다가 예연에게 말했다.

" 저렇게 기분이 안 좋아졌을 때에는 괜히 건드리기 보다는 내버려 두는 게 더 좋을 지도 모릅니다. 1층은 다 둘러본 것 같으니 다른 층으로 가 볼 수 있겠습니까? "

예연은 진성의 말에 공감하며 안내를 다시 시작했다.

" 2층과 3층은 주로 2인 1실 이예요. 4층에는 1인 1실이고, 각 층마다 직원들이 당직을 서는 방이 2개씩 있어요. 아무래도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는 혼자있으면 애들을 보호하기 힘들 테니까요. "

계단을 오르려던 진성이 어느새 잠든 현수의 모습을 보았다.

" 현수가 잠들었습니다. 이 아이의 침실은 어디입니까? "

예연은 계단 옆의 엘리베이터를 손으로 가르키며 말했다.

" 4층 가장 안 쪽 방인데... 아이를 안고 4층까지 오르는건 힘드니 엘리베이터로 가요. "

진성이 고개를 끄덕이고 엘리베이터에 탔다.

" 현수를 입양할 예정인 사람이 있습니까? "

갑작스러운 진성의 말에 예연은 되물었다.

" 네? 뭐라고요? "

" 입양할 12명의 아이 중에 현수가 있었으면 합니다. 혹여 현수를 입양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양해를 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

진성은 만난지 1시간도 안된 현수가 마음에 들었는지 입양의 의사를 밝혔다.

예연은 잠깐 생각해 보는 듯 하더니 대답했다.

" 원래는 있었는데, 현수를 데리러 오던 중에 사고가 나서 입양이 취소 됐어요. "

4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가 띵 하고 소리를 냈고 문이 천천이 열리자 진성이 내리며 말했다.

" 그럼 제가 입양하겠습니다. "

" 너무 조급하신건 아닐까요?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아이들은 많으니 좀 더 생각해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예요. "

예연의 말에 진성은 방 문을 열려다 멈칫했다.

" 그 말도 틀리진 않지만 그래도 저는 이 아이를 입양하고 싶습니다. "

진성은 어느새 문을 열고 들어가 현수를 눕히고 있었다.

이불을 덮어주는 진성을 말 없이 바라보던 예연은 속으로 생각했다.

' 저렇게 애들한테 자상한데. 애들한테 상처 줄 일은 없겠지 뭐. '

방 문을 닫고 나온 진성은 시간을 확인하더니 예연에게 물었다.

" 다른 아이들은 어디 있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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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6-11 22:49 | 조회 : 3,792 목록
작가의 말
platyp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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