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아원


차를 타고 한참이나 가야하는 인적 드문 곳에 위치한 꽤나 큰 규모의 하늘 고아원은 안진성, 그의 아버지인 안현성이 운영했었던 곳이다.

현재는 안현성의 후배인 정예연이라는 사람이 운영하고 있지만 그녀가 운영을 한 이후로는 입양되는 아이들의 수가 급격히 떨어져서 상당히 난감한 상태이다.

진성이 차에서 내리자 마자 그를 맞이하는 예연이지만 표정은 상당히 좋지 않다.

" 오랜만에 방문하셨네요.. 바쁘실 텐데, 이렇게 뵐 수 있어 반가워요.. "

아마도 자신에게 안 좋은 소리를 하러 왔다고 생각하는 것 이겠지.

표정이 굳어있는 예연에게 진성이 말했다.

" 하기 싫은 인사, 하기 싫은 마중. 하기 싫은 존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랑 나이가 20살이 넘게 차이가 나시잖습니까. "

예연은 눈을 내리깔고 쩔쩔 매기만 할 뿐 말을 하지 않았다.

진성은 그런 예연이 답답하고 짜증이 났는지 그녀를 지나쳐 걸어가며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 잔소리 하러 온 거 아닙니다. 애들 몇명 좀 입양할까 싶어서 온 겁니다. "

진성의 말에 예연은 한결 밝아진 표정으로 물었다.

" 며, 몇 명 정도...? "

" 12명 정도 데려갈 겁니다. 필요한 서류는 알아서 처리해 주시고 3, 4살정도 된 애들로 모아주시죠. "

예연은 생각보다 많는 숫자에 당황했다.

" 네? 12명이요? 그렇게 많이 데려가시면 돌보기 힘드실 텐데....? "

진성은 멈춰서서 뒤돌며 말했다.

" 요즘 세상에는 베이비 시터라는 직업도 있습니다, 정예연 원장님. "

진성의 심기불편해 보이는 표정에 예연은 멀리 떨어진 진성에게로 달려가 안내했다.

" 저, 3~4살 정도의 아이들은 저쪽의 하얀 건물에 있습니다. 인원은 20명 정도고, 다들 예쁘고 귀엽게 생긴 남자아이들 입니다. "

진성은 예연의 말에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 아, 그게... 여자아이들은 들어온지 얼마 안돼서 입양이 되서... 요즘에는 남자아이 보다는 여자아이가 더 입양이 잘 되는 것 같습니다.. "

" 흐응... 그렇습니까. "

가는 길 도중에 마주친 몇몇의 직원들은 서로 수군 거리기 바빴다.

예를 들면,

" 안진성이 고아원 출신이였던가? "

라던가.

"원장님 아들이 안진성 인가봐! "

같은.

이상한 헛 소리들.

진성은 그런 직원들의 대화가 웃겼는지 작게 웃으며 예연에게 말했다.

" 저쪽에 계신 분들께서 저 보고 정예연 원장님 아들인가 보다, 하면서 놀라십니다. 저희도 모르게 닮은 부분이 있나 봅니다. "

진성은 그저 농담이였이만, 예연에게는 그저 무서운 협박 같았다.

왜 저들 입에서 이런 말들이 나오게 하느냐는.

대체 평소에 본인에 대해 어떤 식으로 말했길래 저런 멍청한 놈들이 있는 거냐는 듯한 말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한참 걸어가던 두 사람의 앞으로 왠 조그마한 파란 공이 굴러오는가 싶더니, 이내 진성의 발 끝에 닿아 멈췄다.

진성이 공을 주워들고 주변을 둘러보다 저 멀리서 허겁지겁 뛰어오는 조그마한 꼬마들.

서로 투닥거리며 뛰어오는 모습이 꽤나 귀엽다.

" 그러게 우진이가 살살 차야 한다고 했쟈나! "

" 야, 놀다보면 실수할 수도 있찌, 뭘 그렇게 화를 내냐? "

" 니네들 계속 싸우면 원장님께 일러바칠꺼야! "

공을 찾으러 온 듯한 꼬마들은 진성의 손에 들린 조그마한 파란 공을 보자마자 놀라 도망갔다.

" 으아ㅏ아아! "

" 이게 다 현수 때문이래여어얽어ㅓ "

" 아 이진수 고자질 하지 말라고오! "

진성과 예연은 그런 아이들의 뒷 모습을 보고서는 당황한 듯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침묵을 깬 것은 현수라고 불리던 아이가 쭈뼛거리며 다가와 말을 건 것이다.

" ...저... 안녕하세요오...? "

진성은 그 모습을 보고 자세를 낮춰 눈높이를 맞춘 후 똑같이 인사했다.

" 안녕하세요. 아저씨는 이름이 안진성 이라고 해요. 우리 잘생긴 꼬마는 이름이 뭐예요? "

현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 장...현수요.. "

진성은 그런 현수가 귀여웠는지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서는 공을 건네며 말했다.

" 이 공 찾으러 온 거 맞죠? 가져가요. "

현수는 공을 건네 받고서는 머뭇거리는 듯 하다가 진성을 꼬옥 안았다가 뒤돌아 뛰어가며 말했다.

" 감사합니다아아! "

진성은 현수와 함께 도망가듯 뛰어가는 아이들의 뒷 모습을 바라보다 손을 툭툭 털며 예연에게 물었다.

" 저 아이들은 몇 살 입니까? "

" 아, 3살 아이들 중에 성장이 빠른 아이들 이예요.
4살 아이들 처럼 곧잘 뛰어다니고, 말도 잘 하고. "

예연은 진성이 아이들에게 관심을 보이자 신이나서 열심히 설명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진성은 공을 찾으러 왔던 아이들 에게만 관심이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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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6-08 15:24 | 조회 : 4,493 목록
작가의 말
platyp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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