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uter }}- #001

" 나와의 기억이 함께 했었더라면 그랬다면 그때는... "

오늘도 똑같다.
새벽에 잠에서 깨어나고 보컬 트레이닝, 운동 조금 하다가 씻고 녹음실.
오늘도 의미 없는 하루하루가 지나간 흔적이 눈 밑에 어두우리만치 짙게 내려앉는다.
어제, 오늘, 내일이 날짜가 다르고 입는 옷이 다르고 기온도 다르건만 이상할 만큼 익숙하고 지루하게 느껴지는데 이런 걸 데자뷰라고 하던가.
이미 꿈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걸 알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파릇파릇한 새순처럼 피어나던 어렸을 적에도 노래로 잘 되는 게 나라는 사람이 해낼 수 있는 일 따위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을 텐데.
그저 어리니까 '크면 내가 조금은 변해있지 않을까?'라던가 나이를 먹으면 저절로 변해 있기를 바란 것도 수년이다.

" 노래만 잘 부르면 다 가수되는 거 같아? "

" 너는 얼굴 반반하기는 한데 안될 거 같네. 빨리 다른 길 찾지그래? "

역시 무시했으면 안 되는 말이었나 보다.
튀어나가지 않고서 조금은 평탄하고 천진난만하게 사는 것도 좋았을 텐데.

" 리넨 씨? 녹음하는 중에 다른 생각 하시면 안 돼요. 컨디션 안 좋으시면 오늘은 그만할까요? "

아마 녹음을 도와주던 이는 함께 있기 싫은 것을 돌려서 말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 ... 마음대로 하세요. "

무심한 듯이 한 마디가 입 밖으로 툭 떨어졌다.
가방을 대충 둘러매고 녹음실의 문을 발로 차서 열었다.
어느새 눈이 따가우리만치 나의 새하얀 머리칼이 사라져가는 그믐달에 반짝이는 밤이 돌아왔다.
밤하늘에 뜨지 않은 별을 대신해 부드러워 보이는 머리카락이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으나 나를 버리고 떠난 어미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던 터라 고와 보이지는 못한다.
갓 태어난 아기 때 버려졌다 하니 더듬으며 즐거워할 추억 따위도 없다.
답지 않게 과거를 돌아보니 이래저래 머리에 가득 차오르는 생각.

" 냐앙- "

아, 벌써 다 온 건가.

" 기다려 준 거냐 못난이. "

요즘 들어 나를 반겨주는 고양이.
아마 털이 신기하게 달빛 아래선 자몽 색이라 마음이 더 간달까 참 식상하고 뭣 같은 생각이다만 말이야.
그 녀석 앞에 조심히 무릎을 꿇고 앉았다.
나를 자주 봐서 낯설지는 않은지 바로 내 품으로 파고들어서 안겼다.
그런데 오늘은 오늘이라서 집에서 두고 조금 더 오래 같이 있고 싶다고 느꼈다.
머리를 가만가만 쓸어주고 녀석을 안고 있는 채로 한눈에 봐도 낡아빠진 집, 맨션의 문을 열었다.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오니 똑같은 풍경.
눈에 한가득 담기더니 아찔한 느낌과 함께 몸의 균형이 시선과 함께 바닥으로 스러졌다.
뿌옇게 시야가 흐려지는 눈을 뜨다 감다를 여럿 반복하기를 몇 차례.
그리 무겁지는 않은, 적당한 무게감이 가볍게 내 가슴팍을 눌러온다.
아기 솜털 같은 기분 좋은 느낌이 얼굴에 비벼진다.
기껏 못난이를 집 안에 데려왔는데 몸이 계속 쌓여온 피로를 견디지 못했다 보다.
그 자리에 쓰러진 그대로 익숙한 듯 편안한 부드러움에 눈을 감는다.

" 못난이라서... 진, 짜 못생겼나 보네... "

왜일지 웃음이 새어 나온다.
그렇게 겨울의 어느 날이 허무하게 넘어간다
.
.
.
.
.
.
냉기가 느껴지는 찬 바닥에서 어제와 똑같은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아침을 맞는다.
역시 눈은 쉽사리 떠지지 않는 모양.
바닥보다 더 차가운 손으로 눈가를 꾹꾹 누르고서 겨우 눈을 뜬다.
오랜만에 잠에 들어서 적당히 잘 자고 눈을 떴지만 여전히 비몽사몽한 상태다.

" 못난이...는... "

맞다, 원래 집안에서 살던 애가 아니었지.

" 여기 3층인데 어떻게 잘 내려갔으려나... "

녀석이 곁에 꽤 한참 머물다 간 것인지 검은 트레이닝복 복부 부근에만 자몽 빛의 적당한 길이감의 털이 잔뜩 붙어 있었다.
괜히 털이 붙은 부분을 손으로 쓸어보았다.
오늘은 뭐랄까...
이 집 밖으로는 한 발자국도 떼고 싶지 않은 그런 모호한 기분이 들어서 나갈 수가 없다.


등장인물 외형은 픽크루를 사용하여 일러스트로 올라갈 예정입니다.
후기때 한 번 싹 정리도 할꺼지만요 :)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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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6-23 23:39 | 조회 : 1,133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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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23일 0시에 예정 이었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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