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uter }}- #002

" 가지 마... "

어 ?...

" 가지 마... "

어두워서 안 보여... 그보다 누구?

" 저기 ?... "

" ㅡ!! "

귓가에 아찔한 비명이 가득히 맴돈다.
여성이라기에는 낮은, 남성이라기에는 높은 묘하고 찢어지는감의 소리다.
듣기 싫은 시끄러운 소리라 나도 모르게 인상을 잔뜩 쓰고 귀를 틀어막았다.

" 아니 어느 미친놈이 갑자기 소리를 질러- "

훅 들어온 비명소리 때문에 아직도 얼얼한 귀의 통증을 참고 어둡게 나타난 형체에게 손을 얹고 내 쪽으로 거칠게 돌렸다.

" 하... 아 ?... "

그것의 얼굴을 확인하고서는 너무 놀라서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 오지 마... 오ㅈ... "

인간의 형태지만 얼굴의 반 이상은 두개골이 노출된 상태로 붉은 피를 뚝뚝 흘리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이다.
이제는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공포에 몸을 내맡기고 부들부들 떠는 것뿐.

"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 "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내 얼굴 위로 그것의 피가 계속, 점점 많이 내려앉아 흘러내린다.
얼음만큼이나 차갑게 식어있는 혈액이 내 얼굴 위로 떨어지는 느낌은 너무도 소름이 끼쳐서 피부가 마치 뱀의 비늘로 변해버리는 느낌이랄까, 이럴 것이라고 감히 예상이 갔다.
이어 내 머릿속으로는 어떤 장면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순간 주마등인 마냥 뇌리를 스쳐간 것과 동시에 든 한 생각.

죽는다.
지금 죽는대도 고통은 덜 느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그냥 눈을 꽉 감아버렸다.

" 하아, 하아... "

또 악몽.
아마 또 잠들었었겠지.
새벽에 일어나고는 다시 2시간 정도 다시 잠을 잤다가 일을 시작하는 생활 패턴 속 그 짧은 2시간 사이에도 쉽게 악몽을 꾸고 만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으려고 매번 꾸는데도 익숙해지지 않는 이리 지독한 꿈을 꾸었는지 모르겠다.
하여간 꿈자리부터 이리 사나워서야 일이 잘 풀릴 리가 있나.
벌써부터 징조는 좋지 않은 듯.
준비를 하고 나가기에는 늦은 시간에 완전히 눈을 떴다.

" 젠장... 오늘 일 잘 되기는 글러 먹었나 보네. "

머리는 대충 감고 덜 말려서 젖은 머리를 늘입는 베이지색 후드로 뒤집어써서 가린다.
적당한 검은색 백팩에 물이랑 태블릿, 노트북 정도 챙겨서 뛰쳐나간다.

" 아, 이어폰... "

급하게 나오느라 빼먹고 나온 모양이다.
뭐 이어폰 정도는 그렇다 칠까.
일단 지금 문제는 아르바이트 시간 늦었다는 거 같으니.
출근 시간대라 버스나 지하철을 타기에는 시간이 더 걸린다고 판단해서 뒤고 좌우고 돌아볼 틈 없이 달렸다.
죽어라 달려서 도착했을 시간은 이미 한 20분 정도 늦었으려나.
시간이 칼같이 지켜져야 하는 아르바이트라고 그랬는데 늦어버렸다.

" ... 죄송합니다. "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입 밖으로 겨우 말을 뱉었다.

" 아니네, 그쪽 대신해서 나올 사람을 얼마든지 있으니. "

" ...자른다는 말을 할 거면 그냥 제대로 하시지 그러시죠. "

어차피 더 나오지도 못할 거 그냥 돈줄밖에 안되던 새끼한테 아무 말이나 뱉고 나와버렸다.
아르바이트고 뭐고 우리 못난이가 보고 싶어서 서둘러 역으로 자서 지하철을 탔다.
집 갈 때는 사람이 몰릴 시간이 하니여서 텅텅 비어있었다.
이 지하철에 나만 남은 것 같은 그런 느낌.
편하게 몸에 힘을 전부 풀고 전철이 덜컹거리는 움직임에 따라서 움직였다.
눈의 초점도 풀려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 이번 역은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

안내 방송이 흐르고 문이 열리자 검은 차림의 한 남자가 탑승하였다.
아무 기척도 없이 조용히 내 옆자리에 앉았다.
이 상태로 더 사람을 태우지 않고 몇 정거장 지나간 모양이다.

[ 이번 역은... ]

집...
집이 있는 역에 도착해서 내리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내 옆의 그 남자도 조심스레 일어났다.
여기서 내리겠거니, 하고 별 의심 없이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문이 열리고 한 발짝 내디뎠다.
뒤이어서 등에서부터 배로 깊이 전해지는 차가운 느낌, 그 위치서부터 점점 넓게 퍼지는 따듯한 느낌.
왜인지 점점 어지럽다.
뒤에서부터 느껴지니 당연하
게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뒤쪽을 확인하고는 크게 동공이 떨렸다.
서있던 것은 내 옆자리에 앉았던 검은 남자.
칼을 들고 꿈에서 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뼈가 있던 쪽을 반대쪽과 똑같이 붙여서 상상하니 꼭 들어맞는다.
왜?
나는 오늘 그 사람 처음 보는데 어째서야.

" 치토세... 치토세?.. 가지 마... "

망할... 다른 사람이랑 착각한 거네.
이런 미친놈한테 목숨을 뺏기는 거 보면 열심히 사는 건 아무래도 의미 없다고 아무 사람한테 전해주고 싶네.

" 난... 치토센지 뭔지 그년 아니다. 이 새끼야... "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서 욕 한 마디 해주고 내가 잔뜩 흘린 피 웅덩이 위로 힘없이 넘어졌다.
계절 탓인지 죽는 것도 그렇게 따듯하지는 않다고 생각하며 평소처럼 잠들듯 눈을 감는다.

" ****년 1월 18일 오후 15시 22분 59.42초 리넨 아리아 사망! 아고... 어쩌다가 죽었대. 괜찮냐? "

종이에 무언가 쓰는 듯한 소리와 조금은 장난기가 묻어 나오는 그렇다고 어
린 것 같지는 않은 이상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다.
고개를 들 힘까지는 아직 부족해 보여서 그냥 그런대로 자세를 고쳐 앉고 바닥만을 응시했다.
잠시만... 뭐라고?
일단은 사망이면 죽은 걸 가리키는 말이고 그 이름은 틀림없이 나를 말한다.
그런데 소리는 멀쩡히 들리고 보는 것에도 지장 없어 보인다.

" 누구... "

이상하리 만치 말도 잘 나오고.

" 너는 그게 중요하냐. 근데 어려가지고 말버릇은... 음. 한참 전부터 그 모양이니 어쩔 수없나! "

어린 소년 같은 발랄한 말투로 내 말버릇을 지적하며 무언갈 적고 있던 작은 수첩 같은 걸로 머리를 내리쳤나 보다.
아프지는 않지만 기분 나쁘달까.
그나저나 나를 꽤 오래 봐온 사람 같은 말투다.

" 다짜고짜 머리부터 때리고서는 잘났네. 내가 누군지 잘 아는가봐? "

솔직히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아서 맞은 머리를 연신 매만지며 퉁명스레 툭 말을 뱉었다.
그리고 예상외의 대답이 귀에 박혔다.

" 응 당연하지. 계속 주위에서 봐왔는걸? 원하면 내가 알고 있는 네 정보 전부 털어놓을 수 있는데. "

마치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놈의 낯짝이 궁금해져서 고개를 바짝 들고 대략적인 모습을 훑어보았다.
키는 생각보다는 조금 컸다 180cm 정도 되려나.
곱상하지만 어딘가 날서 보이는 얼굴은 하얗고 큰 눈은 아니지만 끝이 날카로운 푸른 눈.
날이 선 눈매는 무섭다는 생각보다 장난을 치고 싶어 하는 모습이 더 강하게 보였다.
내 시점 오른쪽 눈 아래에는 눈물점이, 또 붉은 물방울 모양 분신이 눈 아래 양쪽으로 새겨져 있었다.
복숭앗빛으로 생기 도는 입술에 머리카락은 자몽 빛으로 상큼하다 느껴진다.
머리카락이 정돈하지는 않았는지 허리까지 길게 뻗어 내려온 삐쭉삐쭉한 뻗침 머리에 반묶음.
왜인지 같은 길이의 부드럽게 떨어진 옆머리만 다크 브라운 컬러.
어찌 묶었는지 청록빛의 긴 리본으로 머리를 묶어 놓았다.
옷은 타이트하게 달라붙는 검은 상의에 흰 배경에 빨강과 파랑으로 일정하게 가로, 세로 선이 그어진 셔츠를 걸치고 있었다.
바지는 평범한 와이드슬랙스.
신발이... 나막신?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저렇게 입어서 괜찮을까 싶은 정도다.
그래도 목도리는 잘 하고 있다.

" 다 둘러봤어? "

마치 내 생각을 읽기라고 한 듯이 웃으면서 나를 내려본다.

" ... 그래."

둘러보고 난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머리 관리는 안 하면서 머리만 자몽 빛으로 염색하는 게 과연 인간일까 정도.
그리고 계속 염색을 한 게 아니라면 저 길이까지 색이 안 빠지는 것도 이상하다.
왠지 모를 경계심에 온갖 생각을 다하고 있던 참이었다.

" 어? 나 머리색 자연인데. 그다지 춥지도 않고. "

정말 내 생각이 읽히기라도 하는 건가.
천연스럽게 옆머리를 긴 손톱으로 쓸어내리며 내 눈을 피한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

" 나 엄청 좋아했으면서... 기억을 못 해주네.우리 자주 보던 사이잖아? "

그 한마디로 덕분에 그 사람이 누구인지 간파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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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7-08 02:15 | 조회 : 1,078 목록
작가의 말
0공nyang

한 3주째 한써서 분량도 2배쯤? 불어났습니다))모둠과제 죽여주세요... 저 자몽빛 머리는 일러스트로 픽크루로 짠게 올라갑니다. 제가 그린거는 추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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