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onym:: Shouter }}_ #000

날이 다 저물어 가는데 가로등은 아직도 켜지지 않는다.
다 낡아 빠져서는 불이 제대로 들어오기는 할까, 싶은 그런 가로등이었다.

" 하... 진짜 이렇게 살다가는 진짜 뒤지겠다. "

한 많아봤자 대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앳되어 보이는 소년이 이어폰을 귀에 꽂아 넣고 대충 걸쳐 입은 베이지색 후드 집업의 지퍼는 반 절정도 올려놓았다.
울고 있지는 않지만 말 한마디 툭 던지면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표정을 하고는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어딘가로 힘없이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긴다.
그의 발걸음이 닿은 곳은 아무도 살지 않고 귀신이 나온다고 하면 누군가는 믿어줄 법한 그런 맨션.
그는 계단 몇 개를 올라와 역시 힘없이 문을 확 열고 203호라고 적힌 집 안으로 들어간다.

" 다녀왔습니다. "

신발을 가만히 벗어놓으며 창문으로 아득히 비춰오는 달빛 말고는 빛 같은 건 보이지도 않는 캄캄한 집 안에 인사를 건넨다.
오래전부터 그의 몸에 다져진 습관이다.
수년 전부터 집 안에는 저를 반겨줄 사람이 없다는 것쯤은 진즉 알고 있었다지만 저라도 인사를 하지 않는다면 영영 건너에서는 대답해줄 것 같지가 않아서.
정말 곁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더욱더 가까이 다가와 버리니까.
그는 어느샌가 맺혀있는 눈물을 소매로 쓱 닦아내고 베란다로 나가서 약하지만 밝은 빛의 달을 올려봐서 마주한다.

" 너는 왜 또 매가리가 없고 지랄이야... 응? 안 그러냐. "

달에 혼자 이것저것 털어놓으며 지껄이던 그의 시야에 달을 가려오는 무언가가 잡힌다.

" ...새 ? "

전체적으로 새하얀 깃탈에 꼬리깃만 노란 새 한 마리가 기운이 없는 듯이 날아다니더니 그가 기대있던 베란다 난간에 살풋 걸터 앉았다.
그는 그 새에게서 어딘가 모르게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해 동정심이라도 느꼈는지 그 새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 ...겁이 없구나. 도망쳐도 모자를 판에 말이다. "

역시 그는 그 새에게서 무언가 느낀 모양이다.
집 안으로 하얀 새를 데리고 들어와서 어깨에 살짝 올려놓고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다.
흩뿌리듯 놓여있는 불필요해 보인 서류뭉치에서 한 단어가 그의 눈에 스친다.
~리넨 아리아
매사에 지쳐 있는 그의 이름.
어둠을 더듬어 방을 살피면 곳곳에 보이는 마이크, 기타나 키보드. 음원 사이트에 리넨이라 서치하면 예전부터 꾸준히 올라왔던 재생수 없는 노래들.

" 아리아는 얼어 죽을... 좋은 뜻으로나 지어주던가. "

그는 짜증이라도 난 듯이 신경질적으로 말하며 머리를 한 손으로 잡아 넘겼다.

" 내가 이 꼬라지 인 거는 이름 탓일지도 모르겠네. "

그는 본래 눈물이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울 수가 없어서 무엇이든지 가슴에 꾹꾹 눌러 담고 꺼내 보지 않고 사느라 얼마나 힘들었을지 검게 변한 그의 눈 주변은 그의 시간에 대한 변호를 대신 한다.

" 아무도 없는데 소리친다면 어차피 누구도 들어줄 수 없잖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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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a 1 [a?ja]
[프랑스어][옛] 곤경, 난처함, 걱정거리



2019.06.23. 이후 정식 연재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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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6-04 19:52 | 조회 : 1,222 목록
작가의 말
0공nyang

6월 23일에 정식 1화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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