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화 구원의 또 다른 이름(10)

유현은 천천히 눈을 떳다. 흐릿했던 시야가 서서히 초점을 잡더니 이내 선명해졌다. 천천히 감각이 돌아오며 뒤통수에서 딱딱하지만 물렁한 그런 묘한 감촉이 느껴졌다.

문뜩 손을 움직여 눈가를 만져보니 다행히 눈물의 촉촉한 감촉은 느껴지지 않았다.

“눈에 먼지라도 들어갔나?”

“아니.”

유현은 누워있는 자세에서 살짝 고개만 들어 내려다 보는 아한을 마주보며 대답했다.

지금 유현은 아한의 다리를 베고 누워있었다.

“나 기절하고 얼마나 지났어?”

“5분.”

그 하얀 공간, 생과 사의 경계에서는 확실하게 5분 넘게 그곳에 있었지만 이곳에서는 5분밖에 지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것보다 몸이 너무 좋은데?’

확실하게 몸을 혹사시켰고 일주일동안 누울 준비를
했을 정도였는데 너무 건강했다. 정신은 맑았고 몸은 지금까지 중에 가장 가벼웠다.

이유를 생각해 보자면 아마도 그 하얀 로브의 남자, 솔로몬의 선물이란 게 이거겠지.

‘설마 선물이란게 이거였나보네.’

자유로이 사라져갔던 그들은 원하는 데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틸스가 기다리겠네. 빨리가자.”

몸을 일으킬려는 유현을 아한이 손으로 지긋이 눌렀다.

“좀 더 쉬어라. 너 피를 많이 토했다.”

억누르는 힘에 다시 아한의 다리에 머리를 눞힌 자세가 된 유현이 불만스럽게 미간을 좁혔다.

“나 괜찮아. 몸은 권위자가 회복시켜줬어. 지금 안색도 나쁘지 않잖아?”

“…그건.”

“아한. 지금 중요한건 이곳의 잡힌 이들을 하루빨리 구출하고 혁명단의 지지도를 올리는 거야. 그래야지 다음 황궁을 점령한뒤 반란을 사전에 막을 수 있어. 알고 있잖아.”

“…….”

아한의 눈빛이 침울하게 가라앉았다. 그게 왠지 귀여워보여 나도 모르게 손을 올려 아한의 뺨을 쓰다듬었다.

아한의 어머니, 유하연의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아한이 뭐랄까 자식이나 동생같은 친근감이 느껴졌다.

“…아주 그냥 사귀지 그래?”

어이없다는 툴툴거리는 목소리에 손을 내리고 고개를 돌리자 부서진 벽에서 폴짝 넘어온 리언이 보였다. 뭘했는지 가면은 조각나있었다.

“큼, 방해했나 보네요.”

어색하게 기침을 하며 얼굴을 붉힌 레비트가 슬쩍 시선을 돌리며 말꿈치로 리언을 쿡쿡 찌르며 말했다.

“리언님, 잠시 자리를 비켜주는게 어떻겠습니까?”

“왜?”

“…그, 두분의 오분한 시간을-”

“무슨 소리야.”

유현은 레비트의 말을 끊으며 인상을 구겼다. 영문을 모르겠는 소리하고 있는 레비트와 리언을 노려보며 자리에서 털고 일어났다.

“이제 가자.”

아한은 아쉬운 듯한 눈을 하며 바로 일어났다. 먼지와 흙이 잔뜩 묻은 유현과는 다르게 아한의 옷에는 먼지 한톨없이 깨끗하기만 했다.

“왜 너만 깨끗하냐?”

이에 유현이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자 아한이 갑작스럽게 유현을 손을 잡았다. 그러자 푸른 기운이 퍼져 나가더니 순식간에 유현의 옷의 묻은 이무질들이 정화되어서 사라졌다.

“와, 진짜 편리한데.”

그 자리에서 빙글 돌며 옷의 곳곳을 확인한 유현이 박수를 쳤다.

“대장! 난 안해줬으면서!”

리언이 섭섭하다는 듯이 말했지만 아한은 가볍게 무시하며 무심하게 말했다.

“앞장서.”

“칫.”

리언은 혀를 차면서도 착실하게 유현이 기절해 있는 동안 탐색해 두었던 곳으로 유현과 아한을 안내했다.

“근데 대장, 큰 문제가 생겼어.”

“그게 뭐지?”

문제라니. 무슨 소리지? 유현은 두사람의 대화에 귀를 귀울렸다.

“여기 있는 놈들. 글러먹었어.”

“글러먹었다고?”

아한은 슬그머니 미간을 좁혔고 유현은 반문했다. 그러자 레비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보면, 보시면 알게 되실겁니다.”

그녀 답지 않게 기운이 없고 축쳐진 게 상당히 불안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무가치한 허식과 어둠의 권위자가 당신의 선택을 지켜봅니다.]

여태까지 조용했던 무허권님이 저러는 걸로 봐서는 상당히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아주 불안한 직감이 눈에 선했다.

“…그들을 너무 나무라지는 말아 주세요. 리언님, 저는 그들을 심정을 이해합니다.”

“…칫.”

레비트의 과거를 알고 있는 리언은 혀를 차며 고개를 휙 돌렸다.

세사람의 걸음은 각각 서로의 감정을 담아 무거웠다. 짧은 침묵의 시간 유현도 아한도 그리고 리언과 레비트또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교차하지 않는 감정선은 서로를 악이라고 단정 짓고 타인의 정의(正義)를 부정하고 상처입힌다. 4사람은 모두 그것을 알고 있기에 입을 닫고 침묵을 선택하였다.

“도착이다.”

리언의 말에 생각에 잠겨있던 유현이 고개를 들어 거대하고 흉흉한 여기저기에 갈색으로변한 원래 붉은 무언가였던 것이 묻어 있는 철문이 보였다.

“들어가시죠.”

레비트와 리언이 각각 오른쪽과 왼쪽문을 밀어 열었다. 그러자 생각한 것과는 다른 내부가 펼쳐졌다.

개미집처럼 수많은 감옥들이 펼쳐져 있을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감옥은 거대한 우리같은 철장에 둘러싸져있는 것이 전부였다.

“이게….”

아한이 무심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유현님!”

그때 익숙한고 앳된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혁명단의 사람들도 보였다.

유현과 아한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설명을 요구하기 위해서 틸스에게 다가갔다.

“어?”

그런데 유현의 발걸음이 갑작스럽게 멈추었다.

틸스에게서 익숙하면서 낮선, 멸의 힘이 느껴졌다. 하지만 섬멸자나 자신과는 다르게 형태가 느껴지지 않았다. 어떤한 모양도 형태도 갖고 있지 않은 무형의 멸의 힘. 그것이 틸스의 멸이었다.

[최후의 신의 축복이 상대방을 꿰뚫어봅니다!]

[이름] : 틸스 [나이] : 14살 [인종] : 인간

[소속]: 혁명단 [속성] : 없음. [성향] : 중립 선.

[능력치]:체력[10],근력[6],민첩[30],지력[40],정신력[290],마력[10].

[직업] : 환멸자 [칭호] : 없음. [스킬] : 무형(無形)
의 환멸(幻滅). [패시브 스킬] : 없음. ]

여전히 별거없는 프로필이었지만 달라진 것이 있
었다.

‘저 직업과 스킬.’

아마 멸의 힘에 의해 생겨난 것이겠지. 다행히 내 감이 맞아서 틸스는 힘을 각성하는 것에 성공한 모양이었다.

[칭호 ‘멸의 개화자’의 특성이 발동합니다!]

…으잉?

…저게 뭐야?

“유현님!”

눈까지 빛내며 달려오는 모습에 유현은 진심으로 겁을 먹고 아한의 뒤로 숨었다.

틸스를 피하는 유현의 모습에 아한은 의아해하면서도 유현을 등에 가리고 틸스의 앞을 가로 막았다. 그 모습에 다가와서 유현에게 안길려고 했던 틸스는 눈쌀을 찌푸리며 입술을 비쭉 내밀며 불만스럽게 아한을 노려보았다.

“보고는?”

하지만 아한은 덤덤히 물었다.

틸스는 불만스럽게 중얼거리면서도 아한의 뒤에서 슬쩍 얼굴을 내민 유현과 눈이 마주치면 태양이라도 본 것처럼 싱글싱글 웃었다.

“…상황을 말해봐.”

그 부담스러운 웃음에 유현은 절로 표정이 굳어갔지만 틸스도 아한도 눈치채지 못하였다.

“아,…그게.”

틸스의 밝았던 표정은 한 순간에 어두워졌다.

“일단 따라와보세요.”

앞장서서 틸스가 걸어간 곳은 잡은 사람들을 가둬둔 감옥이었다. 청장의 문은 열려있었고 틸스를 따라 유현도 아한도 따라 들어갔다.

“…이건.”

아한의 미간이 서서히 구겨지기 시작하고 눈동자에는 분노가 서리기 시작했다.

“어째서, 한 명도 대피하지 않고 그대로 있는 거지?”

환술 깬 아한은 가장 먼저 다른 혁명단을 찾아 리언과 레비트를 제외한 모든 이들을 안쪽으로 보내 감옥을 찾은 다음 틸스를 도와 빈민가의 사람들을 구출하라는 명령을 내렸었고 유현과 아한이 도망칠 시간을 벌어주었었다.

그런데 이들은 환술이 풀렸음에도, 더이상 구속하는 이가 없어졌음에도 움직이지 않고 무력하게 절망에 빠진 얼굴로 앉아 있을 뿐이었다.

“…유현님, 죄송해요. 믿고 맡겨 주셨는데.”

틸스는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환술을 없앴는데도, 이제는 환술 같은 건 없는 데도 저들은 움직이지 않아요.”

비통하게 쥐어짜서 나온듯한 목소리에 물기가 서렸다. 틸스는 눈물이 나올 것같아 눈을 찡그리며 꾹감았다. 어쩌면 현실을 외면하는 것처럼.

“잘했어.”

그때 머리카락을 서툴지만 부드럽게 쓰다듬는 손길과 무심하고 무감각하지만 믿음을 주고 용기를 복돋아 주었던 목소리가 들렸다.

“뒤는 난한테 맏겨.”

“잠깐, 유현!”

스쳐지나가는 바람과 함께 아한이 유현을 막는 소리가 들렸고 틸스는 무심코 숙였던 고개를 올렸다. 그러자 작고 연약해 보이는 등이보였다.

작고 연약해 보이지만 너무 많은 것을 짊어져 무거워보였다.

…무척이나.




※※※



그에게는 하나뿐인 형제가 있었다. 무척이나 강하고 다정하며, 아름답게 빛나 모든 생물에게 사랑받는 자.

하나뿐인 유일무이한 혈육에게 질투심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는 존재였기에 각인되듯이 품고 있었던 부정적 감정을 지워졌고 사랑을 깊어져만 갔다.

너무나도 사랑하는 형제.

그렇기에 그가 하는 모든 것들은 정의였고 선이었다. 왜냐면 그는 다정하고 강했고 그런 형제를 사랑했으니까.

그것이 귀과 눈을 가리고 정의를 흐릿하게 만드는 것도 모르고.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는 잠깐의 과거의 단편을 지워내며 눈을 깜빡였다.

“[꿈…을 꾼건가?]”

권위자는 꿈을 꾸지 않는다. 완전한 정신과 단단하고 양보없는 가치관을 가진 그들에게 있어서 꿈은 필요없는 것이었다.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그들은 잘 알았고 구별할 수도 있었다. 그런 그들은 ‘불가능’한 것을 꿈꾸지 않는다. 오직 철저하고 냉철한 계산 아래의 행동으로 움직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근원에 먹혀, 그들의 꼭두각시로 전락한 ‘현재’의 권위자들이었고.

고대의, 지금으로부터 아주 오래전에는 감성과 스스로의 이성을 그대로 유지하며 근원에게 먹히지 않고 근원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이 지상이 남아 소멸해갔다.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것이었다.

“[형태 없는 것들과 두명의 권위자의 마력이 사라졌다.]”

완전히 소멸했다는 뜻이었다.

“[하나는 솔로몬, 다른 하나는 릴리트구나.]”

지혜자, 또는 대현자라고 불리며 악마들을 제어하며 충성을 받아냈었던 신의 선택을 받았다고 칭송 받았던 현왕(賢王)이 죽은 것이었다.

“[못난 녀석. 인사도 없이 그리 가버리다니.]”

릴리트는 인사도 없이 멋대로 사라질 것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솔로몬까지 그럴줄은 몰랐던 정추권은 조금 울적한 기분이들었다.

점점 알았던, 정을 주었던 이들이 하나하나 사라져갔다. 어쩔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일방적인 이별 통지만큼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없었다.

“[제이딘 녀석. 잘 도착했을려나.]”

자신의 유일한 신도지만 어딘가 어리버리한 구석이 있는 녀셕이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렇게 치자면 유현, 고놈도 장난 아니지.]”

몇번이나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의 심장을 떨어질뻔하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처음에는 너무 재미있어서, 두번째는 그 아이의 마음이 너무 슬퍼서, 세번째는 자신을 함부로하는 그 아이의 태도에 화가 나서, 네번째는 그런 주제에 타인에게 구원의 손길을 아낌없이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내밀며 자신이 망가지는 것도 꺼려하지 않는 그 정의(正義)에 마음이 울렸다.

그리고 다섯번째는 그 아이를 보면 볼수록 사랑스
럽다고 느끼고 있다는 자신의 심장에 놀랐다.

그 아이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에 정말, 놀랐다.

인간을, 그것도 절대멸자. 그의 형제와 같은 ‘별의 운명’을 가진 파멸과 창조의 저울에게 또 다시 사랑을 느껴버린 것이었다.

“[…제이딘이 보면 분명 흔들리겠지.]”

유현의 정의는 그만큼 충격적이고 타인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만큼 제이딘이 성장할 계기를 줄 것이다.

과거의, 인간이었을 때의 자신을 닮은 인간. 제이딘을 아끼지만 만약 제이딘의 정의가 유현을 상처입히는 것이라면….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의 루비처럼 영롱한 붉은 눈동자가 한 순간 매서운 빛을 띄며 번뜩였다.

“[…아무리 제이딘 너라도 난 유현을 택할 것 같다.]”

이것이 ‘별의 운명’을 가진 자에게 끌리는 것은 ‘별의 조각’ 의 소유자의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었다.

“[유현. 너는 또 어렵고 힘든 길을 자처하는구나.]”

화면 속, 유현의 흔들림없는 모습은 가슴을 여러가지 의미로 벅차 흘러넘쳤다.

그것은 기쁨과 닮은 슬픔이기도 하였고 가슴속 응어리진 어두운 절망과 닮은 것이기도 하였다.

그의 루비를 닮은, 루비와 보다 영롱하고 선명한 붉은 빛을 닮은 눈동자가 자신의 신도를 보았다.

제이딘은 자신의 신이 안내해준 길을 따라 걸었고 빈민가의 숨겨진 지하 비밀통로로 들어갔다. 그리고 쓰러져 있는 사람을 보고는 그들에게 다가가서 확인해봤지만 모두 기절만 한 상태로 결박되어 있었다.

“일반인은 아닌 것 같군. 이곳은…대체 뭘하는 곳이지?”

제이딘은 모르고 있었다. 제국의 가장 어두운, 거짓된 빛에 가려진 진실된 어둠을.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당신에게 길을 제시합니다.]

그는 혼란에 대해 생각할 틈도 없이 자신의 신이 알려주는 방향대로 걷고, 걷고 또 걷다가 이내 발걸음이 서서히 빨리지지기 시작했다.

알고싶다. 이 앞에는 자신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절대적인 ‘정의(正義)’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벌해야만 하는 ‘악(惡)’이 있는 것일까.

불안감과 기대감을 가지고 그는 열린 문앞에서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있었다.

그곳의 검의 옷의 하얀 가면을 쓴 자들의 시선이 모두 한 곳을 향해 있었다. 그리고 제이딘의 시선또한 한 곳을 향했다.

감옥안 생기없는 이들의 가운데에 서서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작은 체구의 모습이 낮이 익었다.

“흐, 흐흐.”

검은 머리의 소년은 등을 굽혀 배를 잡고 웃음을 참는 듯한 소리를 내며 이내 고개를 들었다.

“하, 정말 다행이야. 너희들이 바보같이 이렇게 가만히 있어주어서.”

환하게 웃는 아름답고 섬세한 얼굴에는 광기에 깃들어 보는 사람을 하여금 소름을 돋게 하였다.

“위대하신 황제 폐하의 명에 따라 혁명단에 잠입해서 이 계획을 방해할 생각이었는데 말이야. 너희들이 도망치지 않았던 덕분에 정말 쉽게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

소년은, 유현은 진심으로 기쁘다는 듯이 빙그르 돌아서는 인벤토리에서 단검을 빼들었다.

“너희들같은 것들이 아무리 없어지고 죽어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아. 이게 얼마나 편한지 알아?”

유현은 어린 소녀의 바로 앞에 단검을 내밀며 위혐하듯 목에 가까이 대었지만 소녀는 잠깐 움찔할뿐 이내 죽음에 순응하듯이 눈을 감았다.

“이것봐, 아무런 저항도 안하잖아? 그까짓 환상에 붙잡혀서 재밌는 거 몇개를 봤다고.”

싱글벙글 웃는 모습의 유현이 그곳의 이들에게는 너무나도 낮선 동시에 익숙했다.

모든 것을 혼자 짊어지고 살아가는 사람. 아한과 유현은 비슷하면서 달랐다.

“그래도 가지고 노는 재미는 있더라 불에 지진 철로 입안을 전부 녹이고 한쪽 눈을 뽑아 남은 눈에 뽑은 눈알을 보여주고…아, 같이 잡힌 친구나 가족들 눈앞에서 내장을 빼내는 것도 재밌었는데.”

소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소녀에게는 어린 남동생이 있었다. 손을 놓쳐버려 잃어버린 아주 작고 귀여운 어린 동생이.

유현의 말이 동생에게 곁쳐 보이기 시작한 소녀의 손끝이 하얗게 질리면서 떨리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아픈 아내가 있다고 보내달라고 매달렸던 남자도 있었는데 심심해서 손톱을 하나 씩 뽑아봤어. 그랬더니 비명을 지르는 거야? 그래서 시끄러워서 성대를 부서버렸어.”

“…아,아.”

소녀의 입에서 조금씩 억눌린 신음이 흘러나왔다.

“어린 아이들도 많았는데 내가 늙는게 싫어서 말이야 너희같은 어린 아이들은 전부 내 젊은 유지의 재료가 되어주었지.”

제이딘은 검의 손잡이를 쥐고 소년을 노려보았다.

‘저것은 악이다. 내가 배제해야 할 악이다.’

검을 뽑고 앞으로 나이갈려는 순간.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당신을 만류합니다.]

그의 신의 그를 막았다.

‘어째서?’

자신의 신의 선계통이었고 악의 배제를 위해서 자신을 이곳에 대려온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을 하고 있었던 제이딘은 당황했다.

그때였다. 쇠된 날카로운 비명같은 소리가 감옥 전체를 울려퍼지게 하였다.

“죽여버리거야-!!”

눈물로 뺨을 적신 어린 소녀가 무력하게 앉으채 독기어린 눈으로 유현을 노려보며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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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0-13 12:08 | 조회 : 1,300 목록
작가의 말
블래티

늦게왔네요. 그대신 분량 많이 가져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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