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화 구원의 또 다른 이름(9)

맑고 검은 안개가 길고 하얀 손가락 사이를 마치 유영이라도 하는 것처럼 자유롭게 하지만 규칙있게 움직였다.

“[괜찮은 건가?]”

손안의 검은 힘들을 전해준 이들을 보면서 무가치한 허식과 어둠의 권위자가 물었다.

“[뭐, 어차피 죽을 몸. 상관없습니다.]”

날카롭고 뾰족한 귀과 회색의 피부. 3쌍의 검은 가죽 날개를 가진 악마가 후련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의 뒤에 있는 ‘형태 잃은 것들’ 또한 고개를 끄덕이는 것처럼 꿀렁였다.

“[저희는 제국에서부터 저 아이를 지켜봐왔죠.]”

그녀의 시선이 화면속 힘겹게 광기와 싸우는 유현을 보며 희미한 빛을 품었다. 아주 작지만 확실하게 빛나는 약한 작은 별을.

“[물론 당신님의 눈치를 보느라 존재감을 저 아이에게 드러낼 수는 없었지만요.]”

“[거기서 코스트를 더 소비하게 된다면 소멸에 더 가까워졌었겠지. 지금도 얼마 안 남았잖아.]”

“[훗, 당신님처럼 동족을 걱정하는 악마는 없을 거에요. 아무도 우리를 거들떠도 보지 않는데 당신님만이 우리를 걱정하며 조금씩 코스트를 나누어주셨죠.]”

“[그건 딱히….]”

“[하지만 더이상 저희에게 코스트를 나누어주시면 당신님이 위험해져요. 그래서 저희는 선택했습니다.]”

그녀의 붉은 눈동자가 초승달처럼 곱게 희었다. 하지만 그건 어딘가 외롭고 서글퍼보이는 미소였다.

“[보잘 것 없는 힘밖에 남지 않았지만 조금이라도 당신의 도움이, 저 아이의 힘이 되어주겠다고요. 이대로 아무런 것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질 운명인 저희들에게는 최선이자 최대의 선택이죠.]”

검붉은 머리카락이 흙날리며 가루처럼 흩어져 사라지고 있었다.

-[키에에엑-!]

‘형태 잃은 것들’또한 검은 재가 되어 빠르게 소멸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덥수룩한 앞머리에 가려져있던 짙은 에메랄드 빛깔의 눈동자가 천천히 하나하나 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유현이 본다면, 만약 알았다면 그 아이는 지금보다 더 망가졌을 것이라는 것을.

“[마지막으로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힘없는 목소리는 언제라도 사라질 듯이 가날프고 흐릿했다.

“[제 이름, 한 번만 불러주시겠요?]”

무가치한 허식과 어둠의 권위자는 천천히 덥수룩한 앞머리에 가려진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편안한 안식이 되기를…릴리트.]”

그러자 그녀는 눈에서 맑은 눈물이 떨어져 바닥에 닿기도 전에 사라졌다. 이제 완전히 흐려진 그녀는 마지막으로 한 번더 입을 열어 말했다.

“[고마워요….]”

이윽고 그녀는 완전히 검은 재가 되어 사라졌다.

무가치한 허식과 어둠의 권위자는 깊게 한 숨을 쉬었다. 언젠가 자신도, 정추권도 저렇게 될 것이었다. 물론 저들 보다는 오래 버틸 수 있겠지만 길어 봤자 남은 시간은 10년이었다.

‘정추권은 한 50년은 될려나? 지금 하는 걸 봐서는 30년 정도일려나.’

만약, 이 사실을 유현이 알게 된다면.

정의를 추구하는 권위자가 회복하고 있다는 것 만으로 유현은 자신을 밀어냈다. 이 사실을 사실을 알게 된다면 틀림없이 단지 밀어내는 것 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분명 어떻게든 떨어뜨리려고 하겠지.’

유현이 스스로 세어나는 힘을 제어하는 법을 배운 것은 그를 위한 준비였을 것이다.

독립하기 이른 어린 새는 조바심내며 둥지에서 벗 어나려고 하다 추락하여 죽는다.

무허권은 결코 유현을 죽게 둘 생각은 없었다.

물론 보통의 인간의 나이로 치면 유현은 독립할 성인의 나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 육체의 나이였고 정신의 나이는 아직 덜 익은 나무 열매처럼 딱딱하고 무르 익지 못해 쉽게 무서질 정도로 멈춰있었다.

그러니 무허권에게 있어서 유현의 보호가 필요한 아이였고 동생같이 특별하고 각별했다.

‘물론 동생같은 건 있었던 적이 없었지만 유현이 동생같이 느껴지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니.’

악마에게 가족애는 없다. 같은 피는 없다고 생각하며 태어나는 방법도 제각각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런 ‘감성’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악마에게 있어 결여된 ‘감성’을 가지고 있는 악마. 그렇기에 절대 적인 악도 선도 될 수 없는 인간과 가깝지만 격에 차이가 나며 어둠의 일곱 기둥과 대등할 정도로 강한 격을 가지고 있는 돌연변이.

그것이 바로 ‘무가치한 허식과 어둠의 권위자’였다.

“[유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어. 이제 나머지는
너에게 달렸어.]”

머리카락 속 짙은 에메랄드 눈동자가 걱정과 불안, 초조함을 담은채 반짝였다.




※※※



X같네. 진짜.

요즘 욕이 느는 것 같은게 아주 좋네.

유현은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검보라색의 불온한 광기가 초려혜의 몸을 빠져나며 유현의 몸에 흡수되며 유현의 몸에 검보라색의 광기에 번들거리며 유현을 잡아 먹기 위해서 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끝임없는 유혹의 목소리. 초려혜의 손을 잡은 유현의 손이 떨려왔지만 손을 놓치는 않았다. 유현은 결코 이 손을 놓을 생각이 없었다.

‘조금만 더.’

얼마남지 않았다.

이윽고 모든 검보라색의 광기가 초려혜의 몸에서 유현의 몸으로 옮겨갔다.

“…쿨럭.”

피가 입안 가득 채워져 결국 밖으로 터져 나왔다. 순식간에 비릿한 혈향이 퍼져나가며 그 자리의 모든 이들의 시선이 흔들렸다.

선명한 붉은 색이 유현을 물들이고 있었다.

“유현, 이제 됐어! 그만해!”

리언이 외쳤으며 아한이 불타는 듯한 시선으로 유현을 응시했다. 유현은 리언의 말을 무시하며 아한을 바라봤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지만 입모양 만으로 충분히 아한은 알아 들을 수 있었다.

‘이제 네 차례야.’

초려혜의 몸에 남은 청룡의 저주. 그것을 풀 수 있는 열쇠는 바로 청룡의 축복을 받고 있는 아한 밖에 없었다.

아한은 이를 악 물었다.

초려혜는 이제 어떻게 되든 좋았다. 지금 아한의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피로젖은 채로 창백해진 얼굴로 힘겹게 몸을 지탱하고 있는 작은 별. 유현이었다.

아한과 리언을 막고 있던 무형의 힘은 이미 사라졌다. 몸을 떨게 만들었던 공포도 없다.

아한은 빠르게 유현의 곁으로 다가가 초려혜를 내려다 보았다. 늙고 볼품없는 모습. 그런 이의 손을 유현은 하얗게 질린 손으로 꼭 잡고 있었다.

몸을 숙여 한쪽 무릎을 꿇어 두사람의 손을 포게듯이 감싸 쥐었다.

그러자 목소리가 들렸다.

-난, 나는 용서 받을 수 없어….

-용서할 것인가?

하나는 흐느끼는 여인의 목소리였고 하나는 맑고 청아하면서도 장엄한 목소리같은 소리였다.

-구원받을 자격도 없어….

-구원할 것인가?

체념한 여인의 목소리가 검고 어두웠다.

-편안한 안식의 죽음을 얻을 수 없어….

-선택하거라.

초려혜는 분명이 큰 죄를 지었다. 자신의 이기심으로 많은 이들의 현재의 행복을 부셨고 미래를 만들 권리를 앗아갔다.

그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모든 죄를 그녀 혼자만 감당하는 것은 잔인했다.

그 죄를…유현이 같이 감당하는 것이 아한은 속이 타오르다 못해 녹아내리는 것같은 느낌이 들어 미쳐버릴 정도로 싫었다.

한편으로는 자신이 그렇게 만들었다는 죄책감도 있었지만 지독히 이기적인 구원을 택하는 유현을 책망하는 마음도 있었다.

“원하는 것은….”

아한은 그녀를 용서했다. 다름아닌 유현이 분노로 슬픔으로 검을 휘두르며 스스로를 심판의 검이라고 칭하지 말아 달라고 했으니까.

“구원.”

그 순간 아한의 몸에서 푸른 빛깔의 바다와 닮은 기운이 폭팔하듯이 흘러나왔다.

[패시브 스킬 ‘청룡의 축복’이 활성화됩니다!]

[패시브 스킬 ‘청룡의 축복’이 극대화됩니다!]

푸른 바다를 닮은 기운은 초려혜의 몸을 따스하게 어루만지며 저주를 지워나갔다. 그러자 이윽고 초려혜의 몸은 본래의 나이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40대의 모습은 기품있고 고상해보이는 아주 우아한 모습의 여성이었다.

그녀의 눈꺼풀이 떨리더니 이내 눈물이 떨어지며 탁기가 사라진 짙은 남색의 눈동자가 천천히 유현과 아한을 응시하다 그너머의 하얀 물체를 응시했다.

하얀 물체, 유하연은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초려혜는 입을 열었다 닫으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저 마음 가는대로 말했다.

“…고마워요.”

그녀의 몸이 바스라지기 시작했다. 그에 아한이 놀란듯이 손을 뻗었지만 유현이 그 손을 막았다.

“…이걸로 된거야.”

“…….”

본래라면 영혼이 부서지는 고통속에서 죽어갔어야 했었지만 저주와 광기를 거두어 편안하게 소멸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의 목숨은 이미 광기와 저주가 갉아 먹었다. 없어진 생명력을 채우는 것은 이치에 벗어나는 일이었다.

유현과 아한은 지금에 최선을 다한 것이었다.

-자, 나와 가자꾸나.

유하연은 바스라지는 하얀 가루를 손으로, 몸으로 품으며 흐릿해져갔다.

“…어머니.”

작게 아한이 유하연을 불렀지만 그녀는 그저 장하다는 듯이, 수고했다는 듯이 웃으며 하얀 가루가 되어 날아가며 사라졌다.

초려혜와 유하연. 두사람이 사라진 곳에는 유현과 아한만이 있었다.

“쿨럭! 아, 미안.”

유현은 사과하며 정신을 잃었다. 그러자 놀란 아한이 서둘러 유현을 받치며 흔들었지만 유현은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




※※※



“[애야, 정신 차리렴.]”

노곤한 몸 때문에 부르는 소리에도 일어날 수가 없었다.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단다?]”

살벌한 소리를 참 다정한 목소리로도 한다. 덕분에 유현은 정신을 차렸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온통 하얀 공간. 그리고 누워있는 나를 내려다보는 회색피부에 검풁은 머리카락과 붉은 눈동자를 가진 여성의 모습의 악마와 하얀 로브로 얼굴을 제외한 모든것을 가린 성인 남성으로 보이는 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뒤에 형태가 흐려 잘 보이지 않는 무언가 또한 병풍처럼 있었다.

“[드디어 일어났구나.]”

벌꿀을 그대로 녹여낸 듯한 금발과 연두색의 눈동자의 남자가 환하게 웃었다.

“…누구?”

목이 잠겨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얘 좀 봐라? 우리의 힘을 받아 놓고서 모르겠단 말이야?]”

검붉은 머리카락의 고혹적인 미녀가 손가락으로 가
볍게 유현의 이마를 치며 말했다.

“[말보단 보다는 보여주는 게 빠르겠지.]”

[지혜의 인도자들의 권위자가 당신을 안쓰럽게 바라봅니다.]

[검은 길의 사신(死神)과 안식(安息)의 권위자가 당신을 한심하게 봅니다.]

유현은 시스템 창을 보며 놀란듯이 눈을 크게뜨며 눈앞의 남자와 여자를 번갈아가면서 봤다.

“[쯧, 이렇게 어리버리해서 저 위에 놈들에게서 살아남을 수 있을련지.]”

붉은 머리의 여성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고 남자는 그런 여성을 보며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만류했다.

“[분명 잘 나아갈 것이네. 이 아이는 지혜롭고 현명하고 상냥하니까.]”

남자는 유현의 검은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추억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다시 그의 색을 볼 수 있을 줄이야.]”

“[그분은 얘처럼 어리버리하진 않으셨어.]”

“[하지만 분위기는 무척이나 비슷하지 않느냐.]”

“[…그건 그렇지만.]”

유현은 따라갈 수 없는 대화에 정신이 없었다. 다만
‘그’라면 혹시 위키가 말했었던 ‘그’를 말하는 것일까 하는 추측을 조심스럽게 할 뿐이었다.

“[이런 많이 혼란스러운 모양이구나. 일단 이곳이 어딘지 궁금하겠지?]”

남자의 질문에 유현은 눈을 한 번 깜빡였다. 그러자 남자는 친절하게도 유현의 뜻을 알아차리고 입을 열었다.

“[이곳은 생(生)과 사(死)의 경계. 곧 소멸하는 이들이 아주 짧게 지나쳐 가는 곳이지.]”

…설마? 죽을 수 없는 내가 죽었다고?

“[아이야, 너는 죽지 않았단다. 단지 정신체만 여기로 온것 뿐이다. 너의 육체는 살아있단다.]”

그럼그렇지. 유현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안도감은 안 드나 보구나.]”

남자는 쓸쓸하게 웃으며 손으로 유현의 눈을 덥었다.

“[우리는 곧 이곳에서 벗어나 소멸할 것이란다.]”

…소멸.

…설마?

유현은 자신이 든 생각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남자의 눈을 보고 싶었지만 안타갑게도 남자는 손으로 유현의 눈을 가리고 있었다. 하지만 흘러나오는 눈물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런, 네 탓이 아니란다.]”

“[…어리버리 하기는.]”

남자는 다정하게 말해주었고 여자는 툴툴거리는 말투였지만 붉은 눈동자에 다정함과 따스함을 담고 있었다.

유현은 토가 나올 것 같았다. 정말 배속의 장기들이 요동치며 입밖으로 튀어 나올 것같은 괴롭고 숨막히는 고통에 유현은 계속 눈물을 흘렸다.

…슬프지 않았다. 단지 괴로울 뿐이었다.

“[이곳에 너를 불러낸 것은 너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와 선물을 전하고 너에게 부탁할 것이 있어서였단다.]”

“[맞아, 그러니 그만 울어. 목숨값을 받아낼 부탁을
할 거니까!]”

누가 도와달라고 했냐고, 목숨을 버리라고 했냐고 목이 터져라 외치며 이 속에서 울렁거리는 감정을 전부 토해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우리는 본래 오래 못가 소멸할 운명이었다.]”

“[그러니 우리의 목숨은, 운명은 우리가 결정한 것이야. 네게 동정받고 그럴일이 아니란 말이지.]”

그 목소리들이 너무 상냥하고 다정해서, 자신에게는 과분한 감정들이었고 사치스러운 것들이라서.

그래서 유현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우리는 고대의 존재. 오래 살만큼 살았단다. 권위자들은 오랜 시간을 사는 대신, 그 영혼은 소멸하여 다음 생으로의 기회를 잃는 단다.]”

“[그래서 너에게 부탁하고 싶어. 우리의 기억이, 흔적이 사라져도 좋아. 다음 생이 우리에게 주어진다면 짧은 생을 인간처럼 최선을 다해서 살아보고 싶어.]”

인간을 오래 지켜봐온 이들. 인간이었지만 인간성을 상실해 자신이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잃은 이들. 그리고 인간을 동경하고 사랑해서 계속 지켜봐준 이들.

…이들은 어떻하다가 권위자가 된 것일까?

“[시간이 없어. 이곳에 오래 있으면 있을 수록 너의 존재감이 흐려질 거야. 그러니 부탁해 우리를 그 곳으로 보내줘.]”

그녀가 말하는 ‘그 곳’은 어디를 말하는 것일까.

유현은 ‘그 곳’을 모른다. 그러니 ‘그 곳’으로 보내주
는 방법또한 모른다.

용의 지식에도 기억에도 없는 것들이었다.

“[이런 초조해하지 않아도 괜찮단다. 마음을 편이 가지고 이곳에 집중해서 여기있는 존재들 느껴보렴. 네가 원혼들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처럼.]”

목소리를 들었을때….

그때처럼 눈을 감고 멍해지는 흐름속에 몸을 맡기고 심호흡을 했다.

“[눈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란다.]”

눈으로는 봐서는 안된다. 다른 감각을 사용해야한다. 그 감각은 평검한 인간으로는 감지할 수 없는 영감(靈感)이었다.

이들이 가호를 내려주었을 때 느꼈던 감각이 더 선명하고 확실하게 느껴졌다.

“[잘하고 있단다. 그대로 우리를 어디로 보내고 싶은지 생각해보렴.]”

보내고 싶은 곳. ‘그 곳’은 어딜까.

내가 모르는 곳을 이미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초조함이 머리속을 새하얗게 만들었다. 손끝이 떨렸다.

“[걱정하지도 초조해 하지도 않아도 너는 이미 그곳을 알고 있단다.]”

…내가 ‘그 곳’을 알고 있다고?

“[우리의 힘들을 조화하며 순환하며 균형을 맞추어준 힘을 기억하니?]”

흐름의 근원. 나를 계속 살리려고하는 힘.

“[그래, 집중하렴. 근원이 너를 인도할 것이다.]”

돌고 도는 순환이 힘이 순식간에 유현의 몸에서 흘러나오며 여자와 남자, 그리고 뒤에 있던 형태가 흐릿한 것들까지 모두 감싸안았다.

“[이제 진짜 작별의 시간이구나.]”

“[아직 미숙하지만 괜찮겠지.]”

유현의 눈을 덥고 있던 손이 흐릿해지며 사라지자 유현이 눈을 뜨며 흐릿해져가는 잔상을 보며 힙겹게 물었다.

“…이, 름 알려, 주…세요.”

그러자 남자와 여자는 눈부실 정도로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솔로몬이라고 한단다.]”

“[릴리트. 그냥 릴리트야.]”

이윽고 그들이 완전히 사리지고 유현의 뺨에는 한 방울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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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0-07 18:47 | 조회 : 964 목록
작가의 말
블래티

와, 소설 40화 넘겼어요. 많이도 썻는데 아직 완결까지 멀었다는게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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