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입학준비

3화-입학준비

유드그라실의 입학준비는 수월했다.
물론 입학 한다고 바로 입학 할수 있는 것은 아니였다.
1년에 4번. 예비반 학생을 받아들이는 기간을 정한다. 약 1주일간 학생을 받는다.
다음으로 최소한의 합격기준을 가르고 합격한 학생을 마법사와 검사로 나눈다.
그리고 예비반에서 신규 입학까지 기다리며 실력을 입증한다.
늦게와도 충분히 실력을 증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두었고, 그래도 증명하지 못한다면 입학시험을 치룬다.
그리고 어느쪽이라도 통과하기만 하면 유드그라실에 입학 할수 있었다.

"자, 그동안 우리는 짐을 꾸리자꾸나."

"네, 어머니!"

난 어머니와 함께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화장품부터 시작해서 옷가지와 내 개인 물품들.
이렇게 나열하니까 별거 없었다. 딱히 내가 꾸미는 성격도 아니라 옷을 사기는 했어도 막 몇십벌씩 사진 않았고, 한 3~4벌정도 샀다.
그리고 어머니는 간단히 가서 레이디에게 필요한 기본 몸가짐과 상식을 알려주셨다.
근데 상식부분에서 난 좀 놀랐다.
무슨 정보가 이렇게 많은지...정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어머니는 지금은 초기니까 많다고 하셨지 나중에 가면 괜찮다고 하셨다.

"이걸 하는 것만으로도 3일...알찬 시간이였다!"

그리고 내가 이것저것 준비하는 동안 나머지 3명의 시종교육이 끝났는데 어째 표정들이 제각각이였다.
웃는 얼굴의 알데하이드(잘 봐야지 보였고, 안그러면 무표정이였다.), 뭔가 기뻐보이는 지니, 얼굴에 피곤함이 잔뜩 묻어있는 핀.
그래도 서로 대화를 나누는것을 보니 서로 친해진 것 같았다.

"시종교육은 잘 받았어?"

"응!"

"으으....두고 보자...이 마녀..."

"네."

"시종교육에서는 지니가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옆에서 알프레드가 시종 교육의 성적을 가르쳐 주었는데, 어째서 지니가 조금 기쁜 얼굴인지 알것 같았다.
핀은 예상한대로 체력부분에서, 알데하이트는 시중역할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고 했다.

"우리는 이제 유드그라실의 예비반으로 갈거야."

내 나지막한 말에 3명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
그래도 역시 세계최대제일의 학교이다보니 좀 신선하겠지.

"가서 최대한 많이, 모든 것을 배우도록 해. 그게 너희의 힘이 될거야."

'그리고 아버지를 죽지 않게 한다!'

'린의 힘이 되어주어야지!'

'그래, 지금은 힘이 필요하다. 이건 좋은 기회야.'

'유드그라실...?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저마다의 각오와 생각이 교차하는 가운데 알프레드는 우리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유드그라실로 출발하는 당일, 아버지와 어머니가 마중나오셨다.
내 곁에는 나를 호위하는 기사들과 마법사 한명이 있었다.
유드그라실에 도착할때까지 호위하고 돌아간다는 모양이였다.

"아버지, 어머니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가서 아그네스 가문의 영광을 드높이고 오너라."

"어디서나 마음을 굳게 먹고, 머리는 냉정히, 알겠지?"

"네!"

천천히 마차에 오르고, 이어 지니, 핀, 알데하이트도 마차에 올라탔다.
잠시후, 말이 푸르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마차가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창밖을 바라보니 어머니와 아버지가 손을 흔들고 계셨다.

"다녀오겠습니다!"

나도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손을 흔들었다.
안에서 알데하이트가 위험하다고 했지만 무시했다.
이정도야 위험축에도 못 낀다.

"자, 이제 일주일은 마차에서 지내야 돼."

"뭐?"

"네?"

내가 남은 기간을 말하자 알데하이트와 핀은 벙찐 얼굴이 되었다.
아니, 그럼 순간이동!하고 퓩!하고 이동할줄 알았니?

"중간중간에 마을에 들려서 정비할거니까 걱정말고."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왜 그렇게 긴데?!"

"후우...."

내가 그것까지 설명해주어야 할까,라고 생각하던 찰나, 지니가 한숨을 쉬었다.
지니도 나와 같은 마음이였나보다.

"뭐야, 넌 한숨을 왜 쉬는데?"

"너가 너무 멍청해서."

"뭐? 이-"

"앉아."

"으악!"

지니가 핀을 도발하자 완벽하게 걸려든 핀이 일을 내기전에 서둘러 명령을 내렸다.
다행히 일이 나기전에 잘 수습할 수 있었다.
지니는 핀을 쳐다보며 당연한 상식을 말하듯 설명했다.
물론 당연한 상식이지만.

"머리가 있으면 생각해봐라. 지도 상으로 여기가 대륙 중앙에 가까이 있다고 해도 가는데 며칠은 걸린다.
그리고 중요한 기관이니 검문하는 절차도 있겠지, 이건 가보진 않아서 잘모르겠지만 몇시간은 대기해야 할거다.
우리만 그곳에 가는게 아니니까."

오오, 전부 내가 하려고 했던 말.
역시 지니는 머리쪽이다. 그러고보니 정작 애들이 입학하는데 나만 못하면 어쩌지?
최저 기준만 일단 통과하면 나머지는 내 노력하기 나름인데...
정보가 없어...일단 마력과 오러, 여러 지식? 그 정도를 물어볼 것 같으니...
난 마법쪽으로 갈것이다. 그리고 내 앞에는 훌륭한 교본이 있고, 시간은 많다.

"후후....지니?"

음흉하게 미소를 지으며 지니를 바라보자, 지니는 아주, 아주 살짝 굳었다.
내 표정이 그리 실감났나? 일단 말하기는 하자.

"나 마법 가르쳐줘!"

"네."

응? 그렇게 쉽게?

"보통 이런거는 안되요. 라거나 못해요. 라고 하지 않나?"

"일단 주인님이니까 거절도 못하고, 그리고 마법은 해봐야 아는거니까요.
그리고 제가 천재라 가르치는건 잘합니다."

"그래, 너 잘났다."

오늘은 지니가 좀 재수없었다.
어차피 여기있는 사람들은 전부 나보다 능력자지만! 크흑...흙수저는 웁니다.

"잘 들으세요. 마력이란 원래 사람들이 전부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마법의 원동력. 사람의 심장 부근에 위치한 사슬.
그것을 마법사들은 봉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지니는 천천히 손을 들어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펼쳤다.
그리고 지니의 손바닥에 조그만 화구가 형성되었다.

"이게 마법...."

"신기하다..."

"....쳇."

지니는 화구를 이리저리 굴리더니 손으로 잡아채자 화구가 사라졌다.

"이 사슬을 푸는것이 마법사로 가는 길입니다.
봉인을 풀게되면 사슬이 심장에 스며들며 각자의 문양을 남깁니다.
그것이 마법사의 성향으로 연결되는겁니다. 보통 사슬을 풀게 되는건 목숨이 위험해질 때나 우연히 풀게 되는데, 그런 경우는 극히 일부죠.
그래서 보통 다른 마법사가 마력을 심장에 흘려보내 스스로 풀게 하는 방법을 주로 씁니다."

"그럼 네가 내 심장에 마력을 흘려보내면 되는거야?"

"네."

"그럼 얼른 하자."

"네, 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잠시 뒤를 돌아주시겠습니까?"

"응."

지니가 시키는대로 뒤를 돌자 잠시 뒤, 조그만 손이 내 등부근에 닿았다.
떨리는지 천천히 조심스레 내 등에 손을 얹는게 귀여워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왜 웃으십니까?"

"아니, 그냥. 재밌을 것 같아서."

"그럼, 시작합니다."

이윽고 지니의 손바닥에서 무언가 따뜻하면서도 서늘한 알 수 없는 기운이 나와 내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게 마력...'

"조금 아파요."

"뭐? 잠깐만...읏...!"

지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고통이 찾아왔다.
아픔의 크기는 별거 아니였던것 같지만 심장이라는 것 하나로 고통이 좀 커진듯 하였다.

"참을만...하네...."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다잡자 그리 못 견딜 만한 것도 아니여서 난 꾹 참았다.
마치 간호사 언니가 주사를 놓기전에 아파요- 하는 상황과 비슷했다.

"끝났습니다."

"후우...빨리 끝났네?"

"사슬만 풀면 되는 일이니까요."

내가 뒤돌아보자 지니는 손을 내밀었다.
내가 손을 잡자 지니는 눈을 감더니 이윽고 마력을 발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는 사슬이 풀린 리그렛님의 몸 안에 마력을 불어넣어 감각을 익힐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이 감각을 잘 기억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내 몸안을 채우는 마력은 매우 신기했다.
뭔가 시원한 바람이 내 몸을 감싸고 있는 것 같았다.

"음...뭔가 부족해.."

마력은 내 몸에서만 돌고 있었다.
팔과 다리는 전혀 마력이 가지 않았다. 난 이 시원함을 느끼고 싶은 마음에 마력을 옮기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마력은 벽에 막힌 듯 나아가지 못했다.

"엇, 잠깐...!"

'뚫어라!'

있는 힘껏 부딫히자 호스의 꼭지가 열려 물이 나오듯 마력이 팔다리의 끝으로 이동하는게 느껴졌다.
아, 이제야 시원하네.

"후!"

"....괜찮습니까?"

응? 뭐가? 뭐 문제라도 있어?

"아닙니다...아무것도."

지니는 뭐 문제있냐는 듯한 내 표정을 보고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돌렸다.

"그보다 이제 마법! 마법 가르쳐줘!"

"일단 마력을 다루는 법부터 연습하시면 됩니다."

지니는 다시 한번 손바닥을 보이더니 푸른 구체를 손바닥에 형성해 내었다.
저게 순수한 마력이로구나!

"이렇게만 하면 돼?"

"네, 이정도면 마법을 다루시는데 문제가 없을 겁니다. 다만, 너무 많이 연습하면 탈진하시니 뭔가 어지러운것 같다, 하시면 그만하세요."

"응, 고마워 지니."

"지금이면 부족할 일도 없겠지만..."

난 지니의 작은 중얼거림을 듣지 못한채 연습에 들어갔다.
알데하이트와 핀도 신기한지 내 손바닥을 보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너희도 마법을 배우는게 좋으려나? 아냐, 이유가 있겠지.

"앞으로 이것만 연습한다...!"

그리고 나는 유드그라실에 도착할 때까지 마력을 다루는 법을 연습했다.
이거는 지니도 딱히 방법을 설명하지 못했다. 그냥 하니까 되더라, 라는 것이였다.
이런 재능충 같으니라고. 그래서 나도 내 나름대로 굴려보고, 지니가 좀 지적하는 방식으로 연습해나갔다.
문제는 마력을 쓸 때 감각이 이상해진다는 것이였다.
조금만 집중을 하면 금세 주위가 깜깜해진다.

'마치 바다에 들어온것 같아....'

주위가 전부 물속에 잠겨서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그때, 무언가가 내 느낌에 걸렸다. 마치 그물 안에 들어온듯이.
그건 아직 작았지만 그 무엇보다 거대한 것을 품고 있는 작은 결정이였다.
그리고 나는 이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지니의 것...'

내 추측으로는 이것이 아마 마법사의 사슬이자, 심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난 내 추측이 맞았음을 바로 알았다.
이따끔, 결정 주위로 진한 파랑의 연기가 영혼처럼 주위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난 그게 마법을 쓸 때 움직인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마법이 저렇게 움직이는구나....'

가까이서 보고 싶어 몸을 움직여 구슬에 손을 갖다 대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내 주위의 공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순간 당황해서 허둥거렸지만 자세히 관찰해보니 그 흐름은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고 있었다.
난 본능적으로 그 흐름을 기억했다. 계속 자세히 보면서.

"......!"

그리고 집중을 흐트리자 어느새 나는 마차 안으로 돌아와 있었다.
난 재빨리 지니를 쳐다보았다.

"이게 화염구."

지니가 막 알데와 핀에게 마법을 보여주고 있던 참이였다.
난 이 흐름이 화염구라는 것을 깨닫고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다시 돌아온 공간.

'다시금...집중해서....!'

지니가 보여줬던 흐름을 다시 만드는 것은 어려웠다.
하지만,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였다.
그리고 꽤 많이 집중하고 나서야, 흐름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나는 내 손의 자그만 불덩이를 볼 수 있었다.

"성공이다아....!"

구슬만한 불똥을 손에 올려두고 지니에게 자랑하고 있자니 지니가 피식하고 웃었다.
그야 이 불덩이가 되게 조그매서 별로 불덩이 같은 느낌은 안나지만...!

"어때? 나도 이제 마법을 쓸 수 있다고?"

"예, 잘하셨습니다. 이제는 마법에 자신의 속성을 담아야 하지만...그건 예비반에 들어가서 하죠.
어차피 도구도 없어서 여기서는 속성을 알아내지 못합니다."

"그래? 그럼 어쩔수 없네..."

마법을 연습하기 시작한지 약 3일, 그동안 여러마을에 들려서 정비도 하고 여관에 머물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런 세상에는 도적이 필시 있을텐데 지금까지 한번도 습격한 적이 없었다.
도적들은 귀족가의 문양을 보고 판단한다던데 자작가정도면 도적들이 습격할 레벨 아닌가?

"너희들은 안 심심해?"

"아무것도 안하자니 심심해서 죽을 지경이라고!"

"아냐, 난 괜찮아 린."

알데하이트는 괜찮다고 했지만 핀이 화 내는 것처럼 심심 할 것이다.
나처럼 마법을 배울수도 없기도 한게 컷다.
지니에게 둘에게도 마법을 배우게 하면 안돼냐고 물었을 때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검과 마법을 동시에 하기는 힘들어요. 더 중요한건 재능이 필요한데 둘은 마법쪽에 재능이 없어요.'

결국 알데하이트와 핀은 내가 마법을 연습하는걸 구경하기만 했다.
그러다 문뜩, 내 머리를 기막힌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내가 왜 이 생각을 못했지?"

우리는 지금 우리만 있는게 아니다 우리의 호위로 온 기사와 마법사가 있는 것이다!

"둘다 기다려봐."

난 가볍게 마차 창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잠시뒤, 창문에 인영이 드리웠다.
천천히 마차의 커튼을 치우자 꽤 노련한 분위기를 풍기는 얼굴의 기사와 눈을 마주쳤다.
기사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가씨?"

이 기사의 이름은 레오. 듣기로는 꽤 실력이 좋은 기사라고 한다.
애초에 실력이 좋지 않았으면 내 호위로 넣지도 않았겠지만!

"나중에 휴식 때 시간이 나면 핀과 알데하이트에게 검을 가르쳐 주지 않겠어?"

"검을요?"

"응."

레오는 흘끗 알데하이트와 핀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강해져서 나쁠건 없죠. 알겠습니다, 아가씨."

"고마워, 레오."

"아뇨, 이런 것도 아가씨의 신변을 지키는 방법중 하나니까요."

레오가 물러나자 난 커튼을 닫고 둘을 쳐다보며 웃었다.

"어때?"

"뭐, 나쁘지 않네!"

"배려해줘서 고마워, 린..."

알데하이트도 내심 기뻐하는 눈치였다.
그래, 사람이 몸을 좀 움직이고 그래야지 계속 안움직이면 못 살아.

"좋아, 그럼 다시 연습이다...!"

마법 연습은 지루하지 않았다.
내 목적이 그것을 이끌었는지, 아니면 내가 공부를 좋아하는 건지.
새로운 체험은 나에게 호기심을 이끌었고, 그 호기심은 나에게 공부의 즐거움을 알게 했다.
학자들이 왜 연구를 좋아하고, 공부를 자의로 하는지 알것 같았다.

"이런 느낌이구나..."

마력을 다룰 때의 느낌은 마치 물 속에 있는 것 같았다.
그 물의 흐름을 제어하는 느낌이였다.

'아주 마력을 다루는 것만 해도 이런데 대마법은 어떨까...?'

아주 잠시 손짓만 해도 운석을 떨어뜨리는 상상을 했지만 이내 훌훌 털어내었다.
지금은 겨우 마력을 다루는 것을 연습할 뿐이다.

"좀 더 검에 힘을 주어라, 지금은 너희에게 검을 휘두르는 감각이 필요해."

그리고 중간중간 휴식을 취할 때마다 레오는 핀과 알데하이트에게 검을 가르쳐주었다.
그 덕에 핀과 알데하이트의 불만이 좀 해소된 것 같았다.

"도착이다.....!"

그리고 우리는 3일 뒤 유드그라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유드그라실은 매우 거대했다. 한 국가와 맞먹을 정도로.
수도가 국가였으며 국가가 수도였다.

"엄청나다...."

그 위용에 감탄해 멍하니 구경하고 있자니 마차가 천천히 속도를 줄이며 멈춰섰다.
살짝 창문 밖을 보니 마차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으, 많다."

유드그라실은 국경 전면에 문을 만들어 오가는 행상인과 다른 사람들을 관리했지만, 그럼에도 기다릴 정도의 수가 오갔다.
역시 국가규모의 무역은 다르다는걸 다시금 깨달았다.

"얼마나 걸리려나..."

그렇게 중얼거리자 레오가 옆에서 1시간정도 걸린다고 말해주었다.
옆에서 핀과 알데하이트가 낙담했지만 나는 마음을 여유롭게 먹었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이 기다렸는데 이정도야 껌이다. 그냥 마력 다루는 연습이나 하며 기다리면 금방이다.
린의 마력을 다루는 법의 숙련도가 올랐다!

"잠시 검문이 있겠습니다."

어느새 우리차례가 되어 우리는 검문을 받았다.
가문을 확인하고 목적이 뭔지와 가벼운 짐검사를 받고 끝냈다.
짐검사 하는 과정을 슬쩍 봤는데 공항에서 받는 짐검사와 비슷해서 조금 놀랐다.

"가셔도 좋습니다, 유드그라실에서 좋은 경험하시길."

마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고, 우리는 유드그라실의 안으로 들어갈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게 무슨...."

유드그라실의 안은 밖에서 보는 것과 전혀 달랐다.
밖에서는 그냥 인간이 만든 건축물이였지만, 안은-

"나무라니...."

"이건-."

나무였다. 거대한 나무. 나무줄기줄기가 건물과 얽혀 마치 고대의 도시에 온것같았다.
그래, 토니에게 들었다. 원래 대륙 중앙에는 거대한 나무이자 대륙을 지탱하는 균형의 수호수-세계수가 있다고.
그 세계수를 한번 본자는 그 위용에 넋을 잃는다고 했다.

'그래서 토니가 추억을 생각하는듯한 표정을 지었구나...'

마차는 어느덧 대로를 지나, 거대한 나무줄기가 나무 끝까지 뻗어있는 곳에 도착했다.
이곳이 바로, 유드그라실의 심장이자 유드그라실 그 자체인 학교.
이곳에 졸업하면 인생은 탄탄대로가 핀것이나 다름없다.

"유드그라실 예비반에 입학하실 분들은 이리로 모여주시길 바랍니다!"

어느새 도착했는지 안내인으로 보이는 소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소년의 손에는 마법구 같은게 들려있었는데 거기서 소리가 증폭되고 있었다.

'확성기다.'

수정구를 잠시 바라보다 난 고개를 돌려 모두를 바라보았다.
전부 비장한 눈을 하고있었다.

'그래, 그 유드그라실이니까.'

항상 투정을 부리던 핀도, 방긋방긋 미소를 짓던 알데하이트도, 무표정이던 지니도.
모두 표정을 굳히고 유드그라실을 보고 있었다.

"자, 이제 내리자. 숙녀를 에스코트 할사람 없어?"

내가 먼저 말을 꺼내며 정적을 깨뜨리자 그제야 정신이 든 지니가 먼저 마차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어느새 마차 곁에 있던 레오가 손을 내밀었다.

"모시겠습니다, 아가씨."

"부디."

순간 뒤에서 경악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 소리로는 보나마나 핀이겠지. 호호호, 여자는 천의 얼굴이란다.
레오의 손을 잡고 내리자 소년이 다시 한번 소리쳤다. 아니, 말했다고 해야하나?

"이곳은 유드그라실의 중앙구역에 해당하지만, 본관이 아닙니다!
먼저 예비반 학생은 강당에 모여주시길 바랍니다!"

대충 눈치로 학생이 모여들기 시작한 곳을 확인하고 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모두 혼자서 갔기에 레오와 나머지 셋은 때어놓고, 혼자갔다.

'와....유력가문들이 한가득.'

마차의 문양과 옷의 장식이나 브랜드등등.
다 조합을 해서 지위를 짐작하니 귀족중에는 나하고 비슷한 지위의 애들이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론 남작. 백작부터는 수가 아주 확 줄어서 5명정도.
후작가는 1명. 공작가는 아예 없었다.
당연히 평민계층은 압도적으로 많았다.

"천천히 줄을 서서 따라와주세요!"

소년이 소리치자 인파가 이리저리 나뉘더니 어느새 귀족 평민이라는 파벌로 나뉘어버렸다.
그런데 나뉘고 보니까 귀족 전부가 평민보다 적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소년이 뒤를 돌아 안으로 들어가자 귀족무리가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그 다음은 평민인가. 이곳에서는 신분차가 없는데도 어쩔 수 없는건 어쩔 수 없나보다.

"이곳은 유드그라실의 본관으로 가는 길목입니다.
이곳은 곧 졸업하는 4학년 선배님들과 교수님들이 거주하시고, 강의를 하는 곳입니다."

안은 반듯한 석재 건축물이였다. 다만, 군데군데 나무줄기가 뻗어있었는데, 신기한 모양으로 뻗어있었다.
어떤건 촛대처럼 휘어져 정말 초가 끼워져 있고, 어떤건 문양처럼 웨이브져 있었다.
소년을 따라 몇분 걸으니 꽤 거대한 문이 보였다.

"이곳이 강당입니다. 여러분은 여기 안에 들어가셔서 자유롭게 착석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소년은 어디론가 가버렸다.
몇분이 지나지 않아 몇몇이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안내인이 품격이 없다느니, 이런 평민들과 같이 있어야 한다니 등등.

'이런 애들은 나중에 걸림돌이 되기 마련인데 말이지.'

이런 권위적인 생각이 난 매우 싫다.
전생의 기억일지도 모르겠지만 어머니의 영향인지 그런 것을 과시하는걸 난 매우 싫어했다.
그런 생각 덕분에 나도 모르게 작게 내뱉고 말았다.

"쯧, 마음에 안들어.."

순간 놀란 나는 가지고 온 부채로 입가를 가리며 주위를 살폈다.
주위에는 귀족들이 불평을 조금씩 말하는 중이였다.
그러니, 나도 별로 튀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안심하고 있을 때, 문뜩 떠올렸다.

'그러고보니 아무도 안들어가네?'

전부 문 앞에서 멀뚱멀뚱히 서있었다.
귀족들은 서로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만하고, 평민들도 비슷하지만 눈치를 본다.

'아하.'

지금 귀족들은 체면 생각하는거다.
귀족이 손수 문을 열다니 이런 하인이나 하는 일을! 인것이고, 평민은 문을 열고 싶은데 귀족들의 눈치가 보인다.
이런데서 혼자 나가봤자 귀족들의 시선만 따갑게 받을 것이 분명하니.
보통 이런 때는 귀족 측에 현명하고 세력이 큰 아이가 있고, 앞장서서 문을 연다.
뭔가 멋진 말을 하면서 열면 귀족들이 관심을 가지고, 그 귀족은 승승장구.
이런 패턴이 뻔하지만 여기서는 난 눈에 띄고 싶지 않기에 평온히 부채를 살살 부치기만 했다.

"안녕?"

"응?"

그때, 누군가 나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갈색머릿결에 뭔가 순한얼굴을 지닌 소년이였다.

"너도 나랑 같구나?"

"무엇이신지? 그리고 초면에 반말은 실례가 아니신지요?"

갑자기 말을 걸어온 소년에 살짝 놀랐지만 난 침착히 대응하였다.
이런건 적대를 하지말고 천천히 대화한다음 난 관심없음을 표출하면 된다.
소년은 잠시 눈썹이 올라가더니 이내 웃으며 인사했다.

"아, 흠. 죄송합니다. 전 율리우스 알 시구르드. 백작가의 아들입니다."

'나보다 높은 지위..'

난 치마를 양손으로 잡고 살짝 올리며 맞인사를 했다.

"만나뵈서 영광입니다. 전 린 아그네스 리그렛. 자작가의 딸입니다."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올해로 12살입니다만..."

"아, 동갑이네요. 다행입니다."

소년은 눈에 띄게 안심하면서 만면미소를 지었다.
처음에 보였던 행동을 의심하는 나는 소년을 약간 무슨 의도냐는 표정으로 쳐다봤고, 소년은 그에 응했다.

"잠시 실례."

소년이 갑자기 나에게 다가와 손을 목 뒤로 둘렀다.

"이-"

"쉿, 너도 권위적인 귀족이 싫잖아?"

"....."

순간 소년을 밀어내려던 나는 소년의 말에 잠시 멈추었다.
소년은 그제야 목 뒤에 가있던 손을 되돌렸다.

"목걸이가 떨어져 있기에, 실례였다면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감사하지요."

순식간에 바꾼 얼굴. 그 연기력에 조금 감탄하면서도 소년이 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음에 난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된것도 인연인데 잠시 이야기 어떠신지요."

"이런 아름다운 아가씨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영광입니다."

난 잠시 자리를 옮겨 눈에 띄지 않는 자리로 이동했다.
벽에 가까이 선채 둘이 앞을 보고 서로 나지막히 말문을 틀었다.
난 부채로 입을 가리고 있어 언뜻 보기에는 그냥 같이 서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였다.

"율리우스라고 불러줘."

"....백작가의 도련님이 자작가의 영애에겐 무슨 볼일이신지."

"응, 본론만 말하자면 난 지금의 귀족들의 생각이 싫어."

아, 왔구나. 그 패턴이야. 겉으로는 웃는 상이지만 속으로는 온갖 계략을 꾸미는.
주인공의 적으로 나오면 악당, 주인공의 동료로 나오면 브레인 역할.

"머릿속에는 허영심만 가득차고, 자신의 이득밖에 생각하지 않아.
자기 영지민들이 힘든데도 돌볼 생각조차도 안해."

"............."

"난 이런 귀족들이 싫어. 난 세상을 바꿀거야.
그럴려면 힘이 필요하지. 그래서 난 이곳에 왔어."

소년은 잠시 귀족 무리를 쳐다보았다.

"이곳에 와도 마찬가지. 전부 머리에 똥만 가득찬 귀족만 있었어."

입으로 담기 민망한(다른 귀족들에게는) 말을 소년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리고 소년의 시선은 나에게 왔다.

"하지만, 조금 있으니 생각이 달라졌어."

나에게서 저 멀리 적발의 남자아이로,

"하나,"

적발의 남자아이에게서 녹발의 여자아이로,

"둘."

녹발의 여자아이에게서 나로.

"셋."

"어째서 그리 생각하시는지? 저는 도련님이 말씀하시는 '머릿속이 똥으로 가득찬 귀족'입니다만.
평민은 도구일 뿐이에요. 오직 자신만이 중요하죠."

소년의 눈가가 처음으로 눈에 띄게 휘어졌다.
재밌다고 생각하는 얼굴.

"난 들었어. 네가 주위를 보며 짜증난다고 하는걸."

"주위의 평민들이 보기 싫어서 한겁니다."

"눈동자는 귀족들을 향해 있었어, 불평하는 귀족들 말이지."

"시선에 귀족들이 있었을 뿐입니다."

내가 계속 방어만 하자 소년은 피식 웃더니 벽에서 떨어졌다.

"난 힘을 얻을거야, 하지만 나 혼자서는 안돼.
난 동료를 얻을거야. 지금 내가 점찍은 애들은 꼭 동료, 아니, 친구로 삼고 싶어."

".....될 것 같습니까?"

"될거야."

소년은 그렇게 말하더니 귀족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적어도 넌 체면치레나 하느라 문을 열지않는 똥멍청이보단 나을테지.
언제든지 날 찾아와. 우린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소년은 성큼성큼 문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이것이 나의 유드그라실의 첫 발자국이다."

그리고 소년은 문을 열어젖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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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6-02 12:25 | 조회 : 1,408 목록
작가의 말
Deemo:Hans

막 예비반에 들어가게된 주인공. 과연 입학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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