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온통 노랑

넌 기억 못하지?
난 잊지 못해.
맑은 하늘에서 비가 내리던 그 날을.

그 날은 유난히도 아름다운 하루였어.

그 날의 넌 화실에 틀어박혀서 완성되지 못한 그림과 씨름을 했고, 나는 거실의 피아노 옆에서 바이올린을 켰지.


그게 오래가지는 않았어.
난 네가 너무 보고싶었거든.

네가 보고싶어서 어떻게 했냐고?
바로 화실에 올라갔냐고?

아니, 나는 곧장 집을 나섰어.
집 가까운 곳에 꽃을 파는 가게와 백화점이 있었거든.

그리고 백화점에 가서 뭘 했는지는 지금 너의 오른쪽 손을 바라보면 알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꽃가게에 가서 뭘 했는지는 지금 네가 앉아 있는 소파 옆 창가를 보면 알 수 있을 거고.

그렇게 그것들을 사 들고 나는 집으로 돌아왔어.
그제서야 나는 화실 문을 열고 들어갔지.

너는 내가 널 처음 만난 순간을 떠올리도록 했어.

그때와 지금.


네가 있는 곳은 다르지만, 의자에 앉은 너는 그때와 다름이 없었어.
손에 연필을 들고 내가 온 줄도 모르는 너는 열정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지.

난 그때가 생각나서 너에게 가까이 다가갔어.
너는 그때처럼 가까이 다가온 나를 올려봤어.
아주 사랑스러운 눈빛을 하고 말이야.

왜 올라왔냐는 너에게 나는 빙그레 웃어 보이고는 허리를 숙여 너의 턱을 당겼지.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너를 바라보는 것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네가 그린 그림을 바라봤다는 거야.

네가 뭘 그리고 있었는지는 잘 알겠더라.
너도 네가 뭘 그렸는지 궁금하지?

그 걸작은 피아노가 자리한 거실 오른쪽 벽에 걸려있으니까 참고해주길 바라.

그 걸작의 완성 전 단계를 본 그때의 내가 너에게 한 말은
'앞으로도 나를 그려줄 거지?'였어.

나는 대답하지 않았어.
어도 내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지 않았잖아.

그저 난 이끌리듯 너의 붉은 입술을 탐할 뿐이었지.

긴 입맞춤이 끝나고 나는 너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어.
그리고 나의 앞에 너와 닮은 흰 장미와 붉은 장미 다발을 내밀었지.
너는 갑작스럽게 이러기냐며 타박 아닌 타박을 주면서도 붉은 입술은 달빛과도 같은 미소를 그리고 있었지.

너는 꽃다발을 받아들었어.
그리고 난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눈빛을 너에게 보내고 너의 손을 잡아당겼지.

그리고 다시 너에게 돌아선 손에는 너와 닮은 달빛이 네 번째 손가락에 서려 있어서,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날 뻔했어.
정말이야.

너는 눈물이 맺힌 나의 두 눈을 바라보고 당황했거든.
선물을 받은 사람은 난데 왜 네가 청승을 떠냐고 말이야.

그땐, 모르겠어.
네가 너무 얇고 말라서 바스러질 것만 같아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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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4-29 11:40 | 조회 : 989 목록
작가의 말
솔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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