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온통 빨강

그렇게 우리는 15살 때부터 연애를 시작했어.
그리고 너와 난 우리가 되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함께 살기 시작했지.

우리는 마치 결혼한 부부가 신혼집을 꾸미듯 열심히 우리의 보금자리를 꾸몄던 것 같아.

이불은 무조건 같이 덮고 자야 한다며 우기는 나를 보고 너는 새침하게 같이 자면 덥다고 쏘아붙였으나 뭐 어쩌겠어.
네가 그럴 줄 알고 진작에 침대는 1개만 샀던걸.

킹사이즈 침대라 지금 혼자 자기에는 좀 허전하지 않아?
너 말대로 침대는 1인용 2개를 둘 걸 그랬나 봐.


어쨋든 그렇게 한 방은 침실로, 가장 큰 방은 너의 화실로, 거실에는 피아노를 두었지.

생각해 보니까 우리는 참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었네.
독립하면서 그렇게 큰 집을 부모님께서 사 주시고 말이야.

근데 그게 중요한게 아니지.
집의 크기 따위는 중요한게 아니야.
사실 내가 너랑 같이 살기를 얼마나 기대했는지 알아?

내가 그간 얼마나 참았는데!
너를 엄청 사랑해주고 너와 사랑을 나누고 싶었단 말이야.

우린 너무 완벽한 '청소년용' 커플이었어.
항상 부모님이 옆에 계시는 바람에 집 밖에서 너에게 키스를 퍼붓는 것 빼고는 할 수 있는게 없엇던 나의 심정를 네가 헤아렸을까 싶다.

그래서 이사한 첫 날, 처음으로 너와 침대에서 사랑을 나눴지.

그때 생각하면 아직도 미안해.
처음인 너에게 너무 무리를 준 것 같아서 말이야.
네가 울면서 아프다고 안겨들 때 내가 정신을 반쯤 놓고 있을 때여서.

난 진짜 이 세상에 정신을 두고 있지 않았거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천사가 달빛을 두르고 나를 유혹하는데 어떻게 하면 인간 따위인 내가 정신을 말짱하게 둘 수 있겠어?

그렇게 밤을 보낸 다음 날, 너는 흰 이불에 싸여 내가 건네준 우유를 들이키며 나를 째려봤어.

미안하지만 그때 하나도 안 무서웠어.
흰 고양이가 밤색 눈동자를 반짝이며 올려다보는데 어느 인간이 무서워하겠어?

내가 좋다고 달려 들은 게 문제였지만.

네가 나의 등을 몇 대 때렸지만 남은 건 전부 행복하고 사랑스런 기억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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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4-24 12:40 | 조회 : 1,101 목록
작가의 말
솔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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