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온통 초록

그렇게 너를 만나고 예술이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었던 너와 나는 금방 친해졌어.

그래서 문제였지.

나는 너에게 사랑받는 사람이길 바랐고, 너는 나에게 사랑하는 사람이었지만, 넌 나를 계속 친구로만 여겼거든.


아니야.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때 너도 날 사랑하고 있었던 거야.

맞지?


하여튼 저 때 난 초조했어.
12살에 만나서 15살이 되기까지 넌 나랑 너무 절친한 사이었거든.

그래서 결심했지.
너한테 늦기 전에 나의 사랑을 고백하기로.

15살 크리스마스 때 나는 너를 집으로 초대했어.
정말 패기도 넘쳤지.
부모님이 계시는 집에서 사랑의 세레나데를 바이올린으로 연주하고 너에게 사랑 고백을 했다는 게.

나는 미리 준비해 둔 너를 닮은 흰색 튤립을 손에 쥐고 너에게 나의 감정을 토로했지.


네가 나의 고백을 듣고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나.
엄청 상처받았었거든.

네가 그랬잖아.
'넌 내 가장 친한 친구잖아.'
라고.

난 너의 가장 친한 친구라는 관계가 정말 싫었어.
그래서 내가 말했지.
'어떻게 하면 그 친구 관계를 벗어나는데?'

너는 내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어.
그리고 네가 다시 나에게 물어봤고.

'그러면 넌 어떻게 해야지 이 친구 관계를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내가 너한테 뭘 했게?
질문에서부터 답이 보이지?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서 나를 올려다보는 너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너의 장밋빛 입술에 나의 입술을 맞췄지.

사실 이제와서 고백하는 건데, 나 그거 첫키스는 아니었어.
내가 사랑은 너랑 처음 해 본거지만 입숳을 아끼던 사람은 아니었거든.

그런데 맹세할 수 있어.

난 태어나서 그렇게 가슴 떨리는 키스는 처음이었어.

키스라고 칭하기에도 뭐한 짧은 입맞춤이 끝나고 본 너는 흰 뺨에 장미꽃을 피우고 흑갈색의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지.

그리고 네가 하는 말에 난 속으로 너의 사랑스러움에 어쩔 줄 몰랐어.
나는 너의 콧잔등에 입술을 맞붙이고 말했지.

'친구끼리 키스는 안 하니까.'


그때부터 우리는 공식적으로 사귀게 된 것 같아.
사실 나는 너를 만난 순간부터 너랑 사귄거라고 생각했는데, 너가 아니었다니까 어쩌겠어.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냐고?
글쎄, 어땟을 것 같아?

너의 부모님은 날 엄청 좋아하셨어.
내가 마른 입술을 적시며 너의 부모님께 우리가 사귄다고 전해드렸을 때 너의 어머니께선 나에게
'언제 고백하나 했단다.'
라고 하셨거든.

내 부모님이야 나만 좋으면 끝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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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4-24 12:27 | 조회 : 1,209 목록
작가의 말
솔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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