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무심수?

알다시피 애고는 너무 무심했다. 연애 중인것 답지않게. 사귄지는 약 1년정도 됐다. 여느 소설처럼 처음 부터 끝까지 달달달달해도 모라잘 판에 1년 만에 애정이 식은거냐.. 하면 그건 아니다. 왜냐하면 원래 성격이

졸라 무심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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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호는 요즘 고민이 많다. 저 무심한 형이 저한테 너무 관심을 갖지 않는 것같아 말이다. 물론 중학생, 그 한 때 사귀었던 여자들이 너무 집착하고 잘 삐치기도 해서 성가셔했었던 은호다. 그러나 연애라는 게 그 한 편으로는 귀여움 달달함 우월감 안정감 뭐 연애하면서 느끼는 그런 식의 감정을 만끽하고 그러는 것 아닌가.

그러나.. 요 며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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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 저 오늘도 연습."

농구 대회가 며칠 안 남았다며 오랜만에 같이 하교 하려하는 형을 밀어냈다. 사실은 다 계략의 한 부분이지만. 이런식으로 며칠전부터 형을 밀어내고 있었다. 정확하게 주말 까지 합해서 8일 째였다. 저도 주말까지 갈 줄은 몰랐다. 어느 때가 되면 형이 슬퍼하는 낌새라도 내지 않을까. 그 때되면 멈춰야지 했는데 그게 너무나도 길어지고 있었다. 오늘도 거의 반 포기 상태로 미안한 척 하며 사실은 저가 더 슬퍼하며 대사를 읊었다.

".. 언제 끝나는데."

그러나 오늘은 언제나 항상 [ㅇ 빠이] 란식으로 미련없이 가던 형이 다른 말을 꺼냈다. 그 말에 놀랐지만 너무 기뻐하는 티는 내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은호가 답한다.

"어.어?왜? 기다리게?"
"..왜 반말이야."

그러나 노력이 무색하게 놀란 마음 그대로 표가 팍팍나버린다.

"죄송, 저 빨리 끝나요. 대충 한 게임 뛰고 마는데."

혹시라도 맘이 바뀌어 애고가 가겠다고 할까봐 은호는 따다다 말을 쐈다. 애초에 얼마가 걸리든 갈 마음없던 애고는 대충 그래..?하고는 책상에 걸터앉아 은호가 운동복 바지로 갈아입는걸 느긋하게 기다렸다.

이제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갈 차례다. 은호는 설레는 마음으로 애고와 사이좋게 운동장에 나갔다. 운동장에는 벌써 사내놈들이 농구공 튀기면서 놀고있었다. 은호는 서둘러 그 쪽으로 갔다. 착착 이애고 질투심 유발하기 작전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은호가 달려가자 그 소리에 시선 옮긴 사내놈중 하나, 윤서원이 잠시 숨돌리며 은호 옆의 애고에게 말걸었다.

"오, 이애고! 너도 하게?"

"..? 너네 연습하는데?"

가방 내려놓으며 오버스럽게 정말 운동선수마냥 몸푸는 시늉하던 은호가 그 말에 살짝 놀라 그 쪽을 봤으나 애고는 별 관심없는지 계단에 앉으며 말을 이어간다.

"농구부랑 뛰면 내 좆발리기만 한다."
윤서원이 그 말에 우리가 무슨 농구 선수냐고 웃으며 말한다. 대충 한 고비 넘긴 셈이다.

은호는 대충 하고 말 생각이다. 대회가 며칠 안남았다는 것도 구라고 사실은 공놀이 뿐일 이 경기 따위 대충 져주고 말 생각이었단 뜻이다. 그러나 애고가 할 일이 없는건지 계단에 기대 앉아서는 저희가 뛰노는걸 지켜보고있는 것을 본 은호는 어느 샌가 저도 모르게 죽어라 뛰고 있었다. 그래서 예상외로 경기가 끝나는데 1시간 반정도가 걸렸다.

그리고 그제서야 은호는 정신차리고 주섬주섬 상의를 탈의 하기 시작했다. 작전 시작인 것이다. 겨울이라 옷을 벗어도 안에는 검은 반팔티가 한 겹더 있었다. 사실 맘 같아서는 다 벗어버리고 싶었지만 그건 오버인것 같아 참았다.

슬쩍 티안나게 애고가 앉은 계단 쪽을 봤다. 해는 벌써 어둑어둑 한데 서서 자신의 크로스 백을 고쳐매며 은호에게 올 채비를 하는 애고가 또렷하게 보였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자신 쪽을 바라본다.

확!!
이 때다 싶어 은호는 끈적거리는 팔로 서원의 어깨를 감고 볼을 부대끼며 좀 과도한 스킨쉽을 했다. 서원에게는 짐짓 헤드락 하는 척, 농구로 흥분한 서원을 이용해 달뜨고 사이좋아 보이는 형상을 취해보였다. 이것이 바로 작전의 2단계였다. 땀 흘리고 벗은 몸으로 스킨쉽하기..

반팔 티 때문에 그 모양이 좀 덜해보일것 같아 걱정스러웠지만 은호는 다시 애고 쪽을 여봐란 듯이 바라봤다. 그러나 그 시선에 애고를 잡지는 못했다. 시야를 덮으며 옷이 퍽하고 날아왔기 때문이다. 당황하며 옷을 걷어내는 은호에게 연이어 가방이 날아왔다. 날아온 것들을 보니까 전부 은호 자신의 물건들이었다.

"입어라?"

앞에는 애고가 서있었다. 뭔가 픽 웃으며 말하는 애고가 무서워 은호가 서둘러 옷을 입는사이. 애고는 농구무리를 향해 우린간다고 인사했다. 그러고 그 쪽을 보는 은호를 휙 다른 방향으로 돌려 잡아끈다.

은호는 방금 이 형이 질투를 한 건가 안 한건가 혼란스러워 멍하니 가방을 들고만 있는다. 그런 은호에게로 다시 망설임없이 시선돌리며 애고가 말했다.

"뭐해?"

"예..?"

다시 애고가 픽 웃으며 말한다.

"나 빡칠거 생각 못하고 뭐하는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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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4-08 18:18 | 조회 : 2,385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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