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한성고등학교 정문 앞
나는 지각했다.
학교를 처음 온 터라 등교 시간을 몰랐던게 문제다.
당당하게 교문을 들어갔지만 기름이 줄줄 흐르고 배가 올챙이처럼 톡 튀어나온 중년의 아저씨 한명이 "어이, 거기!" 라며 불렀었다.
"...?"
"하?! 이기 지금 슨생님을 보고도 인사를 안하는기가!"
"아, 안녕하십니까"
"됬고, 니 지금 지각이다잉- 저짝에 가서 운동장 2바퀴 뛰고, 반 번호 이름 적고 가라이-"
".....예?"
"에라이 귀찮게 시리, 일단 운동장 2바퀴 뛰고 온나"
"...예"
이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았기 때문에 가뿐히 돌고 다시 제자리로 왔다.
"혹시 니 운동했나?!"
"아, 예. 조금 했습니다."
"이야--, 니 육상부 들어온나"
"..?제가 들어가도 상관없는 겁니까?"
"오냐아, 문제 없으니까 들어온나"
"...네, 정 그렇다면..::"
그렇게 어찌어찌 육상부에 들어가게 되고, (알고보니 그 쌤은 체육 쌤이란다)
그 체육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교무실로 갔다.
들어가니 누군가 걸어나온다.
"저기, 너가 혹시 2-1 전학생이니?"
"네? 아, 네."
음, 꽤나 훈남이다.
"아, 나는 2-1 부담임이야. 과목은 도덕!"
상당히 훈훈해 보이는 외모에 도덕이라니,
이 남자, 100% 인기 많을 거다.
"네, 저는 이리아 입니다."
"음, 그럼 리아야. 나 따라올래?"
"네에-"
터벅, 터벅-
"자, 여기가 우리 교실이야!"
"아, 감사합니다."
"에이, 뭘 이런걸 가지고, 아마 담임선생님께서 조례하고 계실테니까 노크 하고 들어가면 될거야"
"넵, 알겠습니다."
그렇게 도덕 쌤이 가고, 나는 교실문을 두드렸다.
콩-콩-
드르륵-
갑자기 몰리는 시선에 잠시 당황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전학생 이리아 입니다. 사정이 있어 조금 늦었습니다."
"아, 니가 그 이리아구나. 우선 자기소개 할래?"
음....이 남자는 말하자면 오크다, 음...오크다.!!! 아, 얼굴이 그렇다는게 아니라 몸 얘기다.
굉장히...음.....우락부락?....갑자기 내 부하가 생각난다..
"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리아 라고 합니다."
.........
.........
"...그게 끝?"
"..? 네"
"아, 하...;; 그래, 그럼 저기 비어있는 자리에 가서 앉으렴"
"네에-"
그렇게 어영부영 1교시가 끝나고 쉬는시간 종이 울리자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저기, 너 중학교 어디나왔어?"
"야, 그거말고 남친 있어?"
"너 얼굴책해? 하면 나 팔로우좀..ㅠ"
"아니, 트위터는?! 그것도 해?"
....음, 매우 정신 사납다.
"..ㅎ, 저기 얘들아..하나 씩,"
쾅-!!!
"야, 쫑알쫑알 시끄러워. 말할거면 저리 꺼져서 하든가"
"...뭐지 이 네가지 없는 자식은?"
'아, 그래 미안..다른데 가서 말할게'
"...뭐? 너 방금 뭐라했냐?"
응..?
잠만,
나 방금 혹시 생각이랑 말이랑 바꿔 말했니?!
미친!
사실, 원래같으면 나도 쌍욕을 해줬을 텐데 보스가 한 말중에 거기서 난장피우지 말고 조용히 있으라는 명령이 있어서 나는 짜져있어야 한단 말이다..!
"너 방금 뭐라 했냐고"
음...생긴게 노란머리에 피어싱에, 딱 봐도 양아친데...
아,
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