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오늘

공부를 집어 던졌어

웃기지

공부하라고 보낸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

전국에서 공부 잘 하는 새끼들만 모인 곳

그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아등바등 노력하다가

오늘 멘탈이 제대로 털렸거든

수학 문제풀이를 해주시는데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더라

교과서

부교재

개념서

문제집

아마 나는 전 과목 중에 수학에 가장 많은 것을 투자하겠지

그런데도

문제를 설명해주시는 것 조차 이해하지 못하니

제정신인 것이 더 이상하지

시간은 없고

범위는 미친듯이 넓고

해야할 것은 많고

해서

집어 던졌어

수학을 포함한 모든 과목을

공부 안 하려고

어차피 언젠가 죽을 거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죽나

대학교 못 가고 바로 죽나

대학교 입학하고 바로 죽나

거기서 거기 아냐?

그럼 딱히 이렇게 열심히 안 해도 되잖아

여기서 내 평균 수면시간 5시간 이하

그런 내가 많이 자는 편인 곳에서

내가 굳이 내 체력 깎아가면서까지 공부 해야해?

오늘 진짜 너무 힘들더라

그래서

네 번인가 울었어

못하겠다고

도저히 못하겠다고

자는 시간도 줄였고

공부하는 시간은 늘였는데

그런데도 내가 공부하는 양은 턱없이 부족하고

그럼에도 나는 수업을 따라갈 수가 없다고

너무 힘들다고

당신이 약간 포기한 듯한 말투로 그러더라

너 원하는대로 하라고

공부 아니어도 먹고 살 수는 있다고

단지 공부가 가장 쉬울 뿐이라고

힘빠진 말투

그 지긋지긋한 말투

당신을 실망시키면 언제나 따라오던 말투

나는 그 말투가 듣기 싫어서 내 건강을 깎아 공부하고

내 정신이 황폐해 질때까지 당신을 위하는데

당신은 전혀 모르겠지

이렇게 터트린 게 오늘이 처음이니까

수백, 수천 번을 죽고 싶다고 생각하고

공부하기 싫다고 되뇌이고

내가 왜 죽어야 하냐고 억울해하고

그렇게 몇 년을 버티는 동안

단 한 번도 당신에겐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없으니

내가 이 곳에 들어오기 직전

자살하려 했다는 것도

자해를 너무 깊게하는 바람에

병원에서 꿰매고 왔다는 사실도

당신에게는 이야기하지 않았으니까

고작,

걱정시키고 싶지 않다는 단순한 이유 하나로

그런 멍청한 짓 하지 말 걸 그랬어

진작에 공부하기 싫다고 얘기하고

진작에 죽고싶어서 미칠 것 같다고

내가 왜 이런 더러운 기분을 느껴야하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고

토해내듯 뱉어낼 것을

이미 나는 나와 당신과 지인들의 희생으로 이곳에 서있고

그 희생에 차마 버릴 수 없는 역겨운 숨을 이어가는데

차라리 처음부터 희생하지 않게 만들었다면

내게 기대하지 않게 만들었다면

이런 기분따위

느끼지 않을 수 있었는데

나는,

끝없는 자기혐오와 상충되는 오만함으로 이루어진 사람

내 유전자가 잘난 것을 알기에 존재할 수 있는 사람

하지만 내 근간이던 오만함은 이 곳에서 처절하게 부숴지고

나는 근간을 잃었으니

이제 어찌 해야 할지 누군가 알려줘

Non scolae sed vitae discimus

학교가 아닌 인생을 위해 공부해라

라틴어 격언이야

라틴어는 고대 유럽에서 쓰이던 것

고대 유럽에도 있는 개념이

왜 우리나라에는 없는 것인지

다 털어놓아달라는 댓글을 읽었어

새피님이었나?

기억하지 못하는 건 미안해

나는 인생을 드라마로 사는 사람이라

그렇게 간단하게는 설명하기가 힘들거든

게다가 기분 따라 설명 내용이 바뀌기도 하고

해서

언젠가

시험이 끝나고

학교를 나가면

그 때 알려줄게

내가 기숙사 생이라

한 달에 한 번 밖에 외출이 안 되거든

원래 이런 사적인 노트북 사용도 안 되고

전에 언급한 적 있는 것으로 기억해

걸리면 뺏긴다고

뭐 난 내 숨을 틔우는 것 뿐이지만

다른 이들의 눈에는 그렇게 비춰지지 않으니까 말이야

새피님의 글,

읽고 있어

그래서 하는 대답

일단 난 고등학생이야

고등학교 1학년

망할 코로나 19 바이러스 덕에 입시가 제대로 꼬인 사람들 중 하나지

두 번째,

내게 새피님은 지켜주고 싶은 사람

하지만 내가 자격미달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 사람

연장자로써 무언가 조언을 해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럴 자격이 안 되기도 하고

조언에는 영 미숙해서 말이지

위로도 마찬가지지만

뭐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요즘 '글'에 꽤 자주 글을 올리고 있어

이유라면 아마

공부가 하기 싫어서이려나

뭐 아키라 님이나 단애님이라면 너무 잘 알겠지만

시험기간에는 공부를 제외한 모든 것이 흥미로운 법이거든

덕분에 시시각각 흑역사를 만들어내고

그것들을 남에게 보이는 미친 짓을 자행 중인 것이고

평소였다면 내가 쓰는 소설을 남에게 보여주는 짓은

절대 안 하거든

필력이 많이 부족해서

오늘 사담이 길어진 이유는

머리가 아파서,

정도로 해둘까

그런 김에 조금 더 사담을 이어나가자면

요즘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있어

원래 꿈을 잘 안 꾸는 편인데

요즘 계속 이상한 꿈들만 꿔서

수면의 질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거든

정말 유감이라고 생각해

지금만 해도 머리 아프고 졸리고 장난 없으니까

'죽은 시인의 사회' 라는 영화 알아?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야

영화가 원작인 몇 안 되는 소설이기도 하지

오늘 그걸 읽었어

공부하기가 너무 싫어서

면학시간에

1시간 반? 만에 다 읽은 것 같아

속독이 가능한 사람이거든

덕분에 같은 책을 여러번 읽는 경우가 많지만

속독을 하는 만큼 디테일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기도 하고

원래 좋아하는 건 자주 보는 편이야

책이나

애니 같은 것들

정말 어쩌다가 얘기가 이지경까지 온 건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데

원래부터 여긴 내가 떠드는 곳이었으니까

마저 떠들려고

토요일에 발목을 삐었어

계단에서 넘어졌지

발 헛디뎌서 그 자리에서 풀썩 하고 주저앉는 거

뭔지 알아?

딱 그렇게 넘어졌거든

일요일 아침이 되니까, 못 걷겠더라

엿됐구나 싶었지

원래 발목이 약한 편이거든

근데 치료를 받으려면 외출을 해야하고

그 땐 일요일이었고

월요일부터는 자습을 해야하니까

아직도 병원을 안 갔어

시험이 끝나야 가겠지

여긴 그런 곳이야

아픈 것도 서러운데

제 때 치료받기도 힘든 곳

거지같은 곳이지

뭐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혹시나 해서 하는 설명

내가 계속 여기라고 칭하는 건

내가 다니는 학교

기숙사제인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

꽤 유명한 편으로 전국에서, 특히 인천에서 공부 잘하는 애들이 모여드는 곳

인천에 있는 거거든

재수생 적고

대학교 잘 가기로 꽤 유명한 곳

옛날에는 한양대만 80명이 갔다나

세워진지 얼마 안 돼서

시설도 꽤 좋은 편인데

산 바로 앞에 있어서

벌레가 오질나게 많고

학생에게 매우 많은 것을 요구하는

거지같은 곳

참고로 나는

여기서 매우 열등한 편

이게 내 요새 주된 스트레스의 원인일까

이제 아무래도 상관 없어

공부 안 할 거거든

이러고 내일이면 공부하고 있을 수도 있지

언제나 그래 왔으니까

하지만

정말 안 할 수 있으면 좋겠어

딱히 하고싶지 않으니까

부디 내일의 내가 공부하고 있지 않기를

성적으로 스트레스 받고 있지 않기를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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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7-22 20:50 | 조회 : 585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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