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댓들은 언제나 읽고 있어

사실 댓글들을 읽을 때면

내가 비정상인 것이 더 절실히 느껴져

난 내가 누군가한테 기대는 것도

누군가 나에게 기대는 것도

끔찍하니까

난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는 나를 경멸해

그리고 새피님,

당신을 말하는 것이 아니야

여기 있는 당신들에게 말한 것 또한 아니지

그저,

살기를 버거워하는 내게 살으라 말하는 모든 이들을 총칭하는 것이고

당신들은 거기서 예외가 될 수도

되지 못할 수도 있지

내가 당신들은 예외라고 확실히 말하지 못하는 건

난 거짓말은 끔찍하게 싫어하거든

지키지 못하는 약속을 억지로 하게 만드는 상황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만큼

그럼에도 나를 위해 하는 말임을 알기에

예외가 될 때도 있다고 하는 것 뿐

그건 사실이니까

상처받았다면 미안해

아키라님과는 폭스툰 옾챗방에서의 잠깐의 인연

단애님과는 그 보다는 꽤 많이 깊은 인연

그리고 새피님에게는 엄청난 내적 친밀감을 가지고 있어

언젠가 볼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어제 어떤 웹툰을 봤어

시험이 10일 남았는데 시험을 던지고 본 것이었지

일요일 아침은 공식적으로 자유시간이거든

아무도 자유시간으로 사용하지 않지만

그랬는데

거기서 이런 말이 나오더라

"평범한 사람들보다 아주 조금 더 불행한 우리들에겐

남들보다 조금은 특별하고 빛나는 무언가가 필요해" 라고

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그녀가 부러웠어

나와 그렇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거든

물론 불행의 크기는 절대적인 것

내가 더 불행하다거나 하는 것은 의미가 없지

그럼에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그녀가 부러워서

나도 언젠가 당신에게 그런 말을 해주고 싶었어

새피님이나 나나

우리도 특별함이 필요한 이들일 테니까

그녀의 말이 맞다면 말이지

요즘은 정신이 꽤 건강해

아니, 아닌가

사실 모르겠어

내 기준은 망가져 버린지 오래이고

다른 이들의 기준을 나는 알지 못하니

아 정정할게

어제 매우 건강하지 않았어

전자노트에 내 저주를 빼곡하게 쓰고 지우기를 서너 번은 했으니까

집중이 도무지 안되는데

한 건 아무것도 없어서

진짜 죽을 맛이더라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어

나는 성적에 대한 압박이 큰 편이고

그건 모두의,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이들의 기대로 만들어진 것이지

그래서 너무 짜증이 났어

언제나 무리에서 뒤쳐지는 법이 없던 내가

열등한 축이라는 사실이

절대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데

무의식중에 인정한지 오래였던 사실이

너무 너무 나를 화나게 만들었거든

그런 말을 썼었지

공부가 재밌지 못하는 게 너무 짜증난다고

그래서 물었어

재밌지 못한 공부를 해야하는 것이 짜증나는 거냐고

더 이상 공부가 재밌지 않은 게 짜증나는 거냐고

나는 둘 다라고 답했어

그 때 내가 어떻게 반응했더라

아,

무슨 상황인지 이해되지 않을 수 있어

간단해

내 인격이 두 개로 분리되어서

하나가 묻고 나머지가 답하는 거야

나는 짜증날 때 이런 짓을 곧잘 하거든

시작은 언제나 문답이고

끝은 언제나 한쪽이 다른 쪽을 비웃고 있지

네가 그래서 병신인 거라고

웃긴 게

그럼 다른 쪽은 알고 있다고, 진절머리 나게 알고 있으니 그만 좀 말하라고 해

그럼 다른 쪽은 또 그걸 비웃는 거고

우습지 않아?

비웃는 것도

비웃음 당하는 것도

질문하는 것도

답하는 것도

결국 전부 나의 몫

결국 전부 나의 일

결국 전부 나 혼자서 하는 것이야

나는 나를 비웃는 것에조차 남의 손을 빌리지 못하는 머저리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일테지만

나는 이렇게 대화를 할 때

상대를 ''너''라고 칭해

스스로를 부정하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정말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미친 건가

어느 쪽이든

달갑지는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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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7-20 12:46 | 조회 : 554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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