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공부를 44분 했어 지금까지
어제 이 시간까지 한 게 5시간이었는데
어째서?
왜 난 이렇게밖에 살지 못하는 거야?
5시간도 적게 한 편인데
하루 평균 순공시간 9시간
평균 취침시간 2시
교내 취침 권장 시간 1시
난 그런 이들과 함께 살고 있는데
왜 그렇게 하지 못해?
어째서?
내가 부족하기 때문이야?
아니잖아
맞는 건가?
나 슬슬 성적을 포기했어
올 8등급이나 뜨면 다행이라지
공부 지지리도 안하고 못하는
머저리같은 이가 성적을 꿈꾸는 것 자체가 모순이지
그러니까 눈에 보이는 게 있어
성적으로 스트레스 받는 이들이 보여
아까 통화를 하려고 전화부스에 들어가는데
내 바로 앞 전화부스에서 어떤 남자애가 시험이 9일밖에 안 남았다고
그동안 매일 2시까지 해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전화부스를 쾅쾅 치면서 전화 상대한테 하소연인지 무엇인지를 하고 있더라
있잖아
그럼 왜 새벽 2시까지 밖에 공부하지 않는거야?
여기서 진짜 급박한 애들은 3,4시까지 공부하고 6시에 일어나
안 자고 바로 수업 들으러 가는 애들도 있어
그래서 묻는 거야
내가 이상한 거야?
왜 자신의 능력 부족을 남에게 그렇게 화풀이하듯 드러내는 거야?
그게 자랑이야?
자신이 모자란게?
나라면 같은 상황에서 내 팔을 긋거나 내 잠을 태우지 남을 탓하지는 않아
어차피 모든 일의 원인은 나인걸
왜 공공장소에서 그렇게 격하게 화를 내는 걸까
시간이 부족할 줄 알았으면 미리 했어야하는 게 아닌가?
왜 자신이 하지 않은 것을 남 탓하지?
난 남에게 내 치부를 들어내는 게 수치스러워 죽을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자신이 힘든 것을 드러낼까
이건 주제에서 조금 벗어나지만
내가 주변인에게 화를 내는 경우는 두 가지가 있어
첫째로, 상대가 내게 요구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때
가령, 공부를 하라던가, 자해를 하지 말라던가, 살으라던가 하는 것들
특히 누군가 내게 기대를 거는 것은, 끔찍해
둘째로, 상대가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는 경우
예를 들면 내 의자에 제 각종 짐들을 올려놓고도 내가 왔을 때 짐을 치워주지 않아 내가 직접 치우게 만드는 망할 새끼가 있겠지
그런 새끼가 내 옆자리라는 게 한탄스러울 뿐이야
이미지
그 놈의 이미지
같은 반만 아니었어도 수 차례 나를 무시했을 때 뒤집어 엎었을 텐데
짜증나게
이 아이 덕에 내 요즘 학교 생활이 얼마나 거지 같은지 몰라
그래서 본론으로 돌아와서
자신의 치부를 남에게 드러내는 이유는 뭐야?
자신의 부족함을 남에게 화풀이하는 이유는 뭐야?
그 화풀이로 민폐가 되기를 자처하는 이유는 뭐야?
왜 모든 사람은 폐를 끼치기를 극도로 꺼리면서 살지 않는 거야?
다른 이들에게 짐이 되고 방해가 되고 불편한 존재가 되는 것에
아무런 느낌이 없는 거야?
그렇다면 이젠 내 인생의 문제네
왜 난 다른 이들과 다르게 사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