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나한테 어린 동생이 하나 있어
이부 동생인데
할머니댁에서 엄마랑 엄마남편이랑 할머니 할아버지랑 자기랑 살거든
걔가 나랑 12살 차인데
12월 생이라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는 완전 아기야
내가 원래 할머니댁에 매주 오는데
한동안 시험기간이라 못 왔어
그래서 오랜만에 왔는데
할머니가 설거지같은 집안일을 다 나한테 시키시는 거야
게임중인 중딩 남동생을 놔두고
시험기간 막 끝나고 온 나한테
내 남동생은 아직 중1이라 시험도 없는데
그냥 그러러니 했어
원래 어른들이 남녀차별이 심한 사회에서 살았으니까
근데 애기가 자꾸 날 쫓아오는 데
내ㅏ 좀 쉬고싶어서 엄마한테 가라고 했거든?
그랬더니 애가 우는 데 그게 내 탓이라고 할머니가
막 화를 내시면서 네가 애랑 언제 놀수있냐고
애 좀 놀아주라고 하시더라고
그 와중에도 내 남동생은 게임중이었고
엄마랑 엄마 남편은 쉬는 중이었는데
굳이 나만
아니 그럼 난 언제 놀 수 있는데
입시생인 학생이 놀기가 쉽냐고
그러다가 내가 더워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니까
왜 애 앞에서 그런 걸 먹냐고
애가 먹고 싶어서 달라고 하지 않냐고 하는 거야
할머니 할아버지 빼고 다 먹고있었는데
나만.
그러면서 너는 살은 언제 뺄 거냐고
뺄 생각이 있긴 하냐고
막 뭐라고 하시는거야
우리집은 나 빼고 다 말랐거든
그러면서 오늘 나만 엄청 갈구시는데
그게 너무 힘들고 억울해서
먹던 아이스크림을 버리고
방에 박혀서 울었거든?
근데 더 웃긴건
그 와중에 더 혼날까봐,
엄마를 걱정시킬까봐
혼자 끅끅거리고 우는데
진짜 내가 운 거 아무도 모르고
애는 우는 옆에서 해맑게 장난치고
진짜 너무 힘든데
아무한테도 기댈수가 없어서
너무 비참하더라
난 그들이 행복하길 바라서 노력하는데
그들은 내가 내 행복을 희생하고 있단걸 아는 걸까
이 일만 있었던 게 아니거든
난,
죽고싶어도 그들 때문에 죽지 못하고
놀고싶어도 그들 덕분에 놀지 못하고
공부만 죽어라 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답을 주려고 노력하는데
그 누구도 이걸 알지 못해
차라리 다 그만두고
죽어버리고 싶어
힘들어
제발 누가 나 좀
구원해줘
말 뿐인 위로라도 좋으니까
살려줘
살고싶지 않은데 살아야하는게
웃고싶지 않은데 웃어야하는게
울고싶은데 울면 안되는게
너무 비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