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해와 달, 군신의 관계 (중)

“....후”


원이 눈을 뜨자 온기가 식어버린 옆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운은 어젯밤 시리도록 내뱉은 말 이후, 자신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시야에 들어오지 않은 채로 자신을 또 보호하며 수호하여 지키고 있을 것이다.
그림자 속에 빠져 슬픔을 자아내고 있을 것이다.

그런 원은 운을 찾지 못한다.
그렇기에 떠나라고 명했다, 자신을 뒤로한 채 그가 자신을 지키길 바랬다.

왜냐하면,
자신은 그를 찾지 못한기 때문.
자신은 그를 지켜주지 못하기 때문.

하지만 운은 그런 자신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슬픔까지 지켜내고 있을 것이다.


‘...이 얼마나 한심한 주군인가’


원은 자신의 소중한 것을 늘 지켜오지 못했다. 어린시절에는 3황자를 황제로 만들려는 귀비의 눈아귀에서, 3황자의 죽음 이후 자신의 권력을 탐하는 무리들 앞에서, 원은 늘 빼앗기고 포기해야만 했다.

그런 자신에게 생긴 나만의 것이었다.
죽음 속에서도 자신을 지킨다고 맹세하며, 자신이 황제가 되는 날까지 함께 버텨온 나만의 것이었다.

운의 마음이 진심이 아니란 것은 안다. 밤마다 사랑을 속삭이던 그의 마음은 거짓된 것이 아니었다.


‘허니 지금은 이것으로 만족할 것이다. 숨어서 아파하는 너에게 속죄하며 너를 더욱 그리며 이번에는 내가 널 지킬것이다. 지금은, 말이다. ‘

“황명을 어길 것이라면, 지금 이 상태에서 떨어지지 마라. 이것 또한 황명이다. ”

“!”


달밤이 비추던 그 날에 날 밝게 빛나던 태양이 별은 안은 채 숨었다.
미련 가득히 남은 태양의 손짓에 별은 이끌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니, 이끌리지 않았더라도 태양은 달을 가리며 별을 쟁취 했을 것이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은 채.

*

*

*

“황제폐하 납시오!!”

“황제폐하를 뵈옵나이다!!”

원은 유려한 발걸음으로 자신의 옥좌로 향했다. 대신들은 단자를 올릴 생각으로 들뜬 것인지
피곤해 보였지만 설렘이 가득 들어찬 눈빛들이었다.


“다들 어젯밤을 즐거이 보냈나 봅니다. 이리 환한 것을 보아하니.”

“황제폐하의 강녕함이 소신들을 기쁘게 만든 것이옵니다.”

“말이라도 못하면. 아니 그렇소, 재무대신?”

“...다들 단자 올리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폐하.”

“말해 무얼하겠습니까, 차례대로 올리면 될 것을. 재무대신 부터 하시겠습니까?”


단자를 들고 안절부절해 하며 이쪽의 눈치를 살피는 것들이 족히 수 십은 되어보였다.
자신의 딸이 황후가 된다는 것은 일확천금의 기회가 될 터였다.

‘재무대신부터’ 라는 원의 말이 내려진 것은 신분 순서대로 올리라는 은연중의 말이었다.
이는 황후를 뽑는데, 신분을 고려하겠다는 의미로 신분이 낮은 가문을 비롯한 몇몇 가문의 낮빛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 그간 마다하시던 혼인을 이리 서두르시니 소신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

“그 불안함에 수저를 올려볼까 하는데, “

“ 예? ”

“ 제 2황자, 곤에게 이 혼인을 넘길 것이오. 그대들이 올리는 단자는 나의 비가 아닌 곤의 비가 되겠지. “

“.....! “


웅성웅성.

대신들끼리 소근대는 소리가 더욱 커져갔다. 은연중에 느껴진 운의 기색도 놓치지 않았다.
흔적을 죽이며 자신을 지키던 운이 놀랄 정도의 말이 바로 원이 방금 뱉은 말의 무게다.


“.... 황실의 법규를 지키셔야 합니다, 폐하. 본디 적장자의 자식 잉태 이후 2황자가 혼인할 수 있음을 잊으셨습니까. 또 2황자께서는 이미 황실의 일원이 아니시지 않습니까. “

“ 잊지 않았소. 후계자 자리 문제를 심화시키지 않기 위한 선대의 지혜가 아니오. “

“ 헌데, 어찌하 “

“ 내 말 아직 끝나지 않았소, 재무대신. “


재무대신의 말을 끊은 서슬퍼런 원의 목소리가 울리자 시끄러웠던 회의장에 고요한 적막이 찾아왔다. 숨을 크게 쉬는 것조차 불가능한 공기였다.


“ 나는 혼인을 하지 않을 것이오. 내 후계는 2황자의 자식이 될 것이며 2황자의 자식은 내 뒤를 이어 이 나라를 다스리게 될 것이오 ”

“그리할 수는 없습니다, 폐하. 황제의 자식에게 자리를 물려 받게하라는 황실의 법규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원래 법규는 깨라고 만들어진 것이오.”

"폐하..!"

"그럼 왕좌를 2황자에게 물려주면 되겠군. 황제의 자식이면서, 2황자의 혼인도 진행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아니오."


원의 발언에 정사를 나누며 나라의 머리가 모두 모인 대회의에서 단자를 들고 설렘을 기다리던 귀족의 대부분도, 말리고 있는 재무대신도, 시중을 들던 시비들도, 숨을 죽인 채 원을 보던 운도 모두 놀랐다.

놀라지 않은 건 황제의 자리를 내려오겠다 말하는 원, 황제폐하 한 명이었다.


'오늘 회의도 길어지겠구나.'


누군가의 생각도 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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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5-04 00:34 | 조회 : 2,685 목록
작가의 말
아스므랑

슬럼프가 와서 2달간 같은 내용을 지우고 쓰고 무한 반복하다가 그냥 올려봅니다. 사실 수정이 더 필요한 글인데 이렇게 찾아뵙게 되어서 너무너무 죄송할 따름입니다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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