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해와 달, 군신의 관계 (상)

02. 해와 달, 군신의 관계(상)



“흐읏!”

“후, 조금 더 빠르게 해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끄덕.

“...늘 저를 부추기십니다, 폐하.”

“흐응, 흐... 관계 중에는, 읏”

“명 받들겠습니다, 원.”


밤의 부엉이가 우는 밤에 다른 울음소리가 겹쳐졌다.

건물 밖으로 비추어지는 그림자 두 개는 남성의 실루엣이었다.
괴롭힘을 받는 남자와 괴롭히는 남자.

원이라고 불린 사내는 얼굴을 더욱 붉힌 채, 자신을 덮치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느낀 남자는 얼굴에 올라오는 흥분을 참으며, 밑으로 집중시켰다.
운이 더욱 빠르게 박기 시작했다.

“멈....! 잇 잠, 깐.....흑”

“....후, 아직 멀었어, 원. 조금 더 하실 수, 있으시죠?”

울려퍼지는 원의 신음 소리는 오직 부엉이만이 듣고 달이 바라보았다.
잠깐이라는 말이 사라지면서 다시 하나가 되는 그들의 모습은 농후하며, 야했다.
하지만 이 장면을 해는, 바라보아서는 아니되었다.


*


제국력 235년의 황제 원은 지금 머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반려를 들이셔야 합니다, 황제폐하!!!”

“이 상소들을 봐 주십시오, 황제폐하!!”

“윤허하여 주시옵서서, 폐하!!”


허리가 아픈 것도 아팠지만, 아침 조례를 시작하기 전부터 자신의 반려 이야기를 하는 대신들 때문이었다.
대신들이 자신이 황제에 즉위한 후로 계속 저랬으니 면역이 생겼다지만, 사실상 원에게 지금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이 상황을 버젓이 보고 있는 자신의 애인, 호위무사 운 때문이었다.

제국의 법에는 동성 간의 결혼이 금지되어 있었다.
특례가 계속해서 생기고 있으나 황제의 애인이 남자인 것을 알면, 주위의 협박과 위협에 운이 위험해질 터였다.
그리해서, 둘의 관계는 극비 중의 극비 사항이었다.


‘오늘따라 반응이 더욱 없구나.’


자신에게 반려를 들여야한다는 대신들을 바라보는 운의 모습은 평상시와 같이 무표정이었으나, 원은 그게 더욱 걱정이 되었다. 평상시에는 일말의 분노를 드러냈다지만, 오늘은 이상하리만치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자신의 반려, 호위무사 운.
둘은 함께할 수 없음을 알고있는 운이었기에 원은 더더욱 불안했다.


“호위대장인 운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폐하의 반려도 뫼실 게 되실테니, 의견을 말씀해주시지요.”

“다들, 시끄ㄹ..”

“...예, 소신도 그리, 생각합니다. 반려를 들이시옵소서, 폐하.”

“.....!”


운이 그리에서 숨을 쉬지 않았다면 원은 화가나서 미쳐버렸을지도 모른다.
재무대신이 운을 언급한 시점에서 원의 인내심은 끝을 드러내고 있었다.

자신과 늘 부딪히는 재무대신이었기 때문에 재무대신의 농락은 익숙해져 있었으나, 운의 그런 반응은 자신에게 너무 낯선 반응이었다.

자신의 고함을 뚫고 나타나 불경죄라는 생각이 들기보다도 비수가 날아와서 원을 찌른 것 같았다. 운이 그렇게 말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원은 많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렇게 끝날 것 같지 않던 회의가 끝이나고, 운의 동의로 신이난 대신들은 처녀단자를 올리라는 공문과 첫 경합의 날짜까지 의논을 끝낸 채 홀가분한 기분으로 귀가했다.

타 들어가는 건 태양 앞에 선 원의 마음 뿐인 듯 했다.

*


“낮에는 왜 그리 말했느냐.”

“,,,소신의 본분을 다하였을 뿐입니다, 이제 반려를 들이,”

“전운!”

“..예, 폐하. 하명하시옵소서.”


개인 집무실에 둘이 남게 된 시점에서 원이 운에게 낮에 일을 하문하였다.

해야할 본분.
운은 원의 호위무사이며, 운은 그의 반려가 될 수 없음을 인식하고 있었다.
이제는, 놓아드려야 할 시간이었다.


“네게는, 내가 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었느냐? 나에게는 네가, 네가,”

“폐하는 한번도 제게 은애를 말씀하신적이 없으십니다.”

“......!”

“소신을 은애한다 하시지 못하신 것은 폐하이셨습니다.”


운은 왜 은애한다고 원이 말하지 못하는 지 알고 있었다. 원의 마음을 파고드는 말이 될 것이라는 것도 이해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운은 이 말을 올려야만 했다.

운이 원의 말을 끊은 처음이었다.


"......은애한다 말하지 못했던 것은 내가 너를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낮게 눌리는 원의 목소리는 밤에 깃들어진 슬픔이 가득했다.
미안한 마음을 두고 미안하다 할 수 없는 원의 마음이 운에게 필사적으로 전해지는 듯했다. 빠르게 울리는 원의 말에는 체념과 애절함과 괴로움이 담겨있었다.


”내가 너를 사랑하지 못한 탓이다. ....내가 이 자리에 있는 탓이다. 사랑한다 그 말을 이리 늦게 전한 탓이다. 그러니 울지 말거라. 내 너를 그릴 터이니, 너는 다른 이를 그리면 된다.
비록 내 옆은 다른 이를 채우더라도 너를 그리며 속죄하고 은애 할 것이니, 너는 다른 이를 그리거라.“

"......그리할 수는 없습니다, 폐하“

“......어명이다.”


밀어내야한다는 운의 결심을 비웃듯이, 원은 자신보고 떠나라 한다. 다른 이를 채우겠다, 그리 말했다. 이 관계만 끝난다고 끝이 아니었었다. 까마득한 절벽 밑은 가득채운 어둠처럼, 어둠을 모두 지울 수 없는 태양처럼 운과 원의 거리가 멀어지는 듯 했다.

운은 이 나라의 황제였으며, 자신은 그의 호위무사일 뿐이라는 관계가 뼛속을 파고들며 전해졌다. 군신의 관계임에도 그는 자신에게 한번도 명을 내린 적이 없었다. 늘 운의 의견을 존중해 주었으며, 늘 운의 의사를 물어보며 부탁했었던 원이었다.

그런, 원이 내리는 어명에는 어떠한 의미가 담겨있을까.
그런, 원이 내려야하는 어명에는 얼마나 많은 아픔을 담았을까.
운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는 황제였으며, 자신은 신하였다.
그는 이 나라의 근본이었으며, 자신은 근본을 뒷받침하는 존재였다.


"내가 내게 내리는 처음이자 마지막 어명이다. 이 나라의 지존인 내가, 내가 내리는 명이다.“

"...폐하“

"이기적이라 욕해도 좋다. 허나, 너만은 아파하지 말거라. 너만은.... 울지말거라.“


담담히 내뱉어지는 말에 밤공기가 더욱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

지존임을 강조하며, 지존으로서 서야하는 자신을 달래면서도,
운에게는 행복해지라, 울지말라 명하신다.

강함을 연기하는 자신의 주군은 무척이나 여렸고, 닿기 힘들었다.

밤공기가, 바람이 방황에 휩쌓여 마음을 툭 건드렸다.


*


*


*

- 해와 달, 군신의 관계 (상)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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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3-09 00:22 | 조회 : 4,931 목록
작가의 말
아스므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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