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이어질 수 없는 (3)

chapter 1. 이어질 수 없는 (3)

"으으으으"

라미는 잠에서 깨어났다.

결국 자는동안에 제이가 왔는지 확인하기위해 주위를 둘러보지만, 제이는 없었다.

"안왔나? 아쉽네. 잘때 옆에 있어준줄 알았는데, 꿈이었구나."

제이는 없었다.

"흐음."

이제는 라미 혼자 걸을 수 있다.

주위를 둘러보다 라미는 이동하기 시작했다.

"흠흠흠~~"

조금씩 조금씩 걷다 라미는 금방 지쳤다. 아직 완치가 아니라서 그런가?

"에고고.."

조금씩 걸어보려다 결국 주저앉는다.

"정말 걷는것도 일이구나.힘드네."

라미의 체력은 바닥이고, 신체도 엉망진창이다.

이윽고 주저앉아버린다.

라미는 과연 걷게 될 수있을까?

제이가 라미는 돕는날이 이틀이 지났다.

제이는 사라진 어느 오후

다른것은 회복되었어도 체력만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건가?

라미의 다리는 지쳐서 움직이질 못한다.

"아직은 무리인건가?"

"에휴."

라미는 자조의 한숨을 쉬고는 멀리 가지도 못한 채 힘이빠져 쓰러져버린 자신에 대한 한탄과 자조를 한다.

"왜.. 왜 아직 똑바로 걸을 수가 없는 건데! 어째서. 어째서 안 되는 건데! 그렇게 도움을 받아 놓고는.. 그렇게 잘 되가는 듯이 보여주고, 느꼈는데, 나는 도대체 왜 움직이는것조차 벅찬건데! 왜!"

라미의 아픔이 내게도 느껴질정도로 고통스러워 보였다.

이윽고 라미는 힘든몸을 최대한 이끌고 제이와 같이있던 그 장소로 다시 기어간다.

"흐윽.. 흑흑 흐윽 훌쩍"

"왜 울고있어? 어제까지만 해도 괜찮았잖아. 라미야?"

"제이야...."

"왜그래, 같이 힘내기로 했잖아 나한테만 이야기 해줄래?"

제이는 라미에게 다가간다. 라미가 놀라지않을 속도로. 그녀가 싫어하지 않을정도로.

따뜻하게. 아주 따뜻하게 라미에게 다가간다.

"나 너무 힘들어. 죽기 직전까지 갔어도, 체념했는데, 조금씩 나으면서 욕심이 생겼나봐. 그런데 내 욕심을 하나도 채우지를 못하겠어. 미쳐버릴것 같아!"

외상후 스트레스일까? 아직까지 완쾌하지 못하고 골골거리는 자신에 대한 원망이 쌓인 라미의 마음속은 어떻게 되었을까.

"너무 급하게 가지말자 우리"

"....응?"

"쉬엄쉬엄가자. 내가 계속 네 곁에 있어줄게."

그렇게 말하곤, 제이의 입가에는 순진한 웃음이 걸렸다.

"나만 따라오렴. 싫으면 어쩔 수 없지만. 히히"

순진한 미소는 이윽고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와 대비되게 라미의 표정은 여전히 그늘이 져있다.

"그래.. 도움을 받으면, 나아서 걸어다닐수 있겠지?"

이제 라미의 몸은 제이에게 의지하기 시작했다.

조금있던 그들의 거리감과 거부감이 흩어져간다.

이윽고 그들의 거리는 제로가 된다.

"뭐부터 할까?"

"뭐부터 하지?" 동시에 말한 한마디에

그 둘의 표정이 완전히 풀어진다.

"너부터 이야기 해 줄래?"

제이의 한마디

"음... 내가 낫기 위해서 최대한 빠르게 할 수 있는 일부터 찾고싶어. 더이상은 이렇게 가만히있으며 살수는 없어. 난 움직이며 살거야!"

"그렇구나. 그럼 하루에 일정시간 이상 걷고 활동하는건 어때? 당연히 난 네곁에 있을거야"

"좋은것 같은데, 다시 좌절감에 빠지면 어떡하지?"

"그때는 내가 화낼거야"

짐짓 무서운 표정을 제이는 짓는다.

"???? 푸흡"

"내가 도와줄고있는데, 왜 혼자 좌절할 생각만 하고있어."

제이는 표정을 궅혔다가 풀며 자신의 다짐을 말한다.

"넌 내가 할 수 있는거 없는거 다 동원해서 낫게 만들거니까, 날 믿고 날 따라와줘"

제이는 그제서야 자신이 할 말은 다했다는듯 한숨을 쉬며 표정을 완전히 풀었고, 라미는

"... 진심으로 고마워." 장난기를 싹 지운채로 진심을 전했다.

그들사이로 몽글몽글하고 따뜻한 기류가 흘렀다.

"-------"

제이가 웅얼거린 한 마디 말은 나도, 라미도 확실히 듣지 못했다. 제이만이 이 말을 기억하겠지.

제이의 얼굴에 핀 훈훈한 웃음꽃때문일까? 라미는 제이가 웅얼거린 말을 되묻지 못한다.

제이는 흐뭇하게 웃으며

"그럼 지금당장 걸을까?"라고 심각한말을 건낸다.

진정한 천사의 말은 악마보다 잔혹하다고 했나? 이 말대로라면, 제이는 천사를 넘어선 대천사일것이다.

달콤하지도 쉽지도 않은. 현실그대로를 직시하게 만들어 버리는 잔혹한 말을 라미에게 건낸다.

"걷자."

라미는 의지를 굳힌걸까?

"각오는 했어. 나는 나을거야. 최대한 단기간으로."

"그럼 걸을까?"

앞뒤문맥을 다 짜르고 보면 로맨틱할수도 있을 말이 그 둘사이에선 꼭 전장에 임하기 전 각오와도 같다.

"지금부터 바로 할게, 넘어저도 일으켜 세워 주지마."

"알겠어."

직후 라미는 제이에게 기대어있는 힘을 최대한으로 줄인 후 다시 걷기 시작한다.

얼마 걷지도 못하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고.

다시또 넘어지고 일어서고.

보다못한 제이가 "도와줄까 라미야?" 라고 말하자 독기에 찬 라미의 대답은 "내가 해야할 일이야. 일어서는것조차 못하면 그때 네게 도움을 구할거야"

"너에게 받은것이 너무 많으니까..."

뒷말을 제이는 듣지 못했다.

"뭐라고?"

"아니야."

잠깐의 침묵과 따라오는 정적.

하지만 이 정적도 평소의 견디기 힘든 정적과는 다른걸까? 라미와 제이의 표정에서 흘러나오는 그들의 감정이 그 둘의 사이와 현재 상황이 달라진것을 보여준다.

라미는 걸었다. 걷고 또 걸었다.

라미의 뒤 제이는 따뜻한 침묵과 함께 그녀의 곁을 지켰다.

그 둘은 말 없이 걷기만 했다.

척박한 이 도시속에서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해 주는 존재는 사람이 아닌 개와 고양이였다.

그 둘은 여전히 도로 옆쪽에서 걷고 있다.

"이제 쉬자? 너무 무리하면 오히려 더 안좋을 수도 있잖아."

"아니, 조금만 더하자. 이제 조금만 더하면 내 체력이 바닥나니까, 딱 그때까지만 할게."

힘든 한걸음, 한걸음 앞에 무엇이 있길래 저 둘은 저렇게 노력하는걸까?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더는 무리야."

드디어 고집을 부리던 라미가 항복을 했다.

"부축해줄까 라미야?"

"응, 부탁할게"

그둘은 처음에 만났던 그 자리로 돌아간다.

"힘들지? 여기 물좀 마실래?"

"그래"

사람들이 놓아둔 라미의 물통을 제이가 조심스레 들고온다.

"내가 가도 되는데..."

"아니야. 휴식때는 확실히 쉬어둬야 한다구."

낼름낼름. 햝쨕햝쨕. 물이든 그릇을 라미는 정말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마셨다.

"힘들긴 엄청힘드네. 이제 또 언제 할거야?"

"네 몸상태를 보고 생각해봐야지."

"그런가...?"

"걱정마. 오늘은 자기 전까지 계속 곁에 있어줄게."

".... 있어줘"

"응?"

"계속 곁에 있어달라구"

"????"

"나 야행성이야. 내일 아침되면 가줘."

그럼 이때까지는 제이한테 라미가 맞춰준 것이었나?

"아...! 그래 알겠어!" 기분탓일까? 제이가 조금 시무룩해졌다.

"낮잠 같이 잘래 제이야?"

"응!"

"내 옆으로 와줘 나지금 추워."

"응! 알겠어!"

꼬리를 흔들며 쫄래쫄래 라미에게 가는 제이의 모습은 너무나도 귀여웠다.

그렇게 둘은 꼭 붙어서 같이 잤다.

같이자는 개와 고양이라는 신기한 그림을 보고 몇몇이 사진을 찍기는 했지만, 그들의 잠을 깨운 요소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은 아주 깊게, 깊게 잠들었다.

잘자렴.

새벽에도 그들을 관찰하기 위해 나도 잠을 잘 준비를 했고, 꿈에서도 저 둘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작디작은 소망과 함께 나는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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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3-06 23:17 | 조회 : 1,282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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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시코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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