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2)

(이전 이야기)
그러나, 박주하가 게이라고 해서, 나는 박주하를 싫어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주하는, 게이이기 전에 내 친구니까.
그래서, 내 친구를 울린 정민지를 가만 안둘꺼다.

내가 안되면 민준이라도, 그렇게 가만 안두도록 할 것이다.

<낙서> (2)

학원 버스를 타고 30분을 가면, 내가 다니는 영어학원이 있다.
거기는 내 불알친구인 주은서와, 나와 친한 이정용이 같이 다닌다.

"어, 은서랑 주하 왔구나!"
"정용아 요즘 뭐하길래 학원에 안나오냐."

정용이는 내게 싱긋 웃더니, 담배피는 시늉을 한다.
새끼, 내가 담배 좀 그만 피우랬지!

"야, 내가 너 일찍 죽으면 안된다고 말했지?"
오랜만에 주은서가 옳은말 좀 한다!

"그래, 작작좀 펴."
"네에, 네에. 잔소리좀 그만 하시고요!"

우이씨, 기껏 친구라 생각해서 말한건데...

"암튼! 내가 오늘 오랜만에 왔으니 저녁쏜다!"

이정용은 이렇게 말하며 싱긋 웃었다.
얘도 웃는 모습을 보니 여자 여럿 울렸을 듯 하다.

"자자! 고고씽!"

난 이정용과 주은서를 양팔로 팔짱껴서 GU(편의점)로 향했다.

"헐.. 미친거 아냐? 어떤 새끼가 그딴짓을 해."
"야 쩡, 네 입술에 묻은 김부터 떼고 말해라."

이정용은 흥분했는지 삼각김밥을 먹다 말고 신경질을 냈다.
진정해... 내가 괜히 아침일을 꺼내가지고...

"크헉.."
"야? 괜찮아? 주은서, 얘 등좀 쳐주라."
"에효... 등신새끼."

내가 너 이러다가 체할 줄 알았다. 그 놈의 다혈질이 사람죽이네.

"아니! 어이가 없잖아! 이 새끼 내껀데 어떤 새끼가 내껄 건ㄷ..."

야, 너 뭐라 했냐?

"뭐! 나 암말 안했거든!"

하며 이정용의 얼굴은 붉어졌다.
참내, 순간 귀를 의심했었다.
뭐? 내가 너꺼라고?

"...주하야 이거 마셔. 초코레몽인데 짱 달아."

주은서가 날 위해서 초코우유를 사다니... 새끼 이제 다 컸구나.

"...이것도 마셔."

이정용이 자기 앞에 있던 ''체리 쉐이핑 믹스 초코라떼''를 내 앞으로 밀었다.

이 음료수로 말하자면, 편의점 음료수 내 매출에서 항상 순위권에 위치한 음료수로,
내가 인생에서 맛 본 음료수 중 제일 맛있는 천상의 맛을 가진 것이다.
돈만 있으면 사먹고 싶은데...
무슨 음료수가 3,200원씩이나 하는가!!
그런 음료수를 나에게 주다니...

이건 빼박이다.

"헐, 뭐야. 쟤 이거 왜 너한테 줘?"
"시끄러. 주하야, 초코레몽 먹고 이것도 먹어야돼!"

이전에 민영이형이 내게 좋은걸 알려준 적이 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하는 반응들인데,
첫째. 어딘가를 만질 때 얼굴이 붉어진다.
둘째. 같이 있을 때 자주 웃는다. 등...

한번 실험해볼까?

"으이구, 우리 정용이. 주하 감동먹었어요~"
하고 한번 머리를 쓰다듬었더니,
이정용은 고개를 푹 숙이고만 있는다.

얼굴을 가려도 얼굴이 붉어지는건 가릴수가 없단다 친구야.

"야, 여기 너무 덥지 않냐."

너만 더운것 같아요... 지금 10월 이거든?

이정용이 고개를 들며 나를 보자, 나는 그를 응시하며 살짝 웃어보았다.

"넌 그렇게 내가 좋냐?"
"시끄러!"

좋았어! 1년동안 이거 놀러 먹어야겠다! 후후후... 기대해라.

"근데, 범인은 잡았어?내 생각에는 정민지 같은데..."
"아니... 근데 내 생각에도 정민지 같은 느낌이 들어. 근데 본 사람이 아무도 없대."

확실히 심증은 있다. 그러나 물증도, 증인도 없을 뿐더러...
내가 민준이를 좋아하는 것을 걔가 어떻게 알았을까?

"내가 정민지인지 뭔지 그새끼 잡아서 족친다."
"넌 나먼저 그만 좋아해."
"시끄럽다고!!!"

어둠이 깔려있는 밤하늘의 공원은 실로 아름다운 풍경인것 같다.
이런 날에는... 절친인 친구와 함께 수다를 떠는것이 제격이다.

"야 주은서, 너는 5반이면서 그 소식도 못들었냐?"
"낙서? 그거 못들었어."
"그렇구만."

다행이 전교에 퍼진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애들 입에 오르내리긴 할 것같다.
진짜... 어떤 녀석이 그런거야.

"야, 근데 이정용 걔 있잖아."
"응, 걔가 왜?"

"걔 너 많이 좋아한다. 나한테 말해줬었는데, 자기가 너 때문에 지금 살아가고 있는거래. 저번에 성적때문에 엄청 힘들어 한적 있잖아. 그때 너가 옆에 있어줘서 자기 버틸 수 있었던거래."
"내가 도움이 되었던건가."
"당연하지. 걔 엄청 거친애처럼 보여도 진짜 순정파야. 너 엄청 좋아하고 있어 지금."

걔가 나한테 왜 고마워해. 나같은 애랑 놀아준게 더 고마운데...

"그래, 너가 이정용한테 나도 사랑한다고 전해줘라."

"그러다 너 덥쳐버리면 어떡해."
하며 주은서는 웃는다.
"아냐. 걔는 그런 깡이 안되거든."
나도 맞받아치며 같이 웃는다.

나도 이정용이 싫지 않다. 나를 얼마나 좋아하고 있는지 은서의 말을 듣고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도, 나는 지금 민준이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정용한테는 많이 미안하다.

"나중에, 이정용한테 미안하다고 전해줘라."
"그래, 알겠ㅇ... 으악!"

'퍽'

"죄...죄송합니다. 앞을 못보고 가서 죄송합니다!"

또 우리의 주덜렁이가 사고를 냈다.

"아, 괜찮습니다. 다친데는 없나요?"
"네네, 떨어진 종이 주워드리겠습..."

주은서는 갑자기 모든 행동을 멈추고 종이를 보았다.

"야? 너 갑자기 왜그래."
"저기, 무슨 일이 있으신 건가요?"

"저... 혹시, '귀오니'님이세요?"

뭐야, 서로 아는 사람이야? 그리고 귀오니는 또 뭐야...

"아하하... 네. 제가 찬백팬픽 '빽선생'을 쓴 귀오니입니다."

팬픽작가? 팬픽작가를 눈앞에서 보다니! 좀 놀랍다.
내가 사실 BL의 세계에 바지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주은서가 보여준 찬백팬팩 '빽선생'부터였다.

"헐! 대박! 어떡해... 진짜 언니 팬이에요!! 와, 이거 어떡하지?"

주은서는 어쩔 줄 몰라한다.
참나, 그렇게 좋은가...

"싸...싸인 부탁드려요!"

진정좀해라...

"제 팬을 공원에서 보게 되다니, 저야말로 영광이네요. 맞다. 이번엔 팬픽말고 실화소설을 쓰려고 하는데, 혹시 좋은 컨텐츠 있으시면 제공 부탁드립니다."
"네네! 물론이죠!"

그녀는 주머니에서 자신의 명함을 꺼내 주은서에게 주었다.

"여기, 제 명함입니다. 좋은 소식 있으시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주은서는 너무 기쁜 듯이 명함을 받고 꺄악 소리를 질렀다.
하여간, 저 새끼는 답이없다.

"어떡하지? 나 지금 너무 행복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거냐고!"

친구야, 제발 부탁이다... 조용히 해줘. 옆 사람들이 다 우리를 쳐다보잖니...

(번외 - 김민준의 일기)

2019년 10월 4일

며칠 전부터 계속 느끼는 것이지만, 조만간에 무슨 일이 생길 것 같다.
엄청난 불안감이 스며드는 불쾌한 느낌. 매우 찝찝하다. 그리고, 오늘
은 내가 많이 아끼는 주하의 책상에 누군가가 낙서를 했다고 한다. 근
데, 문제는 내용이다. '게이새끼 전용석', '더러운 새끼', '역겹다' 등...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나쁜 말들을 적었다. 내가 알기엔 주하는 게이
가 아니다. 4학년때, 정민지에게 밟힌것도... 정민지한테 고백해서 그런
거니까.
어떻게 보면 주하가 아니라 내가 게이인 것일 수도 있다. 나는주하에
게 호감을 가진적이 있고, 사실 지금도 가지고 있다.
아버지께서 늘 나에게 하시는 말씀은, "게이는 인권이 필요없다." 이다.
내가 주하를 좋아하게 된다면, 아버지의 뜻을 저버리는 일이고, 앞으로
주하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설령 사귀게 된다 해도, 그것은 평범한 아
이를 게이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니... 나는 나를 위해서 주하를 게이로
만들고 싶지 않다. 지옥에 가게 될 사람은, 나만으로도 족하니까.
나와 친한 친구들이 같이 지옥에 가는걸 원하지 않는다. 그러니, 일시적
인 감정이라 생각해야지.

무엇보다, 주하는 아픔이 많은 아이기에 내가 옆에 있어주어야 한다. 주하
를 위해서라도 나는 좋아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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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이면, 감천이다. 2부 <낙서> fin.

3부 <상처>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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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준이...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근 몇년간 책을 피는 꼴을 본적이 없는 친구다.
그런 김민준이, 공부를 하기 시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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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이야기가 그렇게 되는건가? 그래도 꼴에 친구라고."
"너 진짜..."
"뭐, 맘대로 생각하시든지. 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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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누구 괴롭히는... 야! 갑자기 왜 울고 있어!"
"흐...흑... 그, 그냥... 너한테... 미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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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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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13 18:14 | 조회 : 326 목록
작가의 말
젠틀한꼬마씨

이렇게 2부가 끝나게 되었습니다! 2부도 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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