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1)

(이전 이야기)

"뭐야, 박주하랑 김민준... 무슨 관계인거야? 박주하 쟤 김민준 좋아해?
민준이 깜짝 놀래키려고 숨었는데, 흥미로운걸 발견했네? 그리고 박주하..."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이윽고 다시 이었다.

"넌 아직도 정신 안차렸구나? 두고봐. 어떤일이 벌어질지..."

<낙서> (1)

내가 어릴 때 우리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어머니께서 나의 아버지는 훌륭하신 사람이었다고 한다. 다행히 내가 이렇게 잘 커서, 아버지께서 좋아하실 것이라 말씀하셨다.

어머니께서 말해주신 내 아버지는 뭔가 분위기가 민준이와 닮았다고 한다. 자상하시고, 착하시고, 가끔은 차갑지만 항상 잘 챙겨주기 위해 노력하신다고 한다.
그리고,

투철한 기독교 신자라 한다.

개천절 덕분에 하루 쉬게 되어 느긋함이 몸에 밴 그 다음날에, 나는 늦게 일어나 지각할 뻔 했다.

"하아... 늦게 일어나서... 뛰기 싫은데."
''따르릉-''
"여보세요? 이현우?"

"야! 박주하! 지금 난리났어! 얼른 학교와!"
"왜... 나 지금 바빠."
"아니 어떤 미친놈인지 년인지가 네 책상에 너 게이라고 적어놨다고!"

뭐야, 이건 또 뭔일이야. 책상에 괘 그런 낙서가 있어.

"내 책상이 맞긴 해? 그냥 애들이 장난으로 적어놓은거 아냐?"
"너 자리 맞거든! 일단 자세한건 너가 학교와서 한번 확인해봐."

하, 씨발... 이게 뭔일이야 대체...
대체 누가, 이런짓을...

학교에 도착하여 반 앞에 와보니 몇몇 처음보는 학생들이 내 책상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떠들고 있었다.

"어? 주하 왔구나!"

이현우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학생들의 시선은 전부 나에게로 향했다.
4학년때 느꼈던 그 두려움이 다시 느껴졌다.

"야, 이게 대체 뭔일이야?"
"나도 좀 전에 학교 와서 보고 알게 된거야. 누가 이런짓을..."

"어이구야, 우리 화제인물이 드디어 오셨네요? 박주하씨."

저 높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정민지 이다.

"야 정민지, 이거 너가 했냐?"

몇주전에 정민지가 김민준을 좋아한다고 소문이 퍼진적이 있다. 혹시 내가 김민준 좋아한다는거 알고 이 짓거리를 한건가?

"왜? 내가 한것 같아?"

4학년 때의 말투나, 지금의 말투나... 싸가지가 없는건 참 변함없구나.

"주하야, 이게 뭔일이야."

민준이다. 내 옆반인 민준이가 알게 되었다는건...
이미 다 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어머! 민준아! 그니까 이게 뭔일이냐면! 박주하가.."
"넌 닥치고 있어. 너한테 물은게 아니니까. 주하야, 이게 무슨 소리야?"

민준이가 정민지의 말을 가로채고 나에게 말을 하라고 시켰다.
나는, 민준이를 계속 보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

"내가.. 무슨 게이야. 오해하지마."
"어머나, 거짓말도 정말 잘한다! 역겨운새끼..."

역겨운새끼. 4학년때만 듣고 더 이상 듣지 않을 줄 알았는데. 오늘 다시 들었구나.

"야 정민지. 너 박주하 그딴식으로 부르지 마라. 그리고 주하가 자기 게이 아니래잖아."
"넌 하나는 보이고 둘은 안보이는 구나."

''띵동땡동-''

"주하야. 나 이제 가볼테니까 혹시 누가 너 괴롭히면 나한테 말해!"

내가 ''그래''라는 대답을 하기 전에, 민준이는 8반 뒷문으로 사라졌다.
나는 반에 들어가 내 자리에 써 있는 낙서들을 지우개로 하나하나 지웠다. 다 지워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국마저 남은것이 보기 싫었다.
아무도 못 봤을 것이다.
내가 낙서를 지우는 내내 울고있던것을.

(현우의 이야기)

중1때, 처음 만났던 박주하라는 아이는, 어둡고 자존감이 매우 낮은 아이였다. 조금만 실수해도, 고개를 숙이며 엄청 미안하다고 사과하곤 했었다. 그러다가도 내가 김민준이라는 아이에 대해서 말을 꺼내면 이내 살며시 웃는 얼굴이 되곤 했다.
사실, 난 그때부터 박주하라는 아이와 김민준이라는 아이가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을 짐작했고, 실제로도 그랬다.

중2때, 셋이서 같은 반이 되었을때는 주하가 하교폭력 피해자였고, 그것을 민준이가 도와주어 일이 잘 해결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난 이렇게 활기찬 모습으로 주하가 변한것이 민준이 때문이라 생각한다.

민준이와 주하가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주하가 민준이를 많이 챙긴다고 느낀다. 역시 감정은 속일 수가 없는 것인가 보다.

사람들의 시각에 게이라는 시선은 별로 좋지않다. 사실 나도 게이에 대해서 썩 좋은 태도를 갖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박주하가 게이라고 해서, 나는 박주하를 싫어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주하는, 게이이기 전에 내 친구니까.
그래서, 내 친구 박주하를 울린 정민지를 가만 안둘꺼다.

내가 안되면 민준이라도. 그렇게 가만 안두도록 할 것이다.
.
.
.
(현우의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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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2-13 00:42 | 조회 : 271 목록
작가의 말
젠틀한꼬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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