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래가 잡으러 온다 해서, 잡히는 건 아니지.


"어이, 어디까지 갈꺼지? 행색을 보아하니 고귀한 귀족 나리는 아닌 것 같고...돈은 충분한거지?"

"...네. ''평민''이라 죄송하지만, 아드론까지 갈 돈은 충분합니다. 원하시면 선불해도..."

옷 하나, 머리색 하나 바꿨다고 이런 태도라니, 눈썰미가 없다...기엔 이 세계가 계급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오랜만에 체감했다.

...그래도 나 집사 일 한다고만 안했다면, 이런 사람에게 고개를 조아리거나 굽신거릴 필요는 없었을텐데. 힘이 없는 귀족이니...서러움? 아니, 이런 일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거 보기엔 곱상한게...어디서 귀하게 자란 도련님 같은데, 평민이라니 안타깝구만~사기 치는 놈들이 많아서 한 번 떠본거여.

기분 상한건 아니지? 저기 빈 자리 앉으면 되네, 아드론이면...이런 마차로 가기엔 힘들텐데, 괜찮겠소? 나야 돈만 제대로 준다면 상관없지만..."

"괜찮습니다. 바깥 구경 못한지가 2년이라 이렇게 마차타고 가면서 주변 구경도 하고, 오랜만의 자유를 만끽하고 싶거든요"

"뭔 2년씩이나 집도 못갔어. 에고...집에 빚이 많은가봐? 어려보이는데 젊은 청년이 고생이 많았겠네. 그럼 아드론까지 잘 부탁하네. 난 리한델이네, 자네 이름은 뭐지?"

"전 레...아니 우현입니다. 편하게 현이라고 불러주세요"

습관적으로 레인이라 말할 뻔한 입을 가까스로 틀어막고, 내 본래의 이름을 밝혔다. 어자피 이름 없는 귀족의 이름을 들어도...알아 볼 사람은 없을테니까.

"그럼 현이?라고 부르겠네. 내 딸같이 예쁜 이름이구만. 아드론까지 잘 부탁하네 현"

"네 저도 잘 부탁 드릴께요. 숙식은 형편껏 상황에 따라 하는걸로 해도 될까요? 2주 안에 다녀와야 되서...최대한 빨리 가야 합..."
"딱"
"아얏, 뭐하시는...겁니까 아프잖아요!"

갑자기 자신의 이마에 두터운 손가락이 탁 튕기자, 이마 부근에 따가움이 느껴졌다. 뭐야, 나 이마 맞은거야?

"쉬고 싶다면서 그렇게 서두를 필요 있나. 평소에 쫓기는 삶이였다면, 잠깐 동안은 표정도 풀고 사람 답게 웃어봐. 여긴 일터가 아니잖아 잠시 동안은 다 잊고 쉬어봐"

".....다음부터는 말로 부탁드릴께요. 손이 꽤 매우시네요...조언은 감사드려요"

"...그 딱딱한 말투부터 어떻게 해주고 싶지만, 오늘 처음 만난 사이에 그래, 일단은 출발부터 하자...내 옆자리 앉을래? 많이 덜컹거리지만 주변 둘러보기엔 여기가 최고거든"

"...네 감사합니다"

쓸데없는 오지랖에 감성적인(?)아저씨를 만난 것 같지만, 이젠 기억도 나지 않는 아버지가 떠올라서 잠깐 미소 짓다 평소의 무표정한 얼굴로 덜컹거리는 마차에 몸을 맡겼다.

...오랜만에 좋은 여행이 될 예감이다...그랬으면 좋겠네.
-----------------------------------------------------------------------------------------"하늘 도련님 아드론으로 떠날 준비가 끝났습니다."
"좋아, 아버님께는 친구를 만나러 가겠다 확실히 전한거지?"

"네. 친구라면 편히 만나고 오시라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당장 출발한다. 아드론까지 가는 가장 빠른 길은 찾았겠지?"

"물론이죠, 솜씨 좋은 길잡이를 물색해놨습니다"

"...아버지껜 친구를 만나러 간다 했지만, 친구 따위가 아닌 ''소중한 사람''을 되찾으러 가는거니, 만약 비슷한 인물을 목격하면 바로 보고하도록"
"넵!!"

...남우현, 다시 만나면 하고 싶은 얘기가 많다. 이번엔, 꼭 내 손에 잡히길 기대해도 될까...?

씁쓸한 표정의 김하늘은 주먹을 꽉 쥐었다 표정을 갈무리했다. 이번엔 꼭 반드시...너와 함께, 다시 이 곳으로 돌아오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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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노숙을 해야 겠네요. 리한델씨는 노숙 해보신 적 있으시죠...?"

하루종일 달려서 도착한 마을에는 제대로 된 여관이 많지 않아서, 도저히...돈을 내고 자고 싶은 생각이 들 지 않았다.

한성 도련님 저택이 워낙에 좋은 탓일꺼다. 절대로, 내가 귀족이여서 잠자리에 민감한 건...아니다.

"이 정도면 자라고 하고 싶지만, 돈은 현이가 내는거니. 난 상관없네. 근데 어디서 할려고...? 허허벌판에 여관은 두 개뿐인 이런 촌구석(?)에서"

"저기 뒷산에 가서 대충 깔고 누워 자면 되죠. 말 그대로 노숙이니까...잠깐 눈만 붙이면 됩니다"

"...다음 마을엔 제대로 된 여관이 있길 바래야겠군...좋아, 내가 덮을 만한걸 찾을테니, 먼저 가서 자리 좀 잡아둬"

"네 불편하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래, 하루 정도 안 씻는다고 죽는건 아니니까. 아 냇가 있으면 거기서 씼으면 되겠...찾으라는 소리는 아니네"

"...있는 곳으로 찾아볼께요...그러면 되죠?"

"하하 이것 참 미안하네. 내가 자는건 그렇다쳐도 안 씼는건 영 찜찜해서...아무튼 잘 부탁하네"

"...네 찾으면 리한델씨...께 다시 오겠습니다"

뒤돌아서 터벅 터벅 걸으면서 레인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나도 씼어야 되는 사람인데...숙소가 마음에 안든다는 이유로 중요한 것을 놓친 것에 뒤늦은 후회를 했다.

...이런 작은 마을에 냇가야...어딘가에 있겠지만, 어떻게 찾지.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한 레인은 혼자 중얼거리면서, 어둑한 숲속을 향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후기: 아직 방향성을 확실히 못 잡았지만, 웬만하면 행복하게 만들어주자!는 생각은 있습니다ㅎㅎ: 재밌게 봐주셨다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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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9-15 03:09 | 조회 : 929 목록
작가의 말
키스키

이제와서 생각한건데, 동명이인...이란 설정은 재밌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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