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래잡기→시작.

"...갑자기 휴가...라니, 어디 아프신가요?"
"...레인, 요즘 버릇 없어진 것 같다...? 월급 삭감..."
"...한성 도련님, 부디 용서를...월급말고 다른걸로 해주시죠"

내가 아는 도련님이면, 나한테 휴가를 줄리가 없는데...? 무슨 바람이 분건지, 휴가를 2주나 주겠다고 한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해야 하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온건 내 실수지만...

"그냥 너 여기와서 2년 동안 아무데도 못갔잖아? 문득 불쌍하단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쉬라고 할 까? 한건데 싫음 말고~ 내 옆에 있는게 좋다면..."

"...도련님께서 저를 생각해 주셨다니,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감사히 다녀오겠습니다. 언제부터 가면 되죠?"

말투는 평온하지만,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그래 양심적으로 나 편하자고 못가게 잡아둔...2년 동안 열심히 일해줬으니 휴가 2주는...적절한 보상이라 생각했다.

2주 이상은...내가 불편할 것 같으니까, 그 이상은 만약에 요구한다 해도 거절 할 생각인데...흠...미리 못박아둘까.

"내일부터 정확히 2주간이다 그 이상은 안돼"
"...부모님께 연락도 없이 가야 겠군요. 고향까지 가는데 최소 일주일 걸리니...오늘 준비해서 내일 출발해야겠네요"

"마음대로. 근데 일주일 걸리면 오는데도 일주일 아니냐?"
"올 때는...4일 정도 걸릴겁니다. 제 고향엔 이 곳으로 가장 빠르게 올 수 있는 교통수단이 있거든요"

"아 그 꽤 비싼? 그거라면...레인 너 돈 많구나? 하긴 내가 준 돈이 얼만데...가는데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도와줄테니까"

"말씀은 감사하지만...눈에 띄는건 사양이라...알아서 하겠습니다. 도련님 선물은 어떤걸로 준비할까요?"

"흠...알아서? 너 내가 필요한 게 뭔지, 굳이 말해야 아는건 아니지?"

"...물론이죠. 그럼 알아서 준비하겠습니다. 가기 전에 제가 하던 일을 대신할 시종을 물색하겠습니다"

"그래. 허접한거면 바로 치워버릴테니, 제대로 된걸로 해야 하는거 잘 알지? 그럼 나가봐~2주 뒤에 보자고"

"알겠습니다. 2주 후에 뵙죠. 그 때까지 평안하시길"

한성 도련님의 변덕...덕분에 갑자기 휴가가 생겼지만, 진짜로 고향에 갈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이 곳을 벗어나서 푹 쉰다면 그게 휴가니까...아 너무 찌들었나...귀찮네.

도련님에게 고향에 간다 했으니, 이번엔 귀찮아도...먼 고향에 가야 될 것 같다. 부모님이 날 보면...좋아하실지는 모르겠지만.

레인은 복잡한 마음으로 한성 도련님과 함께 있던 집무실을 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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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평범해 보이겠지? 눈에 띄어봤자 좋을건 없으니까, 이건...여기에 넣고, 좋아 완벽한데?"

전신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이리 저리 살펴본다. 귀티나는 옷이 아닌, 평범한 흰색 셔츠 위에 검정색 바지만 입었을 뿐인데...평소의 격식 있는 옷이 아니여서 그런가, 길거리에 흔히 있는 청년1로 보였다.

여기에 도수 없는 안경 끼고, 낡은 갈색 코트를 걸치면 평민 완성이다. 머리색은 아주 보편적인 노란색...으로 염색 했지만, 내 눈엔 어색해서 괜히 했나...란 생각이 들었다.

...아니 혹시 모른다. 아직까진 찾아오지 않은 그 도련님이 자신을 찾고 있다면...분명 원래의 모습을 찾을테니까...이렇게 외출할 때는 외형을 바꿔야 안심이 된다.

"...사실 가장 안전한건 여기 있는거겠지만...그렇다고 휴가를 포기 할 수는 없으니까. 하...재수 없게 마주치면? 반응하지 않고, 말하지 않고, 들키지 않으면 되겠지"

...머릿속으론 수백번 정도 만난 그 도련님을...실제로 만날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아니 반드시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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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도련님, 한성 도련님이 보내신 편지입니다"
"...응? 웬일로...가져와봐. 김하늘 저번에 빌려준 책값이다...?뭐라는...어...!?"

편지를 소리내읽던 김하늘이 편지를 든 상태에서 표정을 굳혔다. 지금 이거...장난 하는건 아니겠지...?

"...지금 당장, 아니 내일 당장 떠날 채비를 하도록. 최소 인원으로 꾸려. 내일 새벽에 출발한다. 목적지는 아드론...이다. 드디어...만날 수 있는건가...남우현"

자신의 말에 옆에 있던 시종이 네 라고 대답하고 급하게 뛰어나갔다. 좋아 레인, 이번엔 반드시 잡아주겠어...유한성...도와줘서 고맙다.

김하늘이 들고 있던 편지에는 간결한 문장이 적혀있다.
"레인한테 2주 휴가 줄껀데, 아마도 고향에 갈꺼야. 김하늘 저번에 빌려준 책값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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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해피엔드로 끝내주고 싶지만, 베드엔드로 가도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글을 재밌게 봐주신 분이 계시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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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9-09 01:36 | 조회 : 971 목록
작가의 말
키스키

미뤄뒀던 집사 세계관 우현이와 하늘이 이야기를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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