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너를 볼 수만 있다면.

너를 볼 수만 있다면, 몇 번이고 이것이 반복된다 해도...난 견딜 수 있어. 이뤄지지 못한다해도, 날 알지 못해도 견딜 수 있어. 왜냐면, 이건 내가 선택한 거니까.

...그러니까, 너를 볼 수만 있다면, 난 너와 평생 이뤄지지 못해도 괜찮아.
-------------------------------------------------------------------------------------------
오늘도 변함없는 지루한 하루가 시작된다. 누군가에겐 정말 기다리던 하루일 수도 있고, 직장인이나 학생에겐 가기 싫은 무언가에 가기 위해서 억지로 시작되는 하루 일테지만...나한테는 지루한 하루다.

지루한 이유...? 음, 여러가지가 있지만 일단 가장 큰 건...내가 변하지 않으니까...? 아니, 정확히는 주변이 변하지 않으니, 내가 변해도 소용없어서 일테지만.

뭔소린가 싶을수도 있는데...말 그대로야 난 변하지 않는 시간축에서 살고 있어. 주변은...변하고 있는데, 나는 변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걸 수도 있고.

...그래도, 내가 이 지루한 하루를 견디는 이유는, 너를 만날 수 있으니까, 그것 하나 때문에 이 시간에서 벗어나지 않는...거겠지.
-------------------------------------------------------------------------------------------
"안녕~"
"어 안녕~뭐냐 니가 인사를 다하고"

"뭐래 누가 보면 내가 인사 안하는 줄 알겠다"
"맞는데? 뭐래. 야 매점 콜?"

몇년째, 정확히는 7년째 너를 보기 위해서 시간을 계속 되돌리고 있다. 네가 존재하는 시간 속에서 너를 보기 위해서...거기에 내가 포함되지 않는다해도...난 너만 볼 수 있으면...

"야 채진하 너도 왔으면 인사 좀 해라"
"어...? 안녕? 미안"

지금까지 쭉 7년 동안은 자신에게 눈길조차, 아니 관심조차 없었던 너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이거...꿈인가?

"맨날 쳐다보기만 하고, 와서 말 좀 걸고 같이 좀 놀자고"
"...? 그걸 어떻게...어...그래"

...자신이 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모른척 넘어가는거라 생각했는데, 이제는...넘어가지 않을건가...? 아니...사실 나야 말 걸어주면 정말 기쁘지만.

"너 눈 안좋아서 나 그렇게 빤히 쳐다보는거잖아, 놀고 싶은거면 그렇다고 말을 해라"
"...미안...근데 내 눈이 안좋은건 어떻게..."

"너 부르면 움직이지 않고 한 곳만 쳐다보잖아. 사고...때문에 실명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눈이 많이 약해져서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잘 안보인다고...친구가 말하는거 들었어"
"...그래...그래도 너한테 피해주고 싶진..."

"쾅"
"...누가 피해를 준다고 그래, 설마 그런것 때문에 지금까지 말없이 쳐다보기만 한건 아니지...? 그런거면 화낸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거지...? 지금까지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드디어 지루한 하루가 끝날 때가 온걸까.

"...그런건 아니야...그냥, 난 이렇게 너를 볼 수만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니까"
".....난 아닌데, 난 네가 계속 먼저 말을 걸어주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럼 계속 거기서 쳐다만 보고 있을거야?"

...의도치 않게 화나게 만든것 같은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7년 동안 전혀 일어나지 않았던 갑작스런 상황이라 당황스럽다.

"...네가 알고 있는대로 난 눈이 안좋아서 널 빤히 쳐다볼텐데...그래도 괜찮아?"

사실 시력이 안좋은데 자꾸 보려고 하면, 눈이 나빠지는건 모르는 것 같아서...다행이다. 안 그러면, 지금 분명...억지로 쳐다보지 말라고 화냈을 수도 있으니까.

"...날 열심히 봐주는데 그걸 뭐라고 할 사람이 어딨어? 너 진짜 바보냐?"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질러서, 어깨가 튀었지만...내가 움찔거린 모습을 보고 진하윤...이 몸을 딱 굳히는게...느껴졌다.

"아무튼, 너 아니 채진하, 앞으로 나보면 인사하고, 잘 안보여서 빤히 쳐다봐야 하는건 전혀 신경 안쓰니까 그냥 옆으로 와서 실컷 봐! 아 나 뭐래냐...알겠냐?"

"...노력해볼께,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서 정리가 안..."
사실 정리가 안되는건 떨리는 심장 쪽이지만, 내 말에 진하윤...이 피식 웃는듯한 표정이...흐릿하게 보였다.

"그래, 기왕이면 노력하는김에 용기도 좀 내고, 너 나 좋아하잖아?"
"...!? 아...아닌데? 착각아냐?"

진하윤이...남시선 의식 안하는 그런 사람이였었나...?아닌데, 분명 내가 아는 진하윤은 이렇게 대놓고...

"딱"
"아...어...? 언제 여기로 온..."

"콱"
"너 누굴 바보로 아냐, 매일같이 무려 7년동안 나를 쭉 쳐다만 보고 있었잖아. 내가 정말로 모를거라고 생각했어? 진짜로?"

"!? 그걸 어떻게...아니, 넌 분명 멈춰있을텐데!?"
"원래는 그랬어야 했는데, 나도 너처럼 거래를 했거든"

"...거래라니, 설마 진하윤 너도...그걸 한거구나"
"어 각자의 이유는 다르겠지만, 난 너랑 이렇게 친해지고 싶었거든, 원래의 나라면 너와 접점이 없는채로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테니까"

"...난 너만 볼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해서, 이걸 소원으로 빌었어"
"흠...너 생각보다 패기가 없구나? 나라면, 진하윤이랑 행복하게 살게 해주세요 정도로 빌텐데?"

"...그건, 내가 네 옆에 설 정도로 잘난 인간도 아니고...내가 널 좋아하는것 자체를 기분 나빠 할 수도 있잖아"
".....뭐, 니가 조심성 많은 성격이라, 충.분.히. 그렇게 생각 했겠다만...넌 귀중한 소원을 그렇게 소심한걸로 만족하냐 정말...아무튼"

"...둘다 거래를 한거지만, 이렇게 이뤄졌으니까 새로운 미래가 열린거네?"
".....그러게...난 영원히 이 시간 속에 갇혀 있을거라 생각했는데...다행이네"

"와락"
"...정말로 다행인거지...? 네 눈이 흐릿하게 보이는건 내가 너의 눈이 되어주면 되니까, 전혀 문제되지 않는걸 니가 기억했으면 좋겠다"

"...날 알아봐줘서, 고마워. 난 진짜로 그냥 널 볼 수만 있어도 정말로 그걸로도 괜찮았는데...날 잡아줘서 고마워"

진하윤...과 나 채진하가 한 거래는 자신의 생명을 대가로, 원하는 미래를 바꾸는 위험한 거래를 했다. 그리고 7년이란 시간은 되돌릴 수 없어도, 원하는 미래를 바꿀 기회를 얻었다 바로 지금.

"...그럼 내가 원하는 미래로 같이 가줄래? 네가 원하는게 있다면 바꿔도..."
"아니, 하윤이 네가 원하는 미래로 가보자. 분명 내가 생각한 것보단 좋을테니까"

서로의 손을 맞잡고, 진하윤이 원하는 새로운 미래로 발을 내딛어본다. 그 앞에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르지만...둘이 함께라면 분명...행복하겠지.
-------------------------------------------------------------------------------------------
음ㅋㅋ뭘 쓴건진 모르겠지만, 간만에 올린 글을 재밌게 봐주신 분이 계시면 감사합니다. 주인공 이름은 급조해서...이상할 수도 있지만 좋게 봐주세요^^:

0
이번 화 신고 2019-07-07 00:56 | 조회 : 1,109 목록
작가의 말
키스키

본편 연재(?)는 실습이 끝난 후에 심적 여유가 생기면, 생각을 정리해서 본격적으로 해보겠습니다.(본편쪽을 기다리시는 분이 계시면 죄송합니다)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