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순조로운 토벌준비와 함께 어느새 2차 대토벌의 날이 밝았다.
북쪽 성문 앞, 각을 맞춰 서있는 기사들과 그런 기사들의 뒤를 지키고있는 드래곤들을 훑어본 시아는 단상 위로 올라갔다.
원래 총사령관인 루엘디움이 올라가야하는 자리이지만, 그는 진작에 시아에게 총사령관의 자리를 넘기고 대열의 맨앞에 섰다.
이 날만을 위해 훈련해온 기사들의 눈에는 결의가 가득 차있었지만 동시에 두려움이 짙게 깔려있었다.

“오늘은 2차 대토벌의 날이다. 제군들도 모두 들어서 알고있겠지만 지금 우리가 행하는곳은 최소 상급에서 최상급 마물들이 우글거리는곳이다.”

시아의 맑은 목소리가 고요한 좌중에 울려퍼졌다.
몇몇 기사들은 최상급 마물이란 말에 두려운 기색을 내비치기도했다.

“마물들의 끝에는 드래곤왕인 엘의 통제가 전혀 들지않는 드래곤이 있다. 우리는 이번 대토벌로 마물들을 조종한 그 드래곤을 몰아내고 국경지대의 평화를 되찾을것이다.”

담담하게 말하는 시아의 시선이 맨앞줄의 루엘디움에게 닿았다. 루엘디움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누구냐.”

“우리의 단장!”

“최강의 용기사!!”

“황제의 개!”

“드래곤 마스터중의 마스터!”

고요한 와중 던져진 시아의 물음에 특무단 단원들이 앞다투에 외쳤다. 단원들의 외침을 듣던 시아가 조용히 한마디했다.

“황제의 개라 한 놈 나와.”

“아, 실수.”

그렇게 녹센경이 끌려갔다.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은 시아가 말을 이어갔다.

“그래. 나는 단장이다. 다크페어리의 마스터다. 그대들이 말했듯 감히 나에게 대적할 용기사는 없다.”

숨을 크게 들이쉰 시아가 큰소리로 외쳤다.

“내가 그대들과 함께한다! 나의 검은 그대들을 지키고 마물들을 척살하기 위한 검이다! 내가 함께하는 이상 그 누구도! 전우를 잃지않을 것이다!”

대단한 자신감이었다. 아직 어린 소년의 목소리지만 충분히 그럴만한 실력이 뒷바침해주는 외침이 기사들의 가슴을 울렸다.
순식간에 뒤바뀐 분위기에 루엘디움의 뒷목에 소름이 돋았다. 타고난 왕이 저곳에 있는 듯 했다.
북부에 온뒤로 줄곧 봐온 시아지만 이 순간만은 낯설게 느껴질 정도의 위압감이었다.

“전군! 지금부터 대토벌을 시작한다!”

“와아아아아아!!”

우렁찬 함성이 성문밖까지 울려퍼졌다.

“엘 부탁해.”

[크와아아앙-!!]

시아의 부탁에 성문 위로 날아오른 엘이 길게 포효했다.
엘의 포효에 화답하듯 드래곤들도 목을 길게 빼고 포효했다.

“동화.”

동시에 시아의 눈이 시린 바다의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대토벌의 시작을 알리는 나팔 소리가 길게 울렸다.
토벌단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헤일론 영지민들의 거대한 환호 속에서 토벌단은 성문을 나섰다.

“시아. 제가 후위로 가도 정말 괜찮겠습니까? ”

어느새 시아의 곁으로 다가온 루엘디움이 작게 속삭였다.
저번주에 이런 토벌은 처음이란 루엘디움의 말을 들은 시아는 몰래 루엘디움을 토벌단의 후위로 빼는 것도 모자라 의무단으로 소속을 돌려버렸다.
아무것도 몰랐던 루엘디움이 제 소속을 보고 시아를 찾아오자 시아는 최대한 불쌍한 눈빛으로 루엘의 실력을 못믿는게 아니라 의료반이 매우 부족해서 위험하다는 거짓말을 술술 뱉어내었고 시아의 얼굴과 언변에 홀린 루엘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루엘디움은 자연스럽게 전투에서 빠지게되었다.
마스터하나가 아쉬운 지금, 전력의 손실을 우려한 루엘디움이 재차 물어왔다.

“괜찮습니다 루엘. 의료반에 나디엘의 치유는 꼭 필요하니까요. 오히려 루엘이 있어 전력이 증진했습니다.”

“그..렇군요..”

루엘디움이 시아의 침도 안바른 거짓말을 반신반의 하고있는데 정찰을 보냈던 용기사들이 날아왔다.

“단장! 전방 6셀론앞 상급 마물을 필두로 포진해 있습니다.”

“모두 대열을 갖추라 일러라. 이제 쉴 시간따윈 없으니 각오하라고도 전해.”

엘과 동화한 시아의 눈에 잔뜩 흥분한채 적을 찾고있는 상급 마물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루엘, 최대한 빠르게 끝낼겁니다. 저는 이제 전열을 가다듬으러 가야하니 빨리 안다치겠다고 약속해주세요.”

“안다치겠습니다 시아. 시아도 제게 무사히 돌아오겠다고 약속해주세요.”

“약속하겠습니다 루엘. 다녀올게요.”

둘은 누가보면 어이없어 헛웃음을 지을 만한 인사를 나눴다.
후방지원인 루엘디움이 다칠일은 거의 없거니와 최상급 마물 수십마리가 죽기살기로 달려들어도 생채기 하나 입히기 힘든 시아에게 무사히돌아오라는 인사는 들어본적도 없는 인사일 것이다.
주위의 이상한 시선을 뒤로한 시아는 전열의 맨앞으로 갔다. 순식간에 싸늘하게 바뀐 시아의 분위기에 기사들이 침을삼켰다.

“작전은 미리 들었겠지. 특무단과 황실기사단이 전방에서 마물을 최대한 제거하고 나머지는 병사들에게 맡긴다.”

“예!”

“디엔.”

시아의 부름에 갑주를 입은 디엔이 앞으로 나섰다.

“그대에게 군의 지휘권을 위임한다. 작전대로 군을 이끌도록.”

“예. 마음껏 날뛰고 오십시오 단장.”

어느새 마물들은 울부짖음이 들릴만큼 가까이 와있었다.
거리를 가늠하던 시아가 몸을 돌렸다.

“잠시 여기서 대기. 길을 열어주마.”

길을 연다는 말에 디엔과 특무단이 희게 질리며 어리둥절해하는 황실기사들을 끌고 서둘러 뒤로 빠졌다.

[개방. 최대출력.]

시아의 명령에 공중에 얼음결정을 닮은 마력덩어리가 생기더니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공중에 불어닥치는 폭풍같은 시아의 마력에 공중에서 그 드래곤을 찾던 엘이 시아의 뒤로 내려앉았다.
마력덩어리는 점점 커지고 커져 이젠 집채만해졌다.
머리위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위를 쳐다봤던 황실기사들이나 병사들이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한계지점까지 압축.]

끼기기긱
마력덩어리가 꾸득거리며 압축되기 시작했다. 어느새 창의 모습으로 압축된 마력덩어리가 공중에서 서서히 내려왔다.
시아가 창을 쥐자, 창의 무게를 못이긴 땅이 쿵하고 한차례 내려앉았다.

“엘 보조해줘.”

[큥]

시아가 창을 한차례 휘릭 돌리고는 던질 자세를 취했다. 동시에 엘의 입가에 검보라빛 불꽃이 맺혔다.

“흡!”

쿠구구구구-
짧은 기합과 함께 마력으로 된 창이 굉음을 내며 날아갔다. 뒤이어 쏟아낸 엘의 브레스가 창의 위치를 조정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날아간 창이 거대한 ‘길’을 만들며 마물들 한가운데 박혔다.
눈에 보이던 마물 절반이 날아가버린 상황에 특무단을 제외한 이들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길을 연다는게...”

“예. 아주 예쁜길이지요?”

황실 기사들이 당황해 굳어있자 특무단이 그들을 추슬러서 전투 준비를 했다.

“전군!! 전투개시!”

디엔의 외침에 정신을 차린 기사들이 각자 무기를 들었다. 이미 시아는 엘을 타고 마물들을 향해 날아가고있었다.

“절대로 단장에게 가까이 가지 말것! 목숨 보장못한다!”

“예!”

전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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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5-19 23:36 | 조회 : 1,044 목록
작가의 말
킴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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