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시아는 그렇게 루엘디움의 손을 잡고 한참동안 말없이 그를 어디론가 이끌었다.

“시아, 어디가는 건가요? 여긴 성문쪽 방향인데요?”

시아는 루엘디움의 물음에 뒤를 돌아 그를 보고는 그만 뿜을 뻔 했다.
‘크흡...곰인형이 이리도 잘 어울릴 줄이야... 심장에 해롭군.’

“흠흠, 맞습니다. 저희는 남문 성벽으로 갈겁니다. 루엘도 가보신적 있을텐데요, 저번에 제 허벅지를 베고...”

“우와아악! 시아! 그만!”

“하하, 괜찮습니다 루엔. 사람이 그럴 수도 있죠”

“아, 아무튼 그...곳은 왜가나요 축제보러나온거 아닌가요?”

목덜미가 벌게져서 곰인형을 끌어안는 루엘디움을 사랑스럽다는 눈으로 바라본 시아는 루엘디움의 물음에 답했다.

“밤이 깊었잖습니까. 곧 불꽃놀이가 시작하는데 그곳만큼 구경하기 좋은 곳이 없습니다. 원래 아무도 모르는 비밀장소인데 루엘만 특별히 같이가는겁니다.”

“특별히...”

계속 손을 잡은채로 열심히 걷던 둘은 남쪽 성벽에 다달았다.

“한번만 더 실례하겠습니다.”

“??...!!!”

시아가 다시 한번 루엘디움을 안고 높이 도약했다.
탓탓탓
가볍게 성벽을 박차며 순식간에 꼭대기까지 오른 시아는 성벽 위에 루엘디움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시아..! 놀랐잖아요!”

“죄송합니다. 이게 가장 편해서요”

몇차례 즐겁게 투닥거린 루엘디움과 시아는 성벽에 걸터 앉았다. 곰돌이 인형을 무릎에 올린 루엘은 행여 곰인형이 떨어질까 꼬옥 끌어안았다.
시아가 손을 휘젓자, 성벽위의 찬 밤바람이 막아지며 주위가 따뜻해졌다.

“오늘...어울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여기 온지 4년째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느긋하게 축제를 즐긴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루엘 덕분입니다.”

“...저도 이렇게 놀아본건 어렸을때 이후로 처음입니다. 저야말로 데려와주셔서 감사해요. ”

펑퍼벙!
루엘디움과 시아가 서로에게 고마움을 이야기하고 있을때,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색색깔의 불꽃이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이제 곧 2차 대토벌이 시작됩니다 루엘. 저는 그 누구도 다치게 하고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 현실적으로 힘든 일인거 압니다. 그래도 그 바램을 이루기 위해 전 지금까지 싸워왔습니다. 약속합니다 루엘. 전 이번 토벌때 그 누구도 죽게하지 않을겁니다.”

밤하늘을 환하게 수놓던 불꽃이 잦아들며 성벽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한참을 조용히 듣기만하던 루엘디움이 작게 미소지었다.

“저는 시아를 믿습니다. 제가 믿는 만큼 특무단원들도 시아를 믿고있을겁니다. 하지만, 저희는 그리 약하지 않아요. 시아도 저희를 믿고 불안을 거둬주세요. 손, 떨리고 있잖아요.”

시아는 제 손을 내려다봤다.
저도 모르게 덜덜 떨리고있던 손을 루엘디움이 감싸쥐었다.

“..!!”

“믿어요 시아. 우리 같이 싸워요.”

“...예 루엘 저도 믿겠습니다.”

대 마물 훈련에 들어간 황실의 기사들은 놀랍도록 훈련에 잘 따라오고 있었고 물자보급도 순조로웠다.
‘그래..불안해할 이유가 전혀 없었어.’
시아는 어느새 떨림이 멈춘 손에서 시선을 떼어 성벽 넘어를 바라보았다.
저 너머에 시아의 힘이 먹히지않던 드래곤과 최상급 마물들이 잔뜩 기다리고있을것이다.
정체불명의 그 드래곤을 쓰러뜨리는 순간 국경지대의 평화가 돌아올거라는 알 수 없는 예감이 들었다.
시아는 아직도 맞물려 있는 루엘디움의 손을 붙잡았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모두를 위해.”

‘그리고 당신을 위해.’
마지막 말을 삼킨 시아는 루엘디움의 손을 잡고 어둠뿐인 성벽너머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축제의 밤이 깊어만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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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5-13 11:56 | 조회 : 1,049 목록
작가의 말
킴샤키

요번화는 짧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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