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루엘디움의 걱정은 하등 쓸모없는 걱정이었다. 시아는 본인이 가지고있는 힘으로 할 수 있는걸 하는것 일뿐 루엘디움의 걱정처럼 혼자 모든걸 떠안으려하진 않았다.
그저 가지고있는 힘이 너무 강할뿐이었다.

“루엘, 지금부터 토벌단을 구성한다면 언제쯤 준비가 될까요?”

“음...적어도 3주 정도는 기다려 주세요. 혹시 상황이 많이 안좋은가요?”

루엘디움의 물음에 시아가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아뇨. 주기적으로 확인은 해보겠으나 아직까지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대마물전투 훈련2주, 물자보급 및 최종훈련1주 이렇게 3주로 잡고 토벌 준비시켜주세요.”

“명 받듭니다.”

“그럼 이만 해산하겠습니다. 시아, 업무보고할것이 있다면 집무실로 찾아와주세요.”

“예.”

회의가 파하고 대회의실에는 어느덧 디엔과 시아만 남아있었다.

“단장...괜찮으십니까?”

“괜...찮아.”

회의가 진행되는 내내 디엔만 알아차린 시아의 이변. 시아는 손을 덜덜 떨고있었다. 시아의 떨리는 손을 본 디엔은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쇼. 이번에는 대토벌때와 다릅니다. 단장은 그때와는 차원이 다르게 강해지셨고 그건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에는 그 누구도 단장의 앞을 가로막지 않을겁니다.”

“....응.”

시아는 우두커니 앉아서 멀다면 먼, 그녀의 소중한 동료를 잃은 3년전의 대토벌을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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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 피하십쇼! 커흑!’

‘!!!!’

‘....쿨럭! 커흐윽..!!’

‘안돼...안된다 미카엘! 정신 차려 눈을 떠 제발..!’

‘단...장. 꼭..살아서...쿨럭!’

‘이 멍청아! 구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잖아!! 제일 약한 주제에...!!’

‘이게...쿨럭.. 제가 보좌관이된...이유...입니다... ’

‘...!! 제발!!!눈 떠! 명령이니까 눈 뜨라고! 미카엘!!!’

‘..단...’

‘눈...떠..제발...!!’

‘....장...’

‘아...아아...미..카엘..?’

‘......’

‘아...아아...으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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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죽어가던 부하 미카엘의 마지막을 떠올렸다. 미카엘의 숨이 끊어지고 시아의 마력이 폭주, 시아와 동화된 엘 또한 폭주하며 그 일대의 마물을 몰살시키고 그 일대의 지형마저 변화시켰다.

“괜찮아...그래 이번에는 아무도 죽지않아..”

그 결과 3년이 지난 지금도 시아는 누군가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걸 병적으로 싫어하고 거부했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아는 디엔은 시아의 어깨를 짚었다.

“예. 아무도 죽지 않을것입니다. 그러니까 정신좀 차리십쇼.”

디엔의 단호한 목소리에 시아는 심호흡을 해 심란했던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녀의 떨리던 눈동자가 자리를 잡고 떨리던 손이 멈췄다.

“음! 이제 괜찮아. 나가자 디엔. 할 일이 산더미야. 3주안에 끝마쳐야지.”

“예. 갑시다.”

다시금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시아는 오른쪽 귀의 귀걸이를 만지작거렸다. 그 귀걸이는...

‘지켜봐줘 미카엘. 저번과는... 달라.’

...미카엘이 마지막으로 남긴 귀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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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황도에서 올라온 결제서류입니다. 10분 안으로 검토및 서명부탁드립니다.”

“알았어. 거기에다 둬.”

“형님, 이번 리디시아 후작이 추진하고있는 조세개혁건 입니다. 검토 부탁드립니다. ”

“응. 거기다 둬.”

“형님, 이번 토벌단건으로 비센테 경에게서 올라온 결재및 허가권입니다. 검ㅌ...”

“이리줘. 당장.”

“.....네.”

“아, 이번 토벌대 구성및 준비, 예산안짜는 일과 토벌단 운영및 최종권한 모두 시아에게 위임해줘. 아무래도 시아가 전문가(?)니까.”

“예. 형님, 상인연합에서 올라온 마물 부산물 처리허가권과 레어 증축 허가권입니다. 결제좀.”

“...거기에둬.”

“형님, 황도에서 지금 막 올라온 결제서류입니다. 검토및 결제....”

“제이크.”

“왜그러십니까 형님?”

“지금 일주일째 집무실에 갇혀있는것 같은건 나의 기분탓인가?”

“....아뇨.”

긴급 대책회의로부터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일주일간 시아는 하루에 한번 꼴로 마물들의 동태를 확인하기위해 정찰을 다녔으며, 루엘디움은...집무실에 콕 박혀 일만했다.
덕분에(?) 둘은 시아가 업무건으로 찾아올 때만 만날 수 있었다. 그게 굉장한 불만이었던 루엘디움은 쓰고있던 안경을 벗고 미간을 꾹꾹 눌렀다.

“...후우..황도에 있을때도 이렇게 바쁘진 않았는데 말이지...”

“그러게 말입니다. 밖은 이리도 소란스러운데 이곳만 펜 움직이는 소리만 들리는군요.”

“음? 밖이 왜 소란스럽지?”

“? 오늘부터 헤일론의 축제기간이잖습니까.”

“???”

루엘디움은 설핏 시아가 저저번주에 축제에 대해 언급했던걸 떠올렸다.
‘분명 축제 많이 좋아한다고 했었지...’
똑똑똑
그가 축제를 좋아하노라말하며 귀끝을 살짝 붉히던 시아를 떠올리며 헤헤 미소짓고있는데 누군가 집무실의 문을 두드렸다. 퍼뜩 현실로 돌아온 루엘디움이 제이클란에게 눈짓했다.

“들어오게.”

제이클란의 말에 집무실문이 빼꼼 열리며 시아가 쏙들어왔다.

“3황자 저하를 뵙습니다. 루엘과 잠시 이야기 가능하겠습니까?”

“...그렇다면 저는 나가있겠습니다 형님.”

눈치빠른 제이클란이 문을 닫고 나가고 시아가 루엘디움을 반짝거리는 눈으로 쳐다봤다. 반짝거리는 라일락빛눈을 정면으로 마주친 루엘의 얼굴이 조금 달아올랐다.

“무슨...일로 오셨나요 시아..?”

“그게...”

시아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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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3-03 20:10 | 조회 : 1,319 목록
작가의 말
킴샤키

앞으로 자주 올라오지 못합니다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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